코너 몰린 주군을 보호하라 …
코너 몰린 주군을 보호하라 …
  • 이인철 
  • 입력 2005-06-14 09:00
  • 승인 2005.06.1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권이 좀처럼 4·30 재보선 참패의 회오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은 개혁과 실용 그룹의 갈등으로 염동연 의원의 상임중앙위원직 사퇴를 촉발하며 분당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청와대도 러시아 유전의혹과 행담도 개발관련 특혜시비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당정청의 불협화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서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여권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선 현재 국정 쇄신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정쇄신론은 염 의원의 사퇴이후 급속히 확산됐다.

염 의원은 “시련에 직면한 대통령과 당의 어려움을 덜고자 하는 순수한 충정”이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확실한 사퇴이유를 밝히지 않아 그의 상임중앙위원직 사퇴를 두고 개혁과 실용의 갈등, 이해찬 총리와 갈등설, 검찰 수사설 등 무성한 말이 오가며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이 가운데 당 내부에선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위한 신호탄을 쏜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당 일부 의원이 주장한 노 대통령 측근들의 인적쇄신 목소리를 잠재워 대통령이 보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국정쇄신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 여권내 친노세력의 의견이 모아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비서실장 문재인 총리 김혁규 카드 급부상

실제 친노 그룹의 한 인사는 “염 의원이 참여정부 집권 하반기를 이끌어갈 청와대와 정부의 진용을 새로 짜라는 요구에 몸을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노 대통령은 11일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난 뒤 인적 개편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구상에는 공석중인 국정원장 임명은 물론 청와대 기강을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해 김우식 비서실장의 교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야권과 잦은 갈등을 낳고 있는 이해찬 총리의 교체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고 여권 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권력의 핵심인 빅3 모두를 교체해 정국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관심은 친노세력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선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헤아리는 인물들이 당정청에 포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노 대통령이 구상중인 인적쇄신의 폭이 청와대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실제 친노그룹 내부에선 당정청 전반에 걸친 국정쇄신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의 경우 이미 총선실패이후 야인생활을 해오던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이강철 전특보가 시민사회수석에 임명돼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고 ‘리틀 노’로 불린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당권도전실패이후 정무특보에 임명돼 ‘노심’을 당과 조율하고 있다. 여기에 교체설이 나오고 있는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노 대통령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와 ‘노심’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물론 ‘노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알려진 문재인 정무수석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문 수석이 발탁될 경우 사실상 청와대는 ‘노심’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채워지게 된다. 이해찬 총리의 교체설에도 친노그룹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돌출발언 등으로 야당과의 잦은 충돌을 낳고 있고 최근엔 대통령의 측근들의 부패가능성을 언급해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이 총리의 지적에 강하게 반발했던 염 의원이 사퇴한 배경엔 이 총리의 결단을 요구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야인생활중인 안희정 당 복귀 고려 중

후임인사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면면도 친노그룹과 가까운 인사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혁규 의원은 이미 한 차례 총리자리를 넘봤지만,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핵심인사가 노 대통령에게 김 의원의 총리기용을 다시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며 ‘김혁규 총리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는 대권주자들의 견제용내지 지방선거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실세총리로 불리며 일약 대권후보반열에 오른 이 총리가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당내 후보군은 물론 야당의 견제도 커 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경남도지사 출신인 김 의원이 총리에 있는 상황에서 지방 선거를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략적인 면도 저변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좌희정-우광재로 불리며 참여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인 안희정씨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실용과 개혁그룹의 대치 심화, 당정청에서 당의 소외 등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할 카드로 안씨의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리더십 부재 등 당내 비판으로 위기에 처한 문희상 의장과 러시아 유전의혹으로 집중공격을 받은 이광재 카드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안씨의 복귀는 당청의 조율자 역할과 개혁그룹에 포진하고 있는 386세대와 실용노선을 채택하고 있는 친노그룹의 조정 역할을 의미한다.당 일각에선 안씨가 열린정책연구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란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현재 열린정책연구원은 박명광 의원이 이사장직을 내놓은 상태로 전체적인 개편작업이 진행 중에 있어 안씨의 임명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안씨가 계속 정치권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전했다.

노 대통령도 현재 모교인 고려대의 노동연구소에서 활동중인 안씨의 자리에 대해 당내 핵심인사에게 자리를 부탁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선승리의 주역이었지만, 불법대선자금모금 혐의로 구속돼 수감생활을 하는 등 노 캠프의 악역을 맡았던 그를 배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친노그룹은 여권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문재인-김혁규-안희정 카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친노그룹이 전면에 나서 노 대통령을 보좌하고 힘을 실어줘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과연 이 카드가 당정청을 조율하고 총체적 난국에 빠진 여권을 구하게 될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 염동연, 정동영·정동채 장관 만난 까닭은?

염동연 의원이 상임중앙위원직을 사퇴한 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김한길 의원과 오찬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염 의원은 지난 8일 사퇴이후 강도높게 문희상 의장과 개혁파를 비판하고 있다. 염 의원은 지난 9일 저녁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 당직 사퇴의 이유를 “문희상 의장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문희상 의장이 당내 각 계파간 의견을 수렴하기 보다는 개혁강경파들에 끌려 다니면서 결국 리더십 부재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전히 당내에선 염 의원의 사퇴를 두고 무성한 말이 오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동영, 정동채 장관과 김한길 의원을 만났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회동의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정 문광부장관과 김 의원은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인 정 통일부장관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자 염 의원과 같은 실용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염 의원이 이들과 만나 당의 진로와 여권 내부상황을 놓고 여러 가지 말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 장관측은 “3주일전 쯤 정동채 장관과 점심약속을 잡았는데, 정동채 장관이 염 의원을 뒤늦게 합석시켰다”며 “위로의 자리였을 뿐이었다”는 말로 이날 회동을 소개하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선 회동에 참석한 의원들의 면면을 볼 때 결코 단순한 위로모임자리로 보기는 힘들다는 분위기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