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집권세력이 날로 악화되어가는 국정 난맥상으로 국민들로부터 불신과 질타를 당하고 있다. 문제의 대상으로는 지방분권 및 부동산 정책, 동북아 규형자론, 청와대 측근과 사조직 발호, 노대통령과 보좌진의 두드러진 반미친북노선 표출,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 행담도 개발 의혹 등이 꼽힌다.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제 열린우리당은 끝났다”고 한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열린우리당만이 끝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모든 국민들이 그 실정의 고통을 뒤집어써야 한다는데 있다. 국정의 혼선과 실정으로 일부 지역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국가공무원들은 소속 국장의 말을 좇아야 하는지, 23개나 되는 별의별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건지, 아니면 청와대 사조직의 말을 존중해야 할 것인지, 우왕좌왕한다.한미혈맹은 어느새 반미로 흔들려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이웃 일본의 외무차관까지도 남한 정부를 못믿겠다고 면전에서 성토한다. 북한에는 끌려만 다닌다. “우리는 구세대와는 다르다”더니 구세대 뺨치는 각종 의혹을 낳고있다. 야당은 노대통령을 작년 탄핵소추한바 있었는데 이젠 행담도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이 조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쯤되면 노정권은 이미 레임덕(임기말 권력 무력증)에 빠졌고 국가의 영이 서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국정난맥 원인과 책임에 대한 진단은 다음과 같이 집약될 수 있다. “청와대가 너무 서툴고 비전문적이다.” “노대통령의 이상주의적 정책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뒤로 밀리고 아마추어들이 설친다.” “청와대의 측근 사조직의 발호로 정책입안과 집행이 혼선에 빠진다.” “주요 정책들이 코드와 386 그룹및 소장파 중심으로 이뤄져 편향된다.” “청와대의 핵심 코드에 대해선 주변에서 감히 이견을 제시하지 못한다.”그러나 한 가지 결정적인 대목이 빠져있다. 노무현 권력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운동권 출신 세력의 속성과 그들의 능력 한계가 그것이다. 한국의 투쟁적 운동권 출신은 기존 체제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차 600년 역사의 수도마저 간단히 천도시킨다면서도 그것의 복잡한 후유증이나 실현성에 대해선 모른다. 저돌적인 운동권 출신은 개혁 만능주의에 빠져 기존 것을 뒤집는데만 열을 올릴뿐 현실적인 대안에는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소영웅적 투쟁의식이 몸에 밴 운동권 출신은 상호 협력과 타협 보다는 소영웅주의에 빠져 독불장군식으로 뿔뿔이 고집을 피우고 정책상의 혼란과 난맥상을 빚어낸다. 코드를 위해 투쟁해온 운동권 출신은 코드를 벗어난 개방된 정책을 펼치지 못하므로 국민들로부터 저항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투쟁적 삶을 살아온 운동권 출신은 전문인이 되기 어렵고 아마추어로 그친다.따라서 오늘날 집권세력이 드러내는 국정 난맥상은 근본적으로 운동권 출신의 속성과 그들의 능력 한계가 빚어낸 것이다. 문제는 이 속성이 쉽게 개조되기 어렵다는데 대한민국의 장래가 걱정된다. 앞으로 2년반 더 계속해서 국정의 난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한 타개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운동권 출신이나 코드에 찌든 사람들을 전문가 및 개방된 사람들로 교체하는 것, 그것이다. 이 결단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자신도 재야 노동운동권 변호사 출신이라는데서 한계가 있다. 그러면서도 국가가 이 지경으로 망가져가는 것을 그대로 놔둘수는 없다는데서 노대통령의 과감한 변신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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