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 최고 지도자 위상에 맞지않는 막말을 막해 빈축을 샀다. 그의 막말들은 국내에서 토해내는 한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서도 그렇게 하면, 외교적 손실을 가져오고 대한민국 국민의 지적 수준을 깎아 내린다. 노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 가서는 “인류가 발명한 역사중에서 가장 훌륭했던게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혁명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혁명 예찬론자임을 자임했다. 매우 위험스럽고 반지성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이 봉건적 ‘구체제’를 허물고 근대적 자유시민사회를 가속화시키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은 공포정치와 피비린내나는 동족학살을 필연적으로 수반함으로써 ‘죄악’을 저질렀다. 프랑스 혁명을 직접 목격했던 영국인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 혁명이 추상적인 선을 추구하기 위해 잔혹한 죄악을 저질렀다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프랑스 혁명이 도덕성 회복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테러를 자행하였으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켰다고 규정했다. 소련 공산독재 시절 반체제 작가였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도 혁명의 무모성을 적시했다. 그는 “혁명은 인간의 가장 야만적인 본능을 드러내게 하고 탐욕과 증오의 세력을 극대화할 뿐”이라며 “어느 혁명도 국가를 풍요롭지 못하게 한다”고 역설했다. 실상 프랑스 혁명 기간 ‘구체제’ 청산이란 명분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전쟁으로 인해 2,700만 인구중 200만명이 죽어야 했다.프랑스 혁명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는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도 ‘무산계급’ 해방이란 이름 아래 1,300만명의 생명을 무참히 학살했고, 빈곤과 독재로 나라를 망쳤다. 중국의 공산혁명도 수백만명을 혁명에 대한 ‘반동’이라는 죄목으로 재판도 없이 처형했고, 2,000여만명을 사유재산 말살과 독재정치로 불평도 못한채 굶어 죽게 했다.저것이 혁명의 어두운 실체이다. 그래서 자유민주 국가에서는 혁명을 거부하고 합법적 절차에 의한 점진적이며 민주적 변혁을 도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혁명을 “인류가 발명한 역사중에서 가장 훌륭했던 것” 이라고 공언했다는 것은 자유민주 국가 대통령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주사파 운동권이나 외쳐대는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NLPDR)을 연상케하는 것으로서 부적절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그런가하면 노 대통령은 작년 5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미국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미국은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 살고있는 나라, 자유 정의가 항상 승리해온 나라… 대단히 부러운 나라이고 정말 좋은 나라”라고 찬양했다. 그러나 그는 그로부터 1년반 뒤 파리에 가서는 딴 말을 했다. 그는 “우리가 프랑스에 (미국 보다)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은 프랑스가 추구하는 가치가 미국과 다르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프랑스가 미국 보다 더 ‘좋은 나라’ 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노 대통령은 그밖에도 작년 6월 일본을 방문해서는 우호관계를 가장 돈독히 해야할 나라 로 일본을 지칭했다. 그는 일본을 제1로 꼽았고, 둘째로 중국을, 그리고는 맨 꼴찌로 미국을 들었다. ‘정말 좋은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이라는 뜻으로 들렸다.저와같은 노 대통령의 ‘정말 좋은 나라’말 바꾸기와 운동권 논리의 혁명 예찬론 등의 막말은 외교적 손실과 대한민국의 지적 수준을 깎아 내린다. 보다 신중하고 일관성 있는 말이 요구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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