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은 노무현 정부의 ‘이해되지 않는 행태’로 인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바닥이 흔들린다”고 지난 21일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국가의 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할 날도 있을 것” 이라고 맞섰다.제1야당 대표로부터 오랜만에 들어보는 야당다운 대정부 경고였다. 독재자 비난을 받으면서도 국가 안보와 경제 기반을 다져놓은 박정희 대통령의 후손 다운 곧은 태도 표명이기도 했다. 이미 많은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오래전부터 국가기반 동요와 정체성 위기에 맞서 항거하며 자유민주체제를 지키기 위해 전면전을 선포한지 오래이다. 지난 23일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국군격려 국민대회’를 열고 정부의 ‘이해되지 않는 행태’를 규탄하였다. 이 대회의 주체측인 ‘국민협의회’는 신문광고문을 통해 “지금 총성없는 적색 쿠데타가 진행중이다. 친북반역세력으로부터 나라와 군대를 구하자!” 라고 호소하였다.저같은 시민단체들의 항거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그동안 침묵하고 있었다. 보수정당인지, 여당인지, 운동권 정당인지. 분별키 여렵게 했다.그래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상황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이라고 면박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한나라당 내에서 조차 “야당인지 (집권당의)2중대인지 구분이 안된다”고 자괴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4월30일 한나라당 17대총선 당선자 연찬회에서는 집권여당의 2중대 같은 선언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 선언문에서 한나라당은 그동안 즐겨 써왔던 ‘보수주의’라는 단어를 빼버리고 그대신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선진화의 길로 가겠다”고만 했다. 이 대목은 한나라당이 시장경제와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보수주의’ 노선을 포기하고 집권여당의 진보적 ‘개혁’을 흉내내기로 한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했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한나라당은 당을 해체하고 열린우당에 합류하는 편이 났다. 실상 한나라당에는 아직도 열린우리당으로 옮겨갈 의원들이 남아있는 듯 싶다. 4·15총선 전 열린우리당과 코드를 같이 했던 적지않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끝내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꿨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더욱 그렇다.이제 한나라당은 정체성을 분명히 할 때가 되었다. ‘총성없는 적색 쿠데타’로부터 나라를 구하자는 시민단체들의 절규를 외면한 채 ‘카멜레온’과 ‘제2중대’라는 비난을 받으며 안주할 것이냐, 아니면 거기에 ‘전면전’ 태세로 일어서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정체성을 지킬 것이냐, 둘 중 하나이다.박 대표의 7·21선언으로 보아 그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수호를 위해 ‘전면전’을 각오하고 있는 것같다. 뒤늦게나마 박 대표가 보수 정당 대표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한 것 같다. 앞으로 박 대표의 ‘전면전’ 수행에는 어려움이 많으리라 본다. 당내 일부 ‘제2중대’ 세력의 반발과 집권세력의 막강한 힘 등을 견뎌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박 대표는 영국의 마가렛 대처 전총리와 같은 흔들리지않는 보수주의 신념과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와 같은 굽힐줄 모르는 저항과 담대성이 요구된다. 박 표는 얼마전 “국민이 편안하고 사회가 안정”되도록 하기위한 ‘배짱’도 있다고 토로한바 있다. 박 대표는 자신이 더 이상 집권세력에 의한 한낱 선정적 패러디의 대상물이 아니요, 조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자 라는 굳은 신념과 ‘배짱’을 지닌 제1야당의 대표임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는 그런 지도자를 갈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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