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북을 친구라고 환영하고 미국을 적이라고 하고 물러가라고 한다. 이북에 있는 김정일이 아니라, 북한을 친구라고 하는 남한 사람들이 더 무섭다.” 이 말은 북한과의 서해교전 2주년에 즈음해서 당시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전사한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택씨가 피를 토하듯 내뱉은 대목이다.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은 정부가 반미친북세력 편인지, 믿을 수 없다는 6·29전몰 유가족들의 절규이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정부가 반미집회나 행사 같은 것은 놔두면서도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해군 영웅들을 위한 개별 추모제 행사는 “어렵게 됐다”며 등을 돌렸다고 한다. 지난 29일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6명의 전몰장병 2주기 추모식도 정부의 냉대속에 쓸쓸히 거행되었다. 대통령을 비롯 정부 각료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독시킨 메시지를 통해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이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화의 디딤돌이 됐다”고 하였다. 이 말은 마치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있으므로 북한의 기습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들리게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메시지 중간 부분에서 6·29해전과는 관련도 없는 김선일씨 얘기를 꺼냈다. 그는 “김선일씨 살해 만행 사건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어떤 경우도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엉뚱한 이라크 테러 얘기를 부각시킴으로써 북한 만행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초점을 흐리게 하였다. 김정일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KBS도 29일 밤9시 뉴스를 통해 서해교전이 북한의 선제공격에 의한 만행이었다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직 ‘서해교전’이란 말만 되풀이 함으로써 중국과 교전한 것인지 헷갈리게도 했다. KBS의 보도작태 또한 정부와 코드를 맞춰 국민들 사이에서 대북경계심이 높아질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은폐가 아닌가 걱정된다. 이처럼 북한군의 선제공격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영웅들을 냉대하고 김정일의 비위나 맞추자 유가족 황은택씨의 마음은 배신감으로 분노에 떨 수밖에 없다. 황씨는 “적들에게 목숨을 잃은 우리 자식들은 죄인이다”라며 현충원에 있는 아들을 고향으로 데려가겠다고 분개하였다. 그런가하면 고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씨는 “솔직히 한국이 싫다.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북한 두둔하기의 몰골은 정부 산하의 제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이 위원회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침투해 암약하다가 체포돼 비전향장기수로 복역중 사상전향 공작과정서 숨진 3명을 ‘민주화운동 기여자’로 결정하였다는데서 그렇다. 이제 이 나라에선 북한 공산군의 도발과 맞서 싸우다 죽은 군인은 ‘죄인’으로 왕따당하고 간첩과 빨치산은 민주화운동 기여자로 상을 받는 지경으로 뒤집혀가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월에는 위기로 치닫는 나라꼴을 보다못한 한 예비역 중장이 “대통령들이 나라를 망쳤다”며 ‘항의 표시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북한 적군의 흉탄에 쓰러진 젊은 군인의 아내는 조국을 떠나기로 했고 살아남은 예비역 노병은 절망과 분노 끝에 아예 목숨을 스스로 끊기에 이르렀다.오늘의 절박한 위기와 분노의 일차적 책임은 노무현 정권에 있다. 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북한을 친구라고 환영하고 미국을 적’이라고 하는 ‘무서운 남한 사람들’을 단호히 다스리며 반공입국 원칙을 흔들림없이 지켜가는 것,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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