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했던 병원노조의 파업이 가까스로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제 자동차 노조들이 국민의 발을 담보로 파업할 움직임이다. 벌써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결의했고 뒤이어 쌍용, 기아, 대우차 노조가 릴레이식 파업 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노사가 버틸때까지 버티다가 국민여론이 따갑고 한계가 오면 또 어김없이 이 다음 때까지의 한시적 타결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럼 그때까지는 국민들이 끽 소리 못하고 그저 사태의 추이만 지켜 볼 따름이다. 말하자면 국민들은 바로 자신의 목숨이 담보돼 있던, 생계가 담보돼 있던, 자녀의 교육이 담보돼 있던, 아랑곳 않는 세상에서 오로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자신과의 전쟁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이 얼마나 불쌍하고 가련한 국민인가. 그래도 순하디 순한 서민들이 국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탈세하고, 병역기피를 위해 자식을 해외로 위장 유학시키고, 불로소득으로 빈둥대면서 호의호식하는 작태는 권력층 일부의 전유물 아니었던가.또 조국을 믿고 이역만리까지 나가 젊은 꿈을 키우던 김선일씨가 단순히 한국인이었다는 이유 하나로 죽음을 맞으면서 과연 어떤 한(恨)을 품었을까.바닷물을 생각한다
정부는 당초 김선일씨가 납치된 시점을 6월17일이라고 했었다. 그러니까 바로 그 이튿날인 18일에 추가 파병을 확정한 것이다. 결국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던 김선일씨에게 정부가 죽음의 그림자를 한겹 더 덮어씌워준 셈이다. 김씨가 살해되고 몇 시간이 지나고도 우리정부는 김씨 구출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아들의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서 김씨 부모는 취재진의 수고를 격려하며 수박을 돌릴 정도였다. 그래서 김씨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판에 이제 또 김씨 피랍이 벌써 지난 5월31일이었다는 정부발표가 나왔다. 뭘 따지기 전에 말을 잊을 정도다.하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지금 쌀이 남아돈다는 나라에서 결식아동이 늘고 심지어 굶어 죽기까지 한다는데 그런 나라에 국가 운영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믿을 국민이 없을 것이다.자고로 얕은 물을 의지해서 살아가는 백성은 좀 많은 비가 내리면 홍수걱정을 해야 하고 가뭄에는 고갈을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바닷물은 비온다고 붇지도 않을 뿐더러 가뭄에도 줄지를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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