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예기지만 황희(黃喜)정승이 갑(甲)을 흉보는 을(乙)의 말을 듣고 ‘네 말이 옳다’ 고 해놓고 또 을을 욕하는 갑의 말에서도 ‘네 말이 옳다’고 했다. 옆에 있던 부인이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핀잔하자 ‘부인 말씀도 옳다’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생각난다. 이런 황정승의 바보스러운 듯 해 보이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까닭은 누구나 자신에게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도록 해야 왜곡된 보고를 피하고 민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교훈적 가치 때문이다. 이는 수평적 리더십을 내세워 집권세력의 맹렬 간부들이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잃은 채 튀는 말로 내분을 일으키는 것과는 다른 이치다. 집권조직이 내분으로 결속을 해칠 때 올 국력 손실에는 국민 일각의 들뜬 민심과 가라앉은 민심이 충돌하는 위험을 상상해야 한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크게 상처입고 국가 기강이 바로 서지 못하면 민심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것은 흐름의 이치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의 리더십은 그럴수록 초조해서는 안 된다. 행군 중에 얻은 술 한 병을 흐르는 물에 쏟아 넣어 수백 명이 마시게 했다는 주(周)나라 태공망(太公望)의 고사를 이 시점에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이다. 결국 리더십은 기교도 용병술도 아닌 큰 마음이다. 다시 말해 영혼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랑의 마음이 만인의 심금을 울릴 때 분명한 리더십의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도자가 고루 사랑 받을 때라야
정치권이 말하기 좋아하는 화합정치의 요체도 정치지도자가 두려운 존재를 벗어나 사랑받는 존재가 돼야 한다. 두려운 지도자는 권력을 강화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 정치에서 보듯 권력정치는 하나의 폭력에 다름 아닐 것이다. 큰마음(大寬))의 리더십하면 춘추전국 시대 때 초(楚)나라 장왕(莊王)의 리더십을 새삼 기리게 된다. 밤늦은 시간에 공신들과 술자리를 벌이는 자리에서 바람에 등불이 꺼지고 깜깜해진 틈을 타 만취한 공신 한 사람이 왕의 애첩 허희(許姬)를 희롱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어둠 속에서 성희롱을 당하게 되자 허희는 그 사내의 갓끈을 떼어들고 빨리 불을 밝히라고 소리치며 끈 떨어진 갓 임자가 나를 희롱했다고 악을 썼다. 이때 장왕의 명령은 등불을 밝히기 전에 이 자리에 있는 사람 모두 갓끈을 떼어 버리라는 것이었다. 취중의 실수를 굳이 밝혀내서 아까운 인재를 잃지 않으려는 그의 큰마음을 후세 사람들은 영원토록 잊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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