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언어가 대통령 복귀 이후 다시 거칠어져 걱정된다. 그는 5월27일 연세대학교에서 행한 강연을 통해 그의 말솜씨가 탄핵 이후에도 크게 정제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가 탄핵소추로 63일 동안 부재하던 기간 나라가 조용하더니 복귀하게되자 그의 거친말로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그는 “뻑하면”, “별놈의 보수를 다 갖다놔도”, 역대 대통령들은 “다 죽다 살아난 사람들”,”점치고 (경선 후보) 될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이런 표현과 수식어들은 철부지이거나 막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낱말들이다. 노 대통령의 강연은 막말 이외에도 막 내용들도 함께 하고 있다는데서 아쉽기 그지없다. 그는 안드루 존슨 미국 대통령이 남북전쟁 직후 “화합정책을 밀고 가다가 ‘탄핵소추’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존슨의 탄핵 사유는 ‘화합정책’을 밀고간 것이 아니라 흑인의 참정권을 거부하는 등 급진적 흑백 평등권을 거부한데 연유했다. 또한 각료들을 자신의 코드에 맞지않는다고 모조리 내쫓는 등 옹고집을 부렸다가 탄핵소추의 대상으로 전락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부통령으로서 링컨 대통령의 취임식 때 술에 취한 채 참석하는 등 국가 지도자로서의 품위를 잃고 막갔다. 따라서 존슨의 탄핵소추 발의는 그가 당시의 시대적 요청이었던 흑인 참정권과 평등권 등을 거부했고, 오기를 부렸기 까닭이었다. 노 대통령의 말과 같이 화합정책을 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의 개념에 대해서도 혼선을 일게 했다. 그는 “진보는 좌파고, 좌파는 빨갱이라고 하는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진보가 모두 ‘빨갱이’는 아니다. 하 지만 진보의 가면을 쓴 ‘빨갱이’는 적지않다는 것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진보로 위장한 ‘빨갱이’는 이미 6·25기습남침 전부터 국회에 침투해 남한 적화를 위해 북한 지령에 따라 공작하기 시작했다는데서 그렇다. 1949년 4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진보라는 너울을 쓰고 주한미군 철수와 남북협상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바 있다. 그러나 이들중 일부는 북한의 비밀지령대로 움직인 ‘빨갱이’로 밝혀져 체포돼 유죄선고를 받았다. 지금도 그 때와 같이 진보의 가면을 쓴 ‘빨갱이’는 도처에 침투해있다고 보아야 한다.또한 노 대통령은 보수는 ‘힘센 사람이 좀 맘대로 하자는 것’이고 ‘바꾸지 말자는 것’라고 깎아내렸다. 이에 반해 진보는 ‘고쳐가며 살자는 것’이고 ‘더불어 살자는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매우 잘못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고전적 의미에서의 보수는 정부 규제와 개입의 최소화에 있고 개인의 창의와 활동 최대화에 있다. 이에 반해 진보는 정부 규제의 최대화에 있다. 보수나 진보 모두 잘살기 위해 ‘바꾸자는 것’에는 차이가 없고 ‘더불어 살자는 것’도 똑 같다. 다만 각기 그것을 위한 접근 방법이 다를 뿐이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보수 정권은 도리어 그 전의 진보 정권 때 보다 더 많이 바꾸었고 더불어 잘 사는 정책을 펼쳤다.그런 맥락에서 노 대통령이 보수를 ‘힘센 사람’의 것이고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는 것은 자신의 진보노선을 정당화하기 위한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탄핵소추 이전이나 이후나 크게 바뀐게 없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야 말로 좀 ‘고쳐가며’ 대통령직을 수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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