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직무를 떠났다가 63일만에 돌아왔다. 이제 국민들은 그가 탄핵의 사지로 몰렸다가 두 달여의 와신상담 끝에 돌아와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그는 복수의 칼을 빼 휘두를 것인지, 아니면 자성의 빛으로 근신하며 신중히 국정에 임할 것인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노 대통령은 15일 담화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그는 이어 정치개혁은 국회가 해나가고 자신은 어느 한쪽의 ‘목소리나 갈등’에 ‘매몰’되지 않으며 “국정의 안정적 관리자로서 중심을 잡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약속하고 ‘서민들의 삶’을 ‘고통’에 빠뜨리거나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 먹는 일이 없도록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노 대통령의 저같은 3·15담화는 그가 지난 63일 동안 은둔 속에서 무엇을 골돌히 생각하고 있었는가를 엿보게 한다. 그는 대통령이 되고난 뒤에도 재야 운동권 이나 386세대 기분으로 말하고 처신했음을 자괴한 둣싶다.노 대통령은 그동안 ‘시민혁명’, ‘공산당이 허용돼야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는 마오쩌 둥이다’, ‘대통령 못해먹겠다’, ‘양아치’ 운운하며 한쪽의 ‘목소리’에 ‘매몰’되어 국민들을 불안케 하였다. 그는 친노조-반기업 쪽으로 기울었고, 그래서 이 나라는 ‘노조 공화국’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었다. 그는 반미친북적 언행도 삼가지 않았다.여기에 국민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 대통령은 저런 것들이 바로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을 10~30%대로 곤두박질 치게 하였다며 끝내 탄핵으로 몰리게 되었다는 점을 되씹어 본 것 같다. 그래서 그는 한쪽의 목소리에 ‘매몰’ 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국정의 ‘안정적 관리자’로서 임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많은 국민들은 노 대통령 취임 이후 무척 불안했었다. 그같은 국민들의 불안감은 노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게 되던 날 다시금 일부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데서 드러났다. 적지않은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물러나 있었을 땐 나라가 조용했었는데, 이제 다시 어떻게 될는지 걱정이다”고 털어 놓았다는데서 그렇다.다행히 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간파하고 ‘심심한 사죄’를 표하였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국정의 안정’이다. 정체불명의 ‘개혁’이다, ‘시민혁명’이다, 하는 따위의 외마디 소리가 아니라 경제 침체의 늪을 벗어나 안정된 삶을 누리는 것, 그것이다. 먼 발치에서 보이지 않는 불순한 손에 의해 지휘되는 촛불 시위가 아니라, 노사와 좌우가 함께 손잡고 일터로 다정하게 나서는 것, 그 모습을 열망하고 있다.노자의 도덕경에는 이런 대목이 적혀있다. “가장 훌륭한 임금은 백성들이 임금이 있음을 알 뿐이고, 가장 못난 임금은 백성들이 임금을 업신여긴다”.대부분의 백성들은 집권세력이 개혁이란 이름아래 설치며 나라를 뒤숭숭하고 불안하게 휘젓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때문에 노 대통령은 큰 목소리로 백성들을 불안하게 한다면, 자신을 ‘업신여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반대로 백성들은 대통령이 ‘있음을 알 뿐’일 정도로 신중하고 ‘안정적 관리자’로서 ‘중심’을 잡아간다면, 존경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