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간의 교류가 근년 급격히 증대되면서 한국인들 사이에 쉽게 끓는 냄비 근성이 도지고 있어 걱정된다. 한·중관계에 열풍이 일자, 우리 국민들중 일부가 금방 중국쪽으로 기울어져 중국 제일주의를 외쳐대고 있다는데서 그렇다.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미국을 찬미하면 구태의연한 수구나 매국노처럼 간주되는 느낌이라고 한다. 반대로 중국 얘기를 하면 시류를 앞서는 선각자처럼 뜨는 기분이라는 것이다.일부 교수들도 한국의 대외관계 중심축을 미국이 아니라 중국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4·15총선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들중 55%가 미국 보다 중국을 더 중시해야 할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의견조사 결과 나타났다. 노무현 대통령도 작년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야 할 국가로 미국 보다 중국을 앞에 놓았다. 그는 (1)일본, (2)중국, (3)미국 순으로 나열하였던 것이다.한·중간에는 한류(韓流)와 한풍(漢風)이 불며 인적 물적 교류가 사상 유례없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작년도 한·중교역량은 미국을 제치고 대외교역 1위로 올라섰다. 작년 한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액중 절반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3만5,000여명의 한국학생들이 중국에 유학중이고, 이것은 재중 외국학생들중 가장 많은 숫자이다. 서울에서는 중국의 24개 도시들로 항공 노선이 직결되어 있다. 작년 한 해 양국간에는 300만명이 오고갔다. 이처럼 한·중관계는 크게 가까워졌고 앞으로 더욱 그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대외관계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나라로 중국을 선택하고 미국을 제쳐버린다는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고 위험한 발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한국의 안보를 지켜줄 나라는 미국뿐이고 그래서 중시해야 할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기 때문이다.중국은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로서 외교적으로 북한을 항상 감싸고 보호하고 있다. 남북간에 전쟁이 나면 중국은 의무적으로 군사동맹에 따라 북한편에 서게 되어있다. 작년 6월 중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남북한간에 제2의 6·25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57%나 되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19%밖에 안되었다. 마우쩌 퉁은 북·중관계를 ‘순치(脣齒)관계’와 같다고 규정한바 있다. 입술과 이빨과 같이 서로 떨어져서는 안될 관계임을 강조한 대목이다. 중국은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로서 북한이 남한을 적화하기를 바라고 있다.저같은 중국의 붉은 속내를 외면한 채 한국이 중국을 믿고 마음놓고 있다가는 큰 코 다친다. 한국이 적화위기에 빠지게 될 때 구해줄 나라는 절대 중국이 아니다. 중국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한적화의 길로 나설 것이 분명하다. 그때 미국은 이미 남한으로부터 배척받은 처지일 것이므로 더 이상 6·25 때처럼 피흘려 남한을 지원할 턱이 없다. 남한은 중국만 믿고 있다가 고립무원 상태에서 꼼짝없이 적화되고 만다. 그렇다고해서 남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등한히 하거나 거부할 수도 없다. 여기에 한국은 중국과 미국관계에서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의 대미 및 대중관계의 조화는 정경분리원칙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중국과는 정경분리에 따라 경제관계에서 협력하되 정치·안보 측면에서는 항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한·중관계가 활발해지면 활발해 질수록 한·미간의 정치·안보 유대는 더욱 더 돈독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한류·한풍이 냄비근성의 한국인들을 중국으로 성급히 빨려들게 하여 자유대한마저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은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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