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 살해 가담자 26년간 재갈물린 사람은?
김형욱 살해 가담자 26년간 재갈물린 사람은?
  • softpen@ilyoseoul.co.kr 
  • 입력 2005-06-01 09:00
  • 승인 2005.06.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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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은 지난 576호 기사를 통해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살해 지시는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이 내렸으며 양계장이 아닌 제3의 처참한 장소에서 살해됐다는 TK출신 전 중정요원의 증언을 보도했다. 차지철 살해 지시설은 그동안 김형욱 살해에 직, 간접적인 증언을 해 온 사람들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것이다. 김형욱 전 부장의 회고록을 집필한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이나 중정 비선라인으로 김형욱 살해에 직접 가담했다고 주장한 시사저널 제보자 이모(가명)씨 등도 같은 주장을 했다.그러나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위는 김형욱 살해 사건과 관련, 중간발표를 통해 김 전 부장의 살해지시는 김재규 당시 중정 부장이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방대한 자료 조사 및 증언을 토대로 한 발표임에도 불구, 여전히 김형욱 사건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김 전 부장의 살해지시를 누가 했느냐는 이번 국정원 발표의 신뢰성을 가름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살해 지시를 내린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위는 27일 김 전 부장의 살해 지시를 내린 사람은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이었다고 발표했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또 김 전 부장은 이상열 프랑스 주재요원과 중정 연수원 2명에 의해 파리외곽에서 권총으로 살해됐다고 밝혔다.

일단 국정원의 이번 발표는 그동안 청와대 지하실 살해설, 양계장 분쇄기 살해설 등 김형욱사건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 큰 밑그림을 그렸다는데 의미가 있다.그러나 국정원 보관자료 1만900여 쪽과 공판기록 등 9,500여 쪽의 자료 및 당시 중정요원 등 관련자 33명에 대한 면담 결과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김형욱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문이 남는다. 김형욱 전 부장의 살해에 직, 간접적으로 가담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이번 국정원 발표에 신뢰를 두지 않고 있으며, 국정원 또한 이들의 주장을 뒤엎을 만한 결정적인 카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욱 살해 차지철이 진두지휘

무엇보다도 김형욱 전 부장 살해 지시를 내린 사람이 과연 국정원의 발표대로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이냐가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576호에서 김 전 부장의 살해사건과 관련, TK출신 전 중정요원의 충격 폭로를 다뤘다. 중정의 권한이 크게 위축된 10·26 사건 이후에도 드물게 승진가도를 달리며 자신이 원하는 보직으로 소리 없이 이동했던 중정간부 A씨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차지철 경호실장이 김형욱을 당장 눈앞에 끌고 오라고 길길이 날뛰었다”며 김 전 부장의 살해 작전을 차 전 실장이 진두지휘했음을 분명히 했다. A씨는 “모든 공작의 기본은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처리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사체를 낙엽에 덮고 온 것도 모자라 권총을 잃어버렸다는 국정원 발표는 웃기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공작의 기본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완벽처리

A씨에 따르면 김형욱 전 부장의 암살계획은 총 3가지였다, 제 1안은 김형욱을 산채로 납치해 차 전 실장 앞으로 데리고 오는 것과 현지에서 제거하는 방법, 그리고 양계장 분쇄기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A씨는 김 전 부장을 산채로 끌고 왔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문제 등으로 1안은 폐기됐고, 분쇄기에 넣어 처리할 경우 분쇄기 구조상 토막낼 수밖에 없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흘린 피 등 흔적이 남을 수 있어 포기했다고 한다. 결국 남은 안은 파리 현지에서 살해 처리하는 것이었고 이는 국정원의 ‘파리 살해설’ 발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시사저널을 통해 김 전 부장 살해과정에 직접 가담했다고 주장한 이씨도 김형욱 살해 지시는 차 전 실장이 내렸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씨는 본인의 애국적 결단이라는 것을 강조했지만 청와대 경호실에서 차출해서 대통령 술자리를 가졌고, 중정의 상급 관리자가 모르게끔 파리행을 했다고 주장한 점으로 미뤄 차 전 실장이 이 사건을 움직였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김형욱 살해 공범은 보안사?

이밖에 김 전 부장의 회고록을 집필했던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도 “당시 김재규 부장은 유신체제가 빨리 종식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김형욱씨와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고 있었는데 해외에서 반(反)박정희 운동을 벌인 김씨를 제거하라는 지령을 내릴 리 없다”며 이번 국정원 발표에 대한 원초적 의문을 제기했다. 김 전 의원은 또 “김재규씨는 당시 청와대에서 급격하게 권력실세에서 멀어지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과잉충성을 벌인 차 전 실장이나 그 외에 또 다른 사람이 얼마든지 (살해지시를)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A씨는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정을 불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보안사령관으로 온 79년 4월의 보안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55년 육군소위로 임관한 뒤 1976년 대통령경호실 차장보를 거쳐 1979년 국군 보안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육군 준장이었던 전 전 대통령이 소장으로 승진한지 얼마 안 돼 중장급인 보안사령관에 임명된 것을 놓고 차 전 실장의 후원을 업은 파격 인사란 뒷말이 많았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10·26 사건 직후 김재규 전 중정부장을 조사했던 전 전 대통령(당시 보안사령관 겸 합동수사본부장)과 이학봉 당시 합수부 수사국장을 면담했지만 이들은 김형욱 건에 대한 조사 자체를 부인했다.

softpen@ilyoseoul.co.kr  이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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