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씨 전 정통부 장관, 고모씨 국무총리실단장, 하모씨 전 한은총재 아들·손자 국적포기
장모씨 전 정통부 장관, 고모씨 국무총리실단장, 하모씨 전 한은총재 아들·손자 국적포기
  • 김정욱,정혜연,김재윤 
  • 입력 2005-06-01 09:00
  • 승인 2005.06.0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4일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24일 발효될 때까지 국적을 포기한 사람 가운데 현 국무총리실 단장 고모씨를 포함해 4선 국회의원 출신의 전 정통부 장관인 장모씨, 오모 전 국방부 장관 및 공모 전 외무부 장관 등 정. 관계 고위 인사의 자녀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하모 전 한은 총재를 필두로 신모 한화그룹 계열사 대표, 삼성, LG, 현대 등 경제계 인사 24명과 총무처 차관 출신의 김 전 체육단체 이사의 자녀가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이같은 사실은 <일요서울>이 지난 6일부터 23일까지 국적 포기 신고를 한 ‘국적이탈 신고자 인적사항’을 입수,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이 자료는 최근 법무부가 국적 포기 신청을 한 대상자를 상대로 작성한 것으로 1,062명의 이름, 성별, 생년월일 및 주소지, 본적, 호주이름과 선택 국가 등이 적혀 있다.

<일요서울> 취재 결과 지난해 11월 이 법안이 발의됐을 때부터 사회지도층 사이에서 자녀의 병역을 피하기 위한 국적 포기가 줄을 잇고 있다는 여론이 사실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국적을 포기한 인사들 가운데는 정, 관계 및 재계, 체육계, 학계의 지도층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 국무총리실 단장으로 재직중인 고모씨는 국적법 개정안이 발효되기 11일 전인 지난 13일 아들 고군(13)의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고씨가 아들을 위해 선택한 국적은 미국.

국무총리실에서 교육 및 인적 자원을 책임지고 있는 고씨가 정작 자신의 아들을 위해 미국행을 선택한 것은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문제로 이민을 고려 중인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4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전 장관 출신인 장모씨의 손자(13)도 지난 15일 최종적으로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 장씨는 제 7, 8, 9, 10대 국회의원에 연달아 당선되면서 국회 교통, 예결, 재무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정치계의 원로로 추앙받아온 인물이다. 정통부(전 체신부)장관을 지내기도 한 그는 현재 모 학원 재단 이사장으로 남은 여생을 후학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런 장씨의 손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오모 전 국방장관 손자들

한 때 국가의 안보를 책임져 왔던 국방-외교라인의 최고 책임자 가족이 국적을 포기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노태우 정권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낸 오씨의 손자(17), 손녀(15)가 지난 10일 미국 국적을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씨는 현재 예비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회장으로 6.15 남북공동선언 파기를 주장하는 보수원로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 여전히 왕성한 조국애를 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손자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나자 곤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외무부 장관을 지낸 공씨의 손자 두명(11)도 지난 13일 국적을 포기했다. 주일대사 출신으로 일본통이기도 한 그는 현재도 모 대학에서 일본학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공씨의 손자들은 국적 포기에 대한 사회 여론이 들끓던 지난 13일 결국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 그런가 하면 정, 관계 인사 못지 않게 경제계 인사들의 국적 포기도 줄을 잇고 있다. 1940년대 한국은행에 입행해 재무장관 비서관, 업무부장, 이사를 거쳐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한 하 전 총재의 손자(13)는 지난 10일 미국행을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또 한화그룹의 대표적인 계열사 사장인 신모 사장도 아들(17)의 국적을 포기하기 위해 출입국사무소를 찾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신 사장은 국적법 발효 7일을 앞두고 아들의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삼성, 현대, LG 및 하이닉스, 해태유업 등 굴지의 대기업 관계자들 24명이 자식들의 국적을 포기해 병역기피를 위한 국적 포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외무장관 지낸 공모씨 손자도

IOC올림픽 훈장 은장, 체력 훈장 청룡상 등 체육계의 큰상을 두로 휩쓸은 체육계 대표적 원로인 김 이사의 손자(16)도 지난 20일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장 비서관 출신인 김 이사는 대통령 비서실 정무비서관을 거쳐 총무처 차관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또 서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및 올림픽 기념체육진흥공단, 체육회 고위직 등을 맡은 체육계의 원로인사다. 이밖에도 연세대와 고려대 등 학계 인사의 자녀들도 국적법 발효 직전에 무더기 국적 포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5명, 부산대 4명, 강원대 2명, 전북대 2명을 포함한 국공립대 교수를 비롯해 연세대 5명, 국민대 4명, 홍익대 3명, 고려대 2명 등이 국적을 포기했다.

# “재벌 2세 중 현역출신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이중국적자의 국내 국적포기 문제로 인해 전국이 떠들썩하다. 더구나 이번에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의 99%가 남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국적을 포기한 이유가 군복무를 회피하기 위한 것임이 사실상 확인된 상황이다. 특히 국적 포기자 부모의 상당수가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에 대한 ‘실명 공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재벌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일요서울>은 지난 3월17일자(567호)에 국내 20대 재벌그룹 2, 3세들의 상당수가 이중국적자임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재벌 2, 3세 중에서 비단 이중국적자가 아니더라도, 군대를 면제받은 사람이 대부분임이 밝혀졌다. 국내 재벌 자제들 중에서 군 복무를 제대로 한 사람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들은 갖가지 이유로 인해 군대를 면제 받았거나, 현재까지 군입대를 연기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신 부회장은 군면제자다. 엄밀히 말해 그는 신체상의 결격 이유로 군대를 면제 받았다기 보다는, 군대 자체를 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면제’ 판정을 받은 케이스. 군 복무를 위해 신체검사를 받아야하는 20대 시기에 신 부회장은 ‘일본인’이었기 때문이다.신 부회장의 호적을 보면 그는 1955년 2월 경상남도 울산군에서 출생한 것으로 신고돼 있다. 그러나 그는 같은 해 일본에도 동시에 자진 신고해 이중국적자가 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 부회장과 같이 자발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한국국적을 상실하게 된다고 한다.

결국 신 부회장은 출생한 지난 55년부터 지난 96년까지 41년 동안을 일본인으로 살았다. 외국인이 군복무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신 부회장은 ‘자동적’으로 군면제자가 됐다. 신 부회장은 지난 96년 일본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9세였다. 병무청 담당자는 “이중국적자가 한국 국적을 선택하더라도, 만 35세가 넘으면 ‘고령’을 이유로 군면제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재계 2, 3세들 사이에서는 이중국적자이기 때문에 20세가 훨씬 넘어 군대에 입대하는 사람도 있다.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차남 승담씨가 그 케이스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의 아들인 규호씨도 주목된다. 이들은 지난 3월 중순까지 미국과 한국 ‘이중국적’을 갖고 있었고, 또 미국에 유학 중이었다.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한 쪽의 국적을 포기할 경우, 포기한 날부터 한 달에서 두 달 사이에 호적등본에 게재가 된다고 한다.

지난 5월 26일 현재로서는 이들의 호적등본에 이중국적자 신분이었던 지난 3월과 변동이 없다. 동양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승담씨는 지난해 12월, 다소 늦은 스물다섯의 나이에 ‘공익요원’으로 입대했다고 한다. 규호씨는 스무살로 신검을 받아야 할 시기이지만 현재 뉴욕의 G대학에서 유학중이다.병무청 관계자는 “이중국적자의 경우, 만 17세 이전에 ‘이민허가’를 받으면 군 입대를 계속 연기할 자격이 주어진다”며 “군대 신체검사를 계속 연기할 수 있고, 만 35세가 넘어서도 유학 생활을 하고 있으면 군대를 면제받게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중국적자가 아니라도,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찾기 어렵다. 범 삼성가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재용씨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씨가 군대 면제 판정을 받았다. 현대가에서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아들 의선씨가 면제 판정을 받은 케이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그의 동생인 재원씨도 각각 군 면제를 받았다. 지난해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된 광모씨의 경우는 군대 면제는 아니지만 현역으로 근무하지는 않았다. 광모씨는 올 초까지 국내의 한 방위산업체에서 군복무를 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장남 원태씨는 공익요원으로 근무했다. 국내 10대 재벌 그룹의 2, 3세들 중에서는 일반인처럼 정상적으로 군복무를 할 수 있는 ‘정상인’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김정욱,정혜연,김재윤  jkim@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