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측근들 사이에서는 김 전 회장이 오는 6월 중에 전격적으로 귀국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오가고 있다.실제로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지금까지 김 전 회장은 여러 가지 국내 정치상황 등을 감안해 귀국문제를 생각했으나, 현재는 그러한 주변여건(정치상황 등)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독단적인 판단에 따라 귀국을 결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 전 회장의 귀국은 전격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의 또다른 측근은 “(김 전 회장은) 현재 중국이나 베트남을 오가며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으며, 독일 푸랑크푸르트의 한 병원에서 장치료와 협심증치료도 받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고 “베트남 경제혁신위원회 고문으로 일하기 때문에 베트남에는 자주 들르며, 귀국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8·15 이전 귀국가능성
김 전 회장의 귀국 일정이 오는 8월15일 이전일 가능성이 큰 이유에 대해 주변에서는 가급적 빨리 귀국해 대우와 관련된 법적인 문제를 매듭지은 다음 8월15일 광복절 특사로 사면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또 김 전 회장의 아들 선용씨(33)의 결혼이 8월중에 있을 예정이어서 그의 귀국문제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김 전 회장의 측근은 “김 전 회장은 지난 4월말 대법원이 판결한 대우그룹 분식문제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 ‘자신이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지만, 재산해외도피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해 김 전 회장은 귀국한 뒤 법원 판결과 관련해 법정투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실제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이후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 등을 중심으로 김 전 회장의 귀국 이후 법정투쟁을 위한 변호인단을 극비리에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의 귀국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김 전 회장의 귀국과 관련해 정·재계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귀국하기 전에 현정부측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오가고 있다. 또 항간에는 올초 노무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김 전회장의 귀국을 종용했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김 전 회장의 귀국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정치권도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대우그룹 해체와 김 전 회장의 해외행보가 전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그의 귀국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정국 전체가 소용돌이칠 것으로 전망된다.우선 그가 귀국하게 되면 현재 김 전 회장과 관련해 기소중지되어 있는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착수될 것이기 때문에 대우그룹 사태와 연관된 정·관계 인사의 줄소환도 뒤따를 전망이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재개되면 당장 이슈로 떠오를 내용은 대우그룹 분식회계 문제와 관련해 당시 정치권 인사의 개입여부, 대우그룹 비자금의 행방, 당시 재정경제부 인사들의 대우그룹 해체를 둘러싼 결정과정, 김 전 회장의 해외도피와 관련된 내막들이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은 측근들을 통해 “검찰에서 수사를 받으면 그동안 못한 말을 모두 밝힐 것이고, 대우그룹 해체를 둘러싼 비밀을 모두 밝히겠다”고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아직 김 전 회장측으로부터 어떤 귀국의사도 받지 못해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귀국한다면 기소중지된 부분과 관련해 대우그룹 사태에 대한 모든 의혹을 조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 대우그룹 분식회계사건 대법원 판결
사법사상 최고액 추징 23조 358억
지난 4월29일 대법원은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임원들에게 사법사상 최고액인 23조358억원의 추징금이 부과했다. 23조여원의 추징금은 법원이 부과한 추징금과 벌금을 통틀어 재산형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전두환(2,205억원)·노태우(2,629억원) 전 대통령의 추징금에 비해 무려 100배 안팎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 해외로 도피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제외한 전·현직 임원 8명(김태구 전 사장은 추징 제외)에게 징역형 등 유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1999년 10월 대우사태 이후 해외도피 중인 김 전 회장이 이들에게 범행 대부분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 사실상 김 전 회장을 분식회계 등을 주도한 공범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체포돼 재판에 회부될 경우, 김 전 회장이 추징금 23조여원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대우 전·현직 임원과 5개 계열사, 회계사 등 34명은 97년부터 3년간 김우중 전 회장의 지시로 수출대금 조작, 차입금 누락 등의 방식으로 41조1,000억원을 분식회계 처리하고 이를 근거로 금융기관에서 9조9,00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기소됐었다.
이석 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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