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좌파와 중도파 갈등
열린우리당의 좌파와 중도파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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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5-13 09:00
  • 승인 2004.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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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정책 노선을 놓고 좌파와 중도파, 둘로 갈려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열린우리당의 당선자 워크숍이나 설문조사 등을 통해 드러난 정책 노선은 둘로 갈라진다. 좌파와 중도파, 둘이 그들이다. 물론 당 쪽에서는 좌파가 아니라 ‘진보·개혁파’이고, 중도파가 아니라 ‘실용주의파’ 라고 한다. 그러나 제3자쪽에서 들여다보면, 열린우리당은 좌파와 중도파로 나뉜 것으로 드러난다. 좌파는 김원웅 의원을 주축으로 하며 중도파는 정동영 당 의장이 앞장서고 있다.중도파는 경제와 민생 안정이 시급하므로 국가보안법 폐지나 언론개혁과 같이 국민적 저항을 빚어낼 문제들은 나중에 하자고 한다. 그와는 반대로 좌파는 개혁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맞선다. 중도파는 이라크 파병이 이미 정부가 약속한 것이므로 계획대로 이행되어야 한다는데 반해, 좌파는 새 국회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며 거부하는 입장이다. 중도파는 대외관계의 축을 한국과 미국의 혈맹관계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좌파는 중국으로 중심축이 이동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열린우리당은 국회 다수당으로서 취해야할 노선이 좌파가 아니라 중도파의 실용 노선임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4월의 17대 총선 표심도 좌파를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는데서 그렇다. 뿐만 아니라 오늘의 한국 실정 또한 좌파로의 급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안정을 희구한다는데서 더욱 그렇다. 좌파측은 4·15총선 결과가 좌파 노선을 지지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4·15 총선은 지역 몰표와 실용주의 그리고 안정 희구의 표심 반영이었을 뿐이었다.4·15총선 때 전북에서는 한나라당에 고작 3.4%, 전남에선 2.9%, 광주에서는 1.8%만을 던져주는데 그쳤다. 저같은 극단적인 표 쏠림은 호남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을 모조리 거부했고 열린우리당을 그대신 지지했음을 반영했다. 그리고 그것은 좌파 노선 지지 표가 아니라 계층과 이념을 초월한 지역 감정표였다고 보아야 옳다. 충청도의 표심도 좌파를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충청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열린우리당에 표를 몰아준 것은 노무현 집권당이 행정수도를 차질없이 충청권으로 옮겨주도록 뒷받침하기 위한데 있었다. 좌파 이념이 아니라 계층과 이념을 떠난 실리주의에 따른 것이었다.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으로 표를 쏠리게한 또 다른 요인은 노무현 탄핵소추 반대 열풍이었다. 탄핵으로 인한 국정혼란을 염려한 안정 희구 세력의 간절한 마음 표출이었다. 따라서 4·15총선의 표심은 좌파의 급진적 변혁을 지지한 것은 아니고 지역주의, 실리주의, 안정 희구 등에 바탕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급진적 변혁을 바랐다고 분류될 수 있는 표는 대체로 민주노동당에 표를 던진 13%였다고 하겠다.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이후 격화되기 시작한 대결과 갈등으로 우리 국민들은 지쳐있고 내전 직전 같이 살벌하고 살기마저 느껴진다. 이러한 때에 열린우리당이 표심을 잘못 읽고 좌파 노선으로 급선회한다면, 피비린내 나는 내전 상태로 빠질지도 모른다.그런 맥락에서 열린우리당이 좌파 이념에 따른 급변 보다는 실용주의 노선에 입각한 경제와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것은 민심을 제대로 읽은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사정도 지금 다 거덜난 상태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백성은 배부르고 평온하기를 발랄 뿐임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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