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관계가 6·25남침 전야 상태로 후퇴한 감을 금치못하게 한다. 미국은 주한미군 3만7000여명중 4000여명을 이라크로 빼가기로 한국정부와 이미 합의했다. 거기서 그치지않고 미국은 앞으로 잔여미군중 8000여명을 더 철수시킬 것이란 전망도 있으며, 동아시아 주둔 미군 주력 지역을 한국에서 일본으로 옮긴다는 말도 있다. 이러한 주한미군 축소와 위상 강등을 두고 그에 대한 해석은 두 갈래로 나뉜다. 김대중에 이은 노무현 정권의 반미친북성향과 남한내 조직적인 반미친북 시위확산 때문으로 보는가 하면,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에 따른 축소로 간주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동기는 두 가지 모두에 연유한다. 하나는 한국정부의 반미친북성향에 기인하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해외주둔군 재배치계획에 바탕한다. 김대중 정권 이후 남한에서는 대통령으로부터 촛불시위자에 이르기 까지 반미친북적 언행이 거칠게 표출되어 왔다. 서울 광화문통의 주한미국대사관 건물은 격렬한 반미시위의 영내진입을 막기위해 전투경찰이 항상 겹겹이 둘러싸고 지켜주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배척과 저주의 과녁으로 변질되었다. 미대사관 외교관들은 아마도 적대국가에 들어와 포위돼 있다는 불안감과 배신감을 금치 못하리라 추측기 어렵지 않다.미국 일부 지도층은 한국정부를 미국의 혈맹이 아니라 ‘중립국’이라고 규정했는가 하면, 한국인들이 원치않으면 주한미군을 즉각 철수시키겠다고 반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적대적 분위기 속에서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하고 한국을 동아시아 미군주력 주둔국으로부터 격하시켜 일본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다. 미국은 일본을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믿고 있는데 반해, 한국에 대해선 그렇지 않은 국가로 간주하기 때문이다.그같은 대조적인 현상은 한일 두 나라 정상들의 말을 통해서도 각기 드러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작년 3월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 전투기 4대가 미군정찰기에 바짝 다가가 적대적 위협을 가한데 대해 북한에 경고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도리어 미국을 나무랐다. 그는 “미국에 대해 너무 나가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측을 두둔했다. 한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지난 1월 그가 너무 “미국편을 들고있다”는 비판에 대해, “일본에 위기가 닥쳐도 유엔은 지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며 “믿을 곳은 미국뿐”이라고 단호히 맞섰다. 이제 미국은 6·25남침 전에 그랬던 것과 같이 미국의 동아시아 방위선에서 남한을 제외시키고 일본으로 다시 물러서는게 아닌가 걱정된다. 1950년 1월 딘 애치슨 미국무장관은 미국의 동아시아 방위선을 알래스카-알류샨 열도-일본-필리핀으로 제한하면서 남한을 제외시켰다. 5개월 후 북한은 자신만만하게 남침을 감행하고 나섰다.그밖에도 남한 사정이 6·25 전과 비슷하다는 점은 주한미군철수 주장 등 반미통일 목소리가 높다는데서도 드러났다. 1949년 3월 소장파 국회의원 40여명은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워 주한미군철수와 남북협상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상정시켰다. 결국 이들중 일부는 북한의 비밀지령에 따른 빨갱이로 밝혀졌고 체포돼 유죄선고를 받았다. 요즘 국회에서도 반미자주를 외치는 목소리가 그때처럼 커져가고 있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일까.주한미군 감축, 일본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미주력군의 이동, 한국내 반미시위 격화, 거칠어져가는 국회내 반미친북 목소리 등을 감안할 때, 오늘의 한국이 6·25남침 전야의 그때 상태로 되돌아가는게 아닌가 우려된다. 한국도 위기에 처할 때 ‘믿을 곳은 미국뿐’임을 직시해야 하며, 국민 모두의 각성이 절실한 시점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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