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퇴임 후 존경 받으려면
대통령이 퇴임 후 존경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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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9-09 11:39
  • 승인 2008.09.09 11:39
  • 호수 750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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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상생(相生)’의 정치를 펼친 지도자로 ‘오래 기억’되기를 바란 것으로 드러났다. 노 대통령에 대한 ‘상생’ 이미지 부각 시도는 퇴임을 앞두고 청와대 정책실이 만든 문건에서 드러났다. 한나라당의 이진복 의원이 입수한 청와대 문서의 내용이다.

정책실은 노 대통령을 ‘상생의 지도자로 국민과 역사에 오래 기억돼야 한다’고 보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 보고서를 접한 후 “보존 가치가 있는 자료”라고 했다.

정책실은 ‘상생’을 내세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였다. 노 대통령을 상생의 지도자로 이미지를 띄우기 위해선 그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들을 긍정적인 낱말로 바꿔야 한다고 예시 하였다. 노 대통령에게 따라다녔던 편가르기를 ‘함께 발전하는’ 말로 바꾸고, 좌충우돌을 ‘소통하는’ 지도력으로 해야 한다고 하였다.

‘상생’은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필수적인 요건이다. ‘상생’은 여야 모두가 서로 공존하며 협력하는 정치력을 뜻한다. 그래서 나는 2004년 4월25일자 ‘일요서울’의 칼럼 ‘협력과 상생의 정치 가능할까’ 에서 노 대통령이 제발 ‘상극’의 정치를 버리고 ‘상생’의 틀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상생’정치를 철저히 외면하였다. 그 대신 그는 상극과 대결, 좌익 코드에 따른 편가르기, 기존 세력에 대한 증오 표출, 등으로 쏠렸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상생’ 정치로 오래 기억되고 싶었다면 재임시 ‘상생’의 정치를 펼쳤어야 했다. 그렇게 하였더라면, 청와대 정책실이 굳이 이미지 조형수술에 나서지 않아도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노대통령을 ‘상생’정치의 아버지 라고 극구 찬양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보수적인 논조를 펴는 신문들과 ‘상생’하기를 거부하고 그들을 적대시하였다. 그는 임기말에 가서는 끝내 정부 부처 기자실 문에 대못질을 하고 말았다.

그는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기존 기득권층을 뒤집어 엎을 듯한 기세로 휘저었다. 그는 “과거사 정리없이는 화해도 불가능”하다며 좌익 세력 집권 이전의 대한민국 역사를 범죄 또는 적대시 하였다.

노 대통령이 ‘상생’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북한의 김정일 이었다. 그에게만은 퍼주고 비위맞춰주며 끌려다녔다는데서 그렇다.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우리 국민들을 첨예하게 대결과 갈등으로 몰고간 지도자로 꼽힌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도 명암으로 엇갈린다. 그에 대한 부정적 기억은 그가 재임중 “입만 열면 거짓말 한다”는 핀잔을 자주 들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2002년 김대중 정부를 “무능 부패 거짓말 4년”이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하면 “국민의 정부”보다는 “거짓말”이란 대목이 먼저 떠오른다.

김 대통령은 퇴임후 훌륭한 대통령으로 오래 기억되기 위해선 정직했어야 했다. 대통령도 인간인 이상 결점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의 결점들 중에서도 기만성이 가장 질적으로 나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상극’정치로, 김 대통령은 “거짓말”로 기억된다. 그들이 퇴임후 반듯한 지도자로 기억되기 위해선 겸손하고 정직했어야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있는 권력에 너무 취해서 였는지, 본성이 그래서였던지 퇴임 후를 생각지 못했다. 결과는 퇴임후 불명예를 대한민국 정치사에 남기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퇴임후 존경받는 지도자로 기억되려면 두 전임자들의 허물을 교훈으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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