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93세로 서거하자, 미국은 물론 전세계 언론들이 그에 대한 숭앙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다만 쿠바 공산독재국가를 비롯 좌파들이 그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았을 따름이다. 노 정치가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를 접하며 문득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추한 몰골들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않았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시위군중에 의해 쫓겨났거나 부하의 총탄에 쓰러져야 했다. 퇴임 후 쇠고랑을 차고 감옥으로 끌려간 대통령도 둘이나 있다. 재임기간중 “입만 열면 거짓말 한다”고 경멸당해야 했고, 엄청난 외화를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몰래 바쳤다가 들통나 부하들을 줄줄이 오랏줄에 묶여 형무소로 가게 한 대통령도 있다. 그런가하면 현직 대통령은 거친 말과 실정법 위배로 임기 1년만에 국회의 탄핵소추를 당하기도 했다미국의 한 역사학 교수는 레이건이 위대한 정치인으로 추앙받는 연유를 이렇게 압축했다. 레이건은 미국인들이 베트남 전쟁 수모, 워터게이트 추문, 이란 인질극, 경제침체, 등의 절망속에서 헤어나려고 몸부림치던 때, “재기와 원기회복의 동력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했다. 특히 “그의 흠 없는 사생활, 절망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신념, 분출하는 활력, 낙관주의, 등은 실의에 빠진 미국민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레이건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들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레이건은 냉전체제 후반기 대통령으로서 반공에 기초한 보수주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그는 소련 공산주의 지도자들이 “세계 적화혁명을 위해 속이고 거짓말하며 어떤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한국인들에겐 북한을 두고 한 말처럼 들린다. 그는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규정했고, 1981년 일찌감치 “공산주의 종말은 시작”되었다며 인류역사에서 “공산주의를 제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레에건의 공산독재에 대한 불신과 증오는 ‘별들의 전쟁’으로 알려진 ‘전략방위구상’(SDI) 군비증강에 나서게 했고, 이것에 대항키위해 군비확장에 맞섰던 소련은 결국 힘이 소진돼 붕괴되고 말았다. 미국 후버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레에건의 일기와 해제된 비밀문서 등을 토대로 레이건이 냉전을 승리로 이끈 주인공이라는 책을 펴냈다.레이건은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확고한 보수주의 신념속에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를 펼쳐 침체속에 빠졌던 미국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었다. 세금감면과 공급측면의 ‘레이거노믹스’는 후에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에 의해 승계돼 미국경제를 다시금 솟아오르게 했다.레이건은 진솔한 보수주의자로서 정부의 권력 제한과 작은 정부를 표방했다. 그는 “정부는 해결사가 아니라 골칫덩어리”라고 규정했다. 그는 자신의 대통령 권한도 각 보좌관과 부처에 많이 위임했고 권력행사나 권위 챙기는데는 관심도 없었다.레이건의 화술은 막말이나 거친말 대신 재치있는 휴머로 넘쳐흘렀다. 그는 백악관의 의전절차가 너무 복잡해 자신의 행동이 부자유스럽게 되자 농담섞인 어조로 좌중을 웃겼다. 그느 “내가 처음 백악관에 들어왔을 때 에드 미즈(보좌관)는 내가 길을 잃을까봐 나의 내복과 T셔츠에 온통 이름표를 꿰매 줬다”.이와같이 레이건은 미국의 적대국가에는 무섭게 맞서면서도 자신의 권력과 권위행사에는 겸손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백성들에게는 부드럽고 휴머로 다가섰다. 그는 존경받지 않을 수 없는 대통령이었다. 대한민국에도 저런 대통령은 언제쯤 나타날는지 마냥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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