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인해 군인들의 대북 경계심이 녹아내려 비상시 북한군의 도발을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그러던중 얼마 전 그래도 아직 까지는 군인다운 군인이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김성만 해군작전사령관이 그 주인공이다. 북한 경비정이 여려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방한계선(NLL)을 연거푸 침범해 들어오자, 7월14일 김 사령관은 북한 경비정의 무선답신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채 즉각 경고사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북한 경비정을 퇴각시켜 놓고서도 상부로부터 문책을 받았다. 북한 경비정의 무선답신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사령관이 보고하지 않은 연유는 ‘중국어선’이라고 거짓말한 북측의 무선답신을 ‘기만 전술로 확신했기 때문’이었고, 보고하면 윗선에서 경고사격을 못하도록 할 것 같기 까닭이었다. 그는 경고사격을 하지못할 경우 북한측에 얕잡혀보여 언젠가는 2002년 서해교전 때처럼 북한 경비정의 치명적인 선제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중장의 경고사격 명령은 전선사수 임무와 대북경계심을 철저히 발휘한 충직한 군인 본연의 정신을 입증해 준 것이다. 그의 올곧은 군인 정신 발휘는 그동안 햇볕으로 무너진 일부 군 간부들의 군인답지 못했던 행태에 대한 반성의 자료가 되기에 충분하다. 3년전인 2001년 6월 북한 상선들이 한국의 제주 영해를 침범했을 때, 우리 군 수뇌부는 김 사령관과 같은 단호한 영해사수 의지도 각오도 보여주지 못했다. 당시 북한 선박들이 영해를 깊숙이 침범해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남한 함정들은 기껏 북측에 교신한다는 것이, “통과가 불가하니 협조해 달라,” “본인의 (북측 선박)방문을 허가해 달라”고 통사정하였다. 영해를 침범한 적에게 무릎꿇고 비는 격이었다. 경고사격 한번 하지 못했다. 북한측은 저와같은 남한측의 엉기는 자세를 보며 남측의 대북 방어전의가 햇볕정책으로 다 녹아버렸다고 확신하고 남한 해군을 얕잡아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02년 6월29일 북한군은 서해상에서 남한 경비정에 겁없이 달겨들어 선제공격을 감행하여 우리 해군 6명을 죽였고 18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북한군이 NLL를 침범했을 때마다 남한 해군이 김 사령관이 그랬던 것처럼 경고사격이라도 먼저 했었더라면, 북한군은 감히 남한 영해로 마음놓고 내려와 6·29 서해 도발을 자행하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다.뿐만 아니라 1999년 북한 경비정과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당시 국방부 대변인은 그것을 중대 도발이라고 하지 않고 싸우고 나면 화목해지는 부부싸움 정도로 비유했다. 집권층의 햇볕정책 코드와 비위에 맞춰준 말이었다. 또한 남한측은 북한군이 휴전선에서 사격을 가하면, ‘오발’같다고 해명해주기도 했다. 북한측이 남한 해군함정의 무선교신 호출에 호응하지 않고 묵살해버리면, 남측은 거리가 멀어 그런 것 같다고 감싸 주기도 했다. 집권층의 코드와 기분에 맞춰 말을 했던 군인들 중에는 실력인지는 몰라도 별을 몇 개 더 단 사람도 있다.언젠가 프레더릭 웨이앤드 미군합참의장은 “미국의 군대는 행정부의 군대라기 보다는 미국 국민의 군대”라고 정의했다. 같은 맥락에서 대한민국의 군대는 김대중이나 노무현 정권의 군대가 아니라 국민의 군대인 것이다.대한민국 국민의 군은 6·25이후 최악상태로 빠진 국민들의 안보를 철저히 지켜줄 책무를 지고 있다. 권력에 잘 보여 보직을 유지하거나 계급장을 몇 개 더 다느니 보다는 김성만 사령관과 같이 조국의 안보를 튼튼히 지켜주기 위해 몸을 던지는 참된 군인이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그런 참된 군인을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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