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을 보고 ‘스파이’라고 규탄했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국방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북한이 기습남침을 자행할 때 서울이 미국의 도움을 받지못한다면, 16일만에 붕괴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휴전선 북방의 북한 “장사정포 1,000여문이 일제히 발사되면 시간당 2만5,000여발의 포탄이 쏟아져 한 시간만에 서울의 3분의 1이 파괴된다”고 경고하였다. 한편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은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충무 900 계획’을 소개하면서 북한이 붕괴될 경우 북한지역에 비상관리본부를 설치해 북한 사회와 경제의 자유화를 관리한다고 했다.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저와같은 두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이 2급 군사기밀 유출행위에 해당하며 ‘스파이 행위’이고, “적국(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 이라고 성토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스파이’로 몰고간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과 일부 국민들은 도리어 열린우리당과 집권세력이 적국을 이롭게 한다고 비판해 왔다. 군사비전용 방지장치 없는 대북 경제지원, 김정일 독재와 악정에 대한 침묵과 덮어주기,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기권, 북한 핵무기에 대한 유화적 태도,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에 매달리는 저자세, 국내 반미친북 분자들에 대한 관용 등이 그것들이다. 최근 집권세력의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또한 대한민국의 안보를 저해하는 것으로서 적국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되고 있다. 심지어 외국 언론은 청와대에 북한 스파이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의 ‘주간문춘’은 지난 3월 25일자에서 ‘노 대통령 탄핵의 진실, 청와대에 북한 스파이가 침투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은 집권세력이라고 비판되어 왔었는데, 갑자기 두 한나라당 의원들이 스파이 혐의를 뒤집어 쓰게 되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군사기밀보호법과 국회법 위반인지에 대한 최종 판결은 사법부가 내릴 일이다. 하지만 두 의원들의 발언 내용들은 적국을 이롭게 한 기밀이라기 보다는 오래전부터 국민들 사이에 안보불안과 우려의 대상으로 떠오르던 대목에 불과하다.북한이 기습남침할 때 미국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서울이 6·25 남침 때처럼 며칠내에 붕괴된다든가, 서울은 북한의 1,000여 장사정포로 삽시간에 초토화된다는 등의 불안감은 국민들 사이에 그동안 회자되어 온 이야기였다. 실상 북한은 1994년 “서울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협박한바 있었고, 장사정포를 믿고 한 말로 분석되었다. 또한 북한의 붕괴에 대비한 여러 비상 대비책들도 동독 붕괴 이후 식자들 사이에서 나돌던 가상 시나리오였다. 만약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국 군부의 북침 계획 같은 것을 폭로했다면, 그것은 ‘적국을 이롭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이 16일만에 점령된다는 경고는 국민들에게 대북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데서 도리어 국가에 해가 아니라 이롭게 한 것이 아닌가 한다. 동시에 서울 점령 경고는 집권세력의 친북유화책에 대한 간접 경고이기도 하다.그런 맥락에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스파이’라고 몰아세우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이 얼마나 불안한가를 자성해야 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이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함께 손잡고 북한으로 하여금 장사정포 1,000문을 당장 후방으로 철거할 것을 촉구하여야 한다. 만약 북한이 그에 호응하지 않는다면, 대북경제지원도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음을 경고해야 한다. 그것이 집권당이 먼저 해야 할 책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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