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대해 막말을 토해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는 헌재의 결정이 “총칼만 들지 않았지 박정희의 5·16 쿠데타와 전두환·노태우의 12·12 군사반란, 5·17 쿠데타에 버금가는 것”이라며 “사법 쿠데타”라고 했다. 그는 당 지도부의 만류로 구두 질의에선 삭제했지만, 미리 배포한 원고에서는 헌재 재판관들에게 “역사의 탄핵을 받기 전에 스스로 내려오라”고 했다. 정작 내려와야 할 사람은 헌재 재판관들이 아니라 이 의원 자신이 아닌가 한다.이 의원은 자유민주체제의 법치주의를 파괴하려는 반체제인지, 아니면 집권세력의 충성경쟁자인지. 헷갈리게 했다. 그밖에도 지난 달 헌재가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내렸을 당시 이미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는 “재판관들을 그대로 놔둘 수 없다,” “군사정권에 빌붙어온 판검사,” “탄핵 대상,”등 마치 재판관들을 불량배나 파렴치범 나무라듯 했다.집권세력의 법질서 유린 언동은 노무현 대통령의 재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대통령은 재야시절 부산 시장 출마 때 이런 말을 했다. 그는 “내게 법 법 하지마라, 내게는 밥이 더 중요하다.” 이 대목은 당시 노무현 변호사가 얼마나 법을 경시하고 있었는가를 반영하기에 족하다. 그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계속되고 있다”고 공언함으로써 합법 보다는 급진적 변혁을 도모하는게 이닌가 불안케 했다. 그는 헌재의 행정수도 위헌 결정에 대해서도 “국회의 헌법상 권능이 손상되었다”고 이의를 달았다. 그 같은 노 대통령의 반응은 그가 재야 시절엔 법보다 밥을 더 중시했고, 지금은 법 보다 권력을 더 중대시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의심케 한다.노 대통령이 헌법과 3권분립 원칙을 경시하게 되면, 권력실세들은 대통령의 법 경시 코드에 맞춰 충성경쟁에 나서게 된다. 그같은 충성경쟁은 예상한대로 헌재 결정에 대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막말 경쟁으로 나타났고, 자유민주체제의 근본과 3권분립에 대한 난도질로 이어지게 되었다. 일반 국민들도 법정 판결에 대드는 버릇을 배우게 된다. 노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누구 보다 5·16 쿠데타, 유신독재, 12·12 군사반란 등의 탈법과 독재를 증오한다고 역설해왔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독재자 못지않게 헌법질서 파괴 언행을 서슴없이 토해낸다는 데서 더욱 실망치 않을 수 없다. 집권세력의 법이탈 언동은 과연 그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정치인인가, 아니면 개인적 영달과 권력쟁취를 위해 민주주의의 탈을 쓴 위선자인가, 또는 혁명적 체제변혁을 기도하는 사람들인가, 혼돈케 한다. 그들이 법을 우숩게 여기는 한, 그들은 지난날 법을 이탈했던 독재자들을 나무랄 자격이 없다.소크라테스는 법을 자신의 목숨 보다 더 중시했다. 그는 젊은이들을 타락시켰고 신을 거역했다는 터무니없는 죄명으로 아테네 법정에서 280대 220으로 사형선고 판결을 받았다. 그의 친구 크리토가 탈옥할 것을 권유했으나 그는 죄가 없지만 법정의 판결에는 승복해야 한다면서 독배를 마셨다. 악법도 법이므로 지켜야 한다는 법언의 근원이 되었다.자유민주주의는 저렇게 생명 보다 법을 더 소중히 여기는 나라에서만 피어난다. 집권세력이 법을 우숩게 여기면, 일반 국민들도 덩달아 사법 판결에 맞서는 버릇을 배운다. 지난 12일 서울 고등법원에서도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지자 가족들이 “재판 똑바로 해”라고 고함을 지르기에 이르렀다. 이 나라는 잔혹한 동물 농장으로 변한다. 집권세력은 법보다 밥이나 권력이 중요한게 아니라, 법이 더 소중함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더욱이 박정희 독재를 비난하기 전 자신들부터 법치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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