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은 대통령 선거를 불과 석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이어서 정치권 전체가 국민들 추석 밥상에 목을 맬 때였다. 그때의 민심을 국민이 다 기억 한다. 도덕적 흠결을 각오해서라도 제발 우리 경제 좀 살려 놓을 대통령을 원하는 민심 향배였다. 이래서 소위 ‘김경준 화약고’와 관계없이 이명박 대통령의 압도적 당선이 예견 됐던 바다.
예상 했던 데로 이명박 대통령은 과반에 가까운 국민 지지를 얻어 호기 있게 집권자로써의 행보를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리가 벌어졌다. 소위 ‘고소영’으로 빈축 받은 인사파동이 일어나면서 묻혀 있던 도덕적 회의감이 고개를 쳐들었다. 대운하 사업에 대한 국민적 반대 여론이 불길처럼 번졌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 명목으로 해치운 쇠고기 파동이 반 이명박 정서의 절정을 보였다.
난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앞이 깜깜해진 북한과의 관계, 국제적으로 마수를 뻗히고 있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이어도’와 고구려 역사를 비롯한 역사 왜곡 작업에 나선 중국과의 마찰, 등 외교적 상태도 최악이다. 더불어 나온 국내 문제가 머리 아픈 정도였다. YTN, KBS로 이어지는 언론 장악 음모설, 흔들거리는 부동산 정책, 뜀박질하는 물가정책, 어느 것 하나 이 정부가 이뻐 보일 구석이 없었다.
이판에 편향적인 종교 관념이 유례없는 불교 사태를 부르고 말았다. 불교계의 정부 압박 시위가 전국 사찰에서 빚어졌다. 이대로면 올 추석 밥상에는 정치보다 종교 갈등이 단연 화두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국민들 입방아에 오를 일은 이같이 부지기수다. 작게는 대통령이 태극기를 거꾸로 든 사건도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는 대외적인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있는 시대적 상황 때문이라는 인식이 없지가 않다. 분명히 이명박 정부로만 돌릴 수 없는 국외적 요소를 알고 있을 우리 국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입장이 옹호 되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 확실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여하한 악조건에서 강한 CEO 이미지를 부각시켜 경제 대통령에 대한 국민 기대를 결집시킨 이 정권의 태생적 문제가 가로 놓여 있는 점이다.
그 둘째가 국민 고통 분담을 설득하고 유도하는 시스템 가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다. 또 신중함이 결여돼 쫓기는 인상의 정책 발표가 국민을 불안케 한 부분도 단단한 몫을 했다. 문제 터질 때마다 외부 탓만 하는 정부 태도 역시 마뜩 할리 없다.
우리 국민들 마음은 누가 무슨 큰 실수를 저질러도 ‘모든 게 내 탓이오’하는 데는 아주 관대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올 추석 밥상에 오를 숱한 현안들이 ‘내 탓’을 모르고 있다는데서 더욱 논쟁이 거세질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즐거운 추석 되도록 슬기를 모으면 얼마나 다행일까 싶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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