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간부들의 생산직 채용 뇌물 수수는 일부 노조가 노동자 위에 군림하는 ‘신 계급’으로 행세했음을 반영한다. 노조는 기업주의 착취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의 기아자동자 광주공장 노조 지부장과 간부들은 같은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들을 취직시켜주는 대가로 억대에서 수천만원씩 사례비를 받아 챙겼다. 노동자 권익을 위한 노조 간부들이 동료 노동자를 착취했고, 그들은 노동자의 ‘신 계급’으로 군림하고 있음을 실증했다.대기업의 노조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경영에도 간섭하며 막강한 힘을 휘두른다. 제조업체에서는 신형 기계를 새로 도입해도 노조가 고용안정과 산업공동화 방지를 내세우며 제품생산수(UPH:시간당 생산량)를 높이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노조는 이권에도 개입하고 회사의 수익을 특정 목적에 사용하도록 주장하며 투쟁을 벌이기도 한다. 저와같은 노조의 월권적 행태는 밀로반 질라스의 ‘신 계급’이란 저서를 떠올리게 한다. 질라스는 유고슬라비아 공산정권의 부총리를 지낸 공산주의자였다. 그는 일찍이 1957년 서방 세계에서 출판된 ‘신 계급’을 통해 노동자를 위한다는 공산당 간부들이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노동자 위에 군림하고 특권을 누리면서 부조리에 빠져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산당의 ‘신 계급’이 노동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공산당의 권력체제를 유지한다고 지적했다.대한민국의 일부 노조 간부들도 노동자이면서 노동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사욕 충족을 위해 노조를 악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문제의 노조 간부들은 노동자 위에 군림하면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신 계급’으로 타락한 것이다.노조 간부들이 ‘신 계급’으로 행세하게 된데는 연유가 있다. 노조가 회사를 전투적 투쟁으로 압박함으로써 경영진을 벌벌떨게 하고, 여기에 노조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전투적 노조 공화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노조는 전투적 힘을 믿고 회사의 경영권에 간섭하며 이권에도 끼여든다. 심지어 반미친북 등 정치적 구호도 내세우며 정치세력화하기도 한다. 결국 외국기업들은 물론 국내기업인들조차도 한국에선 노조 때문에 기업하지 못하겠다고 한숨짓기에 이르렀다.노조는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오직 기업주의 착취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자들의 권익옹호로 그쳐야 한다. 기업 경영에 간섭하고 ‘취직 장사’까지 하며 반미친북의 ‘신 계급’으로 거들대서는 안된다. 다행히도 일부 노조 간부들은 이미 자성의 빛을 보이기 시작한바 있다. 이성진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을 들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은행으로부터 제공받는 승용차와 운전기사를 이미 1년여전에 자발적으로 반납했다. 그는 차량 반납 이유로 “귀족 노조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은행 이미지까지 훼손시키는 것이 안타까워서였다”고 했다.거듭 밝히거니와 노조 간부들은 ‘귀족 노조’나 노동자들의 ‘신 계급’으로 으스대서는 안되고, 노조를 사욕챙기기의 도구로 악용해서는 더 더욱 안된다. 노조 간부들은 단지 동료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동료들을 대신해 나섰다는 겸허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회사가 주는 차량도 반납하는 낮은 자세로 임할 때, 노사 양측 모두로부터 존경받으며 화합과 번영의 직장을 일궈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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