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로 끝난 새국회 풍속도
작심삼일로 끝난 새국회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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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3-24 09:00
  • 승인 2005.03.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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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만은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컸었다. 작년 4월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낡은 정치 타파’와 ‘개혁’을 앞세워 과반수를 점유하게 되었고, 299석중 신인들이 무려 63%나 차지했다는데서 그렇다. 참신한 변혁을 바랐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동안 새국회를 지켜보면서 ‘낡은 정치’ 풍속도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며 기대를 접었다. 국회에서의 난장판 몸싸움은 옛날 그대로이다. 젊은 의원들은 싸움판에서 ‘돌격대’로 앞장서는 것까지 왕년의 ‘낡은 정치’를 닮았다. 국회의원들이 검은 돈을 챙겼거나 실정법 위반 죄로 쇠고랑을 차고 감옥으로 끌려가는 모습도 그 전과 다를 게 없다. 그런가 하면 일부는 재야 운동권 시절 몸에 밴 급진논리를 목청높여 주장하고 나서기도 한다. 그래서 참다못한 열린우리당의 한 3선 중진 의원은 “자기 생각만 갖고 나라를 이끌수 있다고 보나. 어림도 없는 생각이다”라고 초선 의원들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더욱 씁쓸한 새국회 풍속도는 일부 386세대 의원들의 승용차 바꾸기에서도 드러났다. 17대 국회가 작년 열렸을 때만 해도,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소형차를 탄 의원들이 많이 눈에 띄었었다. 그러나 그들은 1년도 못되어 대형 승용차로 갈아치우기 시작했다. 신선하게 튀던 소형차 운전은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난 것이다. 지난달 말 공개된 17대 국회의원 재산변동 내역에 따르면 74명이 차를 바꾸거나 새로 구입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들중 절반 이상이 소·중형에서 준대형이나 대형으로 높였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작년 개원 이후 마티즈를 타고 다녀 눈길을 끌었다. 탈권위주의적 신사고의 정치인이라고 칭송도 받았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는 최근 그랜저XG를 리즈하여 타고 다닌단다. 뿐만 아니라 재산공개에서 마이너스 4,700만원을 신고한 한 의원은 3,000만원대의 체어맨을 구입했고, 부채가 9,700만원이라던 의원도 에쿠스를 새로 탄다고 한다. 하지만 영국 일본 대만 등에서는 의원들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하원 의원들중 29명은 생활비 부족으로 의사당 사무실에서 잠을 자며 생활한다고 2년전 보도된바 있다 물론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소형차를 대형 차로 바꾸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선거때는 소형차를 타며 유권자들에게 검소하고 청빈한척 했다가도 당선 되고나서는 대형으로 바꿔치는 행위는 겉과 속이 다른 태도이다. 먼저 소형차를 대형차로 업그레이드하기에 앞서 의정활동부터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개혁’을 해야한다고 외쳐대지만, 선배들 보다 말만 앞설뿐 구태의연하다는 데서 국민들의 실망은 더욱 크다. 작심삼일은 180도로 바꿔버린 열린우리당의 명절 때 선물 주고받기 운동에서도 나타났다. 작년 추석 때만해도 열린우리당은 선물 주고받기를 ‘구시대의 유물’이라며 금지시켰다. 그랬던 열린우리당은 지난 1월 구정을 앞두고 너덧달만에 ‘설 연휴 10대 행동수칙’을 발표하며 경기회복을 위해 “작은 선물 주고받자”고 돌변했다. 집권당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 ‘개혁’을 외치는 집권당이 어느새 편의주의에 물들어 ‘구시대의 유물’로 퇴색했음을 반영한다.국회의원 되면 유권자들과 동거동락하기 보다는 큰 차부터 챙기며 권위주의에 빠져들고 집권당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원칙없이 왔다 갔다 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17대 국회에도 기대를 걸지 못하며 ‘개혁’구호에 염증을 느낀다. 이 나라에서도 정말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개혁’할 국회는 언제쯤이나 들어설지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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