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덫에 걸린 현정은과 재미동포
금강산 덫에 걸린 현정은과 재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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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9-20 09:00
  • 승인 2005.09.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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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금강산 덫에 걸렸다. 현 회장의 대북사업이 갑자기 김정일의 변덕과 오만방자한 요구로 포기의 기로에 직면했다는데서 그렇다. 현 회장이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을 비리 문제로 해고하자, 김정일은 자신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며 복직 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 회장이 내부문제라며 거부하자, 김정일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막갔다. 김정일은 느닷없이 금강산 관광객 수를 하루 1,000명에서 600명으로 깎아내리게 했다. 그는 이미 약속했던 백두산 관광을 위한 사전 답사 등 협의를 거부케 했다. 그는 또 현 회장이 입북하자, 모욕감을 느끼도록 냉대케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현대와 2000년 합의한 ‘7대 독점권사업’의 일부를 다른 기업에 넘기겠다고 협박케도 했다. 재미동포 사업가 김찬규 사장은 북한에 투자했다가 돈만 날리고 배신감속에 포기해야 했다. 그도 ‘민족’이란 미명하에 단물만 빨아먹고 차버리는 평양 덫에 걸렸다. 그는 북한사업 체험기 ‘아 평양아…’를 통해 북한사업 과정에서 겪은 좌절과 배신감을 토해냈다. 김사장은 체험기에서 ‘16년간 같은 동포를 돕자는 마음으로 대북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배신감 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평양에 봉제공장을 세워 고생 끝에 장사가 될만하자 북한측이 터무니 없이 임금인상을 요구했고, 남한과의 문제가 발생하면 입북을 거부하곤 했다고 한다 그는 결국 견디다 못해 공장문을 닫아야 했고 투자한 기계설비는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북한의 그러한 파렴치한 작태가 남한 대통령들에 의해 길이 잘못들여진 탓이라고 적시했다. “자기 임기 중에 한 건 올리겠다는 욕심에 북한 말을 너무 쉽게 들어준 한국의 대통령들과 정치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할 대목이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끌려다니며 비위 맞춰주고 퍼주어 잔인무도한 독재자 김정일을 오만방자하게 키워주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북한측은 현 회장이 김정일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수령님’에 대한 ‘모독이고 배신’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모독하고 배신한 측은 분명히 김정일이다. 김정일이 시아버지와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사업을 이어가는 장본인 현 회장을 버러지 처럼 짓밟기 때문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을 위기로 몰고가면서까지 대북투자에 나섰고, 몽헌씨는 대북사업으로 자살까지 했다. 현대는 북한에 10억5,000만달러(1조5,000억여원)를 송금하거나 투자해 경제붕괴로 흔들리던 김정일 권력을 안정시켜주는데 기여했고,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비로 충당할 수도 있게 했다. 김정일의 ‘선군정치’도 도운 셈이다. 김정일은 현회장이 김윤규 부회장을 복직시키도록 노대통령에게 직간접으로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아니면 노대통령이 김정일이 화날 것을 두려워해 알아서 ‘남북화해 분위기 조성’이란 미명아래 현 회장에게 김정일의 말을 들어주라고 암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 회장은 거기에 굴복해선 안된다. 일단 김정일의 오만방자한 압력에 무릎꿇게 된다면, 그것은 남한이 김정일의 지시를 떠받드는 북한 로동당 서울 지부로 전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머지 북한 진출 기업인들도 현정은과 김찬규와 같은 운명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김정일의 부당한 요구를 내정간섭으로 규정, 엄히 항의해야 한다.현 회장은 9월12일 “비굴한 이익 보다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고 선언했다. 비굴하게 굴복지 않겠다는 결연한 투지 표명이었다. 현 회장은 이 나라 대통령들이 잘못 길들여놓은 김정일과 외롭게 싸우고 있다.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와 같이 강인한 ‘철의 여인’되어 잔혹한 독재자의 버릇을 고쳐주기 바란다. 한국 남성들이 못한 일을 대신 해주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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