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이 대한민국의 주적을 북한에서 미국으로 바꾼 것 같아 걱정이다. 노정권은 주적인 북한 공산정권을 옹호하고 혈맹인 미국을 동내 북 치듯 두들겨댄다는 데서 그렇다. 얼마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북한은 범죄 정권”이라고 말한데 대해서도 그랬다.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은 버시바우의 대북 비난이 “주재국의 외교정책에 간섭하려는 건방지고 방자한 태도” 라며 “대사가 아니라 총독처럼 행세하려 한다”고 막말했다. 그러나 “범죄 정권”이라는 지적은 사실 그대로 표현한 것이고 한국에 대한 간섭과는 전혀 무관한 말이었다. 건방지고 방자한 측은 버시바우가 아니라 그것을 왜곡해 막말한 김의원이다. 도리어 “총독 행세”를 한 자는 버시바우가 아니라 지난 8·15 남북 공동행사 때 서울에 내려와 “미군철수하라” “보안법폐기하라”고 내정간섭한 북한 로동당 당원이었다. 하지만 김의원은 그때 오만방자하게 날뛰었던 공산당원에게는 “총독 행세” 말라고 한 마디 못했다.김의원 발언이 있은지 이틀만에 이번에는 김원기 국회의장이 버시바우를 치고 나섰다. 그는 버시바우의 발언이 “수위를 넘은것 같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가세했다. 대한민국의 입법부 수장이 김정일을 비호한 발언이야 말로 “수위를 넘은 것”이 아닐 수 없다. 김의장의 버시바우 때리기는 그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 국회의장이 아닌가 착각케 했다.북한 정권이 “범죄 정권” 이라는데는 전 세계가 공감한다. 남한과의 상습적인 합의사항 파기, 수백만 자국민들을 굶겨죽이면서도 핵무기를 제조하는 호전성, 무자비한 인권 탄압, 국가권력에 의한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 거듭되는 주민들에 대한 공개처형 등은 21세기 인류가 북한을 “범죄 정권” 이라고 낙인 찍기에 충분하다. 피터 피츠제럴드 미국 상원의원은 북한을 “정부를 가장한 마피아 조직”,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김정일을 “상습적인 약속 파기자”, 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은 그를 “10대 깡패 두목”같다고 했다. 지난 12월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가 북한의 위조지폐에 대해 보도했을 때도 국가정보원이 나서서 북한편을 들었다. 한 국정원 당국자가 통일부 기자단에 전화를 걸어 위조지폐 보도를 근거 없는 것이라고 해명해 주었다. 그러나 미국은 며칠뒤 북한이 1989년부터 위조해온 증거를 확보했다며 100달러 위조지폐를 연도별로 제시했다. 북한이 달러를 위조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온 세상에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그렇든 아니든 그것을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나서서 아니라고 부인해주었다. 국정원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 로동당의 정보기관인지 헷갈리게 했다. 국정원은 간첩 잡는데가 아니고 미국 잡는데로 구조조정된게 아닌가 혼란스럽게 했다. 뿐만 아니라 노정권은 생명을 걸고 서울로 탈출한 탈북자들이 북한 “범죄 정권”에 대해 공개적으로 증언하려 해도 그들의 입을 틀어막곤 한다.노대통령은 아예 노골적으로 김정일을 공개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주문까지 하였다. 그는 작년 11월 부시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쁜 사람이지만,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해서는 안된다”며 김정일 편에 섰다. 이 나라 집권세력은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장 및 의원에 이르기까지 김정일을 옹호하고 나선다. 반대로 미국에 대해선 동내 북 치듯 두들겨 팬다. 어느새 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에서 미국으로 뒤바뀐게 아닌가 불안케 한다. 노정권도 대한민국을 지켜줄 나라는 미국뿐이고 김정일은 이 나라의 숨통을 단칼에 끊으려 미소짓는 빨갱이임을 모를리 없다. 그런데도 김정일을 옹호한다. 그 저의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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