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탓' 모르고 '네탓' 만 하는 대통령
'내탓' 모르고 '네탓' 만 하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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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3-02 09:00
  • 승인 2006.03.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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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일이 잘못되면 ‘내탓’으로 받아들여 자성하기 보다는 ‘네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네탓’ 습성은 새해 들어와서도 예나 다름없다. 2월 초순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 일부 내정자들 중에는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노대통령은 도리어 비판하는 사람들의 동기가 불손하다고 되받아쳤다. 그는 “청문회 과정이 정쟁의 기회로 왜곡되거나 변질되는 현상”이라고 반격했다는데서 그렇다. 그는 문제를 제기한 의원들을 질타하기 보다는 자신의 내정자 선택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반대로 그것도 ‘내탓’이 아니라 ‘네탓’이라고만 들이댔다. 이해찬 총리도 2월 하순 국회 답변을 통해 언론 탓만 했다. 정부의 경직된 언론 자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그는 일부 언론이 “악의적인 왜곡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신문을 안보는게 오히려 세상을 옳게 보게 된다”고 쏘아붙였다. “악의적인” 답변이 아닐 수 없다. ‘내탓’이 아니라 ‘네탓’으로 떠넘긴 것이다.지난해 노대통령은 국민들의 불만과 원성이 높아져 갔을 때도 그에 대한 책임을 엉뚱한데로 쳐냈다. 그는 “여소야대 대통령에게 경제, 부동산, 노사문제 등을 다 해결하란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자신에게 실정의 책임은 없고 과반수 의석을 점유한 야당들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라는 변명이었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1년여간 여대야소의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을 때도, 국정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대결과 혼선으로 몰아 넣었었다. 그가 여소야대 때문에 국정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는 것은 ‘내탓’ 보다는 ‘네탓’에만 익숙해져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그는 국정 혼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질타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호남과 영남의 ‘지역구도’로 전가한바 있다. 그는 한국의 정치적 문제점은 영호남 지역구도 때문이라며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 혼란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게 아니라 영호남의 지역구도 정치에 있다는 말이었다. 이 역시 그가 자기 성찰 보다는 잘못된 일을 남의 탓으로 떠넘기는 습성에 젖어 있음을 또 다시 확인해 준 사례였다.노대통령의 ‘네탓’은 취임 초부터 나타났다. 그는 취임하면서부터 자신의 좌파 코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과 비판이 들끓자, 신문의 왜곡과 횡포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신문만 안보면 다 잘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게 다 잘 되어가고 있는데 일부 신문들이 어둡게 왜곡한다는 말이었다. 얼마 전 일부 신문들이 “악의적인 왜곡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라고 후려친 이총리의 독설도 노대통령의 비판 신문 때리기를 그대로 추종한 것으로 보였다.노대통령은 ‘네탓’ 습성을 하루속히 버려야 한다. 그리고 진솔한 자기 반성으로 잘못을 바로잡아 가야 한다.어느 조직체이건 그 지도자가 자신에 대한 비판의 글을 외면한다는 것은 자신을 장님으로 만드는 자해행위이다. 그리고 비판의 목소리를 거부한다는 것은 스스로 귀머거리로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대통령의 ‘네탓’ 반격은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크게 잘못된 습성이다. 스스로를 장님과 귀머거리로 만들어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더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네탓’ 습성으로부터 하루속히 벗어나 ‘내탓’을 말하는 정직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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