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아부하는 자 설 땅 없을 것
권력에 아부하는 자 설 땅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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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3-08 09:00
  • 승인 2006.03.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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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3년 전 취임하자 마자 멋진 말을 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는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설땅이 없을 것이며 오로지 성실하게 일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시대가 열릴 것” 이라고 역설했다. 상대방의 비위나 맞추고 알랑거리는 아부의 말은 꿀을 바른 독과 같다. 지도자가 아부를 받아 먹으면 삼킬 땐 달지만 독으로 망가지고 만다. 권력 중심에 아첨하는 사람들이 들어가 국정을 휘젓게 되면, 나라는 독으로 병들지 않을 수 없다. 이승만 정권 때 그랬고, 박정희 정권 말기에도 그랬다. 그래서 노대통령이 아부하는 사람들을 배척한다고 했을 때, 필자의 귀가 번쩍 틔었고 크나 큰 기대를 걸었었다.하지만 노대통령은 자신의 언약과는 달리 아부하는 사람들을 골라서 권력 핵심에 앉히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우가 많다. 지난 2월 자리를 떠난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노대통령이 골라 앉힌 그런 류에 속한다. 조씨는 홍보수석이 되기 전 대학교수 시절부터 노무현 세력을 향해 듣기 좋은 말을 쏟아냈다. 그는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 전날 정몽준씨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자, 정씨에 대해 입에 담지못할 험담을 써 재꼈다. 그는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정씨에게 “배반과 변절의 끝을 보여주자”고 모욕했다. 노후보가 듣고 싶었던 험한 말을 조씨가 대신 터뜨려 준 것이고 노후보의 마음에 꼭 들기에 족한 아부로 읽혔다. 그 후에도 조씨는 대학교수로선 어울리지 않는 권력 지향적 발언을 삼가지 않았다. 그런 아부 때문인지 조씨는 노대통령에 의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발탁되었고, 청와대에 들어가서는 더 기세를 올렸다. 그는 노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지도자와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했다. 김정일을 신격화하기 위한 북한 로동당 선전부장의 아부를 뺨칠만한 용비어천가였다.노대통령은 조씨를 청와대로 끌어들임으로써 아부하는 사람을 도리어 더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조씨의 후임으로 뽑은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도 조씨에게 뒤지지 않았다. 그는 홍보처 차장 시절이었던 작년 10월 노대통령에 대한 별난 충성심을 드러냈다. 그는 경제정책과 관련해 “박(정희) 전대통령이 고등학교 교장이라면 노대통령은 대학교의 총장 격”이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데서 그렇다. 그밖에도 그는 두드러지게 노대통령을 비호하고 비판 언론을 공격하는 글을 앞장서서 썼다.노대통령은 이수석을 직접 발탁했다고 한다. 그가 아부를 매우 좋아함을 직접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 주변에선 “제2의 조기숙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렸다고 한다.보건복지부장관으로 발탁된 유시민 의원도 그렇다. 그는 그동안 노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서라면 부끄럼없이 막말을 마구 쏟아냈었다. 그는 노대통령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맹공했던 것처럼, “동아 조선일보는 독극물”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야당이 노대통령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비판하자, “낙하산 인사도 왕왕 필요하다”고 대통령을 변호하고 나섰다. 그의 집권여당 동료 의원까지 그의 인격 됨됨에 대해 ‘싸가지’ 운운하기에 이르렀다.저같은 몇몇 사례들만 보아도 노대통령은 아부하는 사람을 권력 핵심에 들여앉히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꿀 바른 독을 마시는거나 다름없다. 노대통령의 집권 3년에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도 그의 아부 코드 인사와 무관치 않다. 노대통령은 “아부하는 자는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3년전의 언약을 지켜주기 바란다. 그래야만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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