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辱)하면서 배운 신 특권층 세계
욕(辱)하면서 배운 신 특권층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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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9-16 12:43
  • 승인 2008.09.16 12:43
  • 호수 751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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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표현 가운데 욕 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세상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누구나 말뜻을 공감 하리라고 본다.

이는 또 역사가 반복 된다는 말과 부합 될 만하다. 좋지 않은 일로 경멸당했던 역사를 답습하는 일이 우리 정치사에 자주 일어났다. 사람들 마음속에도 마찬가지 정상이 꿈틀거린다. 누가 땅 투기해서 돈 번 소문을 들으면 입으로 ‘투기꾼’을 욕하면서 마음으로 부러움을 갖는 인지상정을 부인 할 수 없다.

한 열흘 전에 이전 정권의 실력자들이 총출동한 초호화판 골프장 결혼식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 호화 잔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도와줬다’고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장남과 장녀가 두 시간 간격으로 같은 잔디 위에서 결혼하는 행사였다. 장남이 노 전 대통령의 이병완 전 비서실장 차녀와 맺어졌으니 두 결혼식 주례를 맡은 노 전 대통령 마음이 얼마나 흐뭇했겠나 싶다.

특권층이 끼리끼리 아들 딸을 결혼 시켜서 사돈이 또 사돈이 돼가는 이 땅의 혼맥 문화는 하나도 새삼스러울 일이 못 된다. 그래서 노무현 사람들이 혼맥을 통해 뿌리를 깊게 하고 넓히는 문제엔 별 관심 가질 필요 없다. 다만 빨간색 경비행기가 하늘에서 뿌린 오색 종이를 맞으며 노 전 대통령이 말한 “대통령이 주례하는 일은 드물지만 이 정도 결혼식이면 큰 기쁨”을 누린 그 사람들에 관한 문제가 가히 희극적이다.

그들은 집권 전까지 특권세력, 부유층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일로 정치적 입지를 마련했던 사람들이다. 민주당 비주류로 맴돌았던 노 전 대통령이 집권 할 수 있었던 선거 기적은 이래서 가능했었다. ‘서민 대통령’ 이미지가 주효 했던 것이다. 그는 집권 후에 강남 사람을 정치적 주적(主敵)으로 삼아 입지 강화를 꾀했다. 말끝마다 우리사회 양극화 문제를 제기해서 국민 편 가르기로 지지세 확장을 노린 것이다.

장관들에게 강남 사람과는 밥 먹지 말라는 말 표시를 낼 정도였다. 마치 한국이 빈부의 두 나라로 대치돼 있는 듯 만들었다. 이랬던 사람들이 골프장 잔디 위에서 새 특권층이 살아가는 모습을 국민 앞에 스크린같이 보여줬다. 하긴 강남 욕하면서 강남에 대형 아파트를 소유한 것이나, 미국 욕하면서 남 먼저 제 자식들 미국 유학 보낸 것이나, 낯 뜨거움을 가릴 사람들은 벌써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들이 그처럼 떠받들 흉내를 냈던 서민들이 지금 하루 생활이 고단하고 힘들 때다. 중산층 근간이 흔들리는 지경이다. 이런 때 보란 듯이 그런 식의 세 과시를 하고 있는 심사가 뭔지 모르겠다. 무슨 ‘몽니’를 부리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특권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겠다던 사람들이 특권의 단맛에 취해 있는 상태를 국민이 어떤 눈으로 보는지는 이제 그들 안중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욕 하면서 배운 특권 놀음을 아주 과감하고 유감없이 한번 발휘해 보자는 심사였는지는 그들만이 알 일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특권층의 끼리끼리 혼맥 잇기를 신(新)특권층 그 사람들이 가장 혐오 했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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