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나라 집권세력은 비판에 직면하면 상대편의 과거 약점을 들먹거리며 기를 꺾으려 한다. 그것도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들이대기도 한다. 비열한 짓이다.
노대통령은 군 출신 원로들이 전시작전통제권 단독 행사 추진을 극구 반대하고 나서자, 갑자기 그들의 과거사를 끄집어내 반격했다. 그는 지난날 군 수뇌들이 “작전통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것이냐”며 “직무유기한 것 아니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12월21일 반격했다.
하지만 전직 군 수뇌들은 전작권 단독행사 없이도 긴밀한 한·미연합 작전체제하에 작전통제를 ‘제대로’ 했다는데서 ‘직무유기’ 한바 없다. 오직 그들은 전선에서 북한 공산군과 싸워 죽지 않고 살아남았으며 평생을 고된 병영 생활 속에서 조국의 안보를 지킨 노병들이다. 근거없는 비난이고 역전의 노병들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그로부터 나흘 후 열린우리당의 우상호 대변인도 전작권 반대 인사들 중에는 “무기 비리로 구속된 사람, 독재정권 앞잡이 한 사람,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진압군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사람들이 안보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고 되물었다.
“안보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따진다면, 현 집권세력 자신들부터 자성해야 한다. 집권세력 중에는 과거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형을 산 사람, 김일성을 추앙하는 주사파 출신, 불법 시위로 구속되었거나 형을 산 사람, 북한 핵무기는 ‘방어용’이라는 사람 등도 있다. 노대통령도 대한민국의 실정법 위반으로 21일 동안 구류된 바 있다. 집권세력이 재야 시절 반정부 시위 할 때, 군 원로들은 싸늘한 군 막사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불침번을 섰다.
심지어 집권세력은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서도 과거를 왜곡해 매도했다. 김추기경이 집권세력의 친북반미 좌파 노선에 대해 걱정하며 거듭 힐난하자, 집권세력과 코드를 같이 하는 한 신문사 논설위원은 김추기경의 과거 민주화운동이 ‘과대포장’되었다고 2004년 1월 폄훼했다는 데서 그렇다.
김추기경의 민주화운동 ‘과대포장‘은 천부당만부당한 왜곡이다. 김추기경은 분명히 권위주의 시절 자유와 인권을 위해 통치자에 맞서 쓴 소리를 서슴지 않았던 이 나라의 존경받는 양심이다. 전 세계가 존중하고 있는 김추기경의 자유와 인권 발자취마저 비틀어댄 것이다.
그런가하면 집권세력은 일본 식민통치하에서 항일 독립운동으로 투옥까지 당해야했던 조병옥 박사의 과거사마저 들먹이고 나섰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집권세력에 쓴소리를 퍼붓자, 열린우리당의 김희선 의원은 그의 부친인 조박사를 “철저한 친일 인사이자 (일제의) 앞잡이였다”고 2003년 12월 망언했다.
상대편의 충정어린 비판을 봉쇄하고 기를 꺾기 위해 과거의 약점을 들춰내며 왜곡하는 습성은 비열하고 추한 작태이다. 시정잡배나 할 짓이고 대한민국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유치한 행태이다. 집권세력답게 정연한 논리와 당당한 자세로 임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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