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대통령의 실패한 신년 연설
실패한 대통령의 실패한 신년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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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2-01 15:38
  • 승인 2007.02.0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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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3일 밤 TV 생중계를 통해 60분에 걸쳐 ‘신년 특별연설’을 했다. 그는 신년 연설에서 자신이 “성공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연설을 통해 실패한 대통령이 아니라고 국민들을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한 시간 내내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것만 생생히 각인시켜 주었을 따름이다.

그의 신년 연설은 체계적이지 못했고 산만했으며 초점을 잃었다. 그는 실패한 4년 치적을 옹호하기 위해 전임 대통령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그들을 끌고 들어갔다. 언론에 실정의 책임을 떠넘기는 대목은 이번 연설에서도 빠짐없이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그는 200자 원고지 216장의 2시간 30분 연설 분량을 60분으로 요약하는데 실패했다. 그는 가볍게 넘어갈 대목에서 장황하게 맴돌았는가 하면, 무게감 있게 언급할 항목에서는 시간관계로 생략하는 등 뒤죽박죽 이었다. 한마디로 그의 신년 특별연설은 실패한 대통령에 의한 실패한 연설이었다.

그는 6∼7개 분야에 걸친 연설 내용 중 경제·민생 문제에만 무려 33분, 절반 이상을 썼다. 그리고는 “시간이 안 되겠는데요”라며 시간에 쫓기는 초조함을 보였다. 그는 그 후에도 “아무래도 시간 조절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9시간 있었으면…” 등 가는 시간을 탓했다. 그의 시간조절 실패는 60분이 짧아서가 아니라 요약할 능력이 부족해서였고, 애당초 긴 연설 분량을 요점적으로 발췌하지 못한데 연유했다.

그는 때때로 앞뒤가 맞지 않는 자가당착적인 말을 여기저기서 토해 내기도 했다. 그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면 성장 우선이 아니라 ‘빈부 양극화’를 해소하며 ‘함께 가는 경제’ ‘동반 경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동반 경제’가 아니라 ‘성장 우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원리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그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을 희생하더라도 배분 우선의 ‘동반 경제’로 가야 한다고 정직하게 말했어야 옳다. 그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그는 아파트 값 폭등에 대해 거듭 “죄송합니다.” “미안 합니다.” “한 번에 잡지 못해 미안합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파트 값 폭등을 한 번에 잡지 못한 까닭은 많은 사람들이 강력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반대하는 바람에 “절반 밖에 취하지 못한 탓”이라고 변명했다. 부동산 폭등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긴 것이다.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한 대목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책임전가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책임 전가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실정의 근원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이 선임 대통령들에게 실정의 책임을 씌운다는 것은 예의상 옳지 않은 짓이다.

그는 60분 연설 동안 북한의 핵폭탄 실험과 위협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화 낼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노대통령은 선배 대통령들에게는 실정의 책임을 따지면서도 김정일에 대해서만은 말 한 마디 못했다.

4,800만을 절멸시킬 핵무기를 손에 쥐고 위협하는데도 김에 대해서는 그저 계속 굽히고 들어가는 인상을 주었다.

그의 이번 신년 특별연설은 국민을 설득한 게 아니라 실망시켰다. 실패한 대통령의 실패한 연설을 밤잠설치며 지켜보던 필자는 그저 시간이 아까웠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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