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조크와 노무현의 막말
부시의 조크와 노무현의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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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3-07 10:55
  • 승인 2007.03.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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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말솜씨는 서로 다르다. 부시 대통령은 구수한 조크(농담)와 포용으로 친근감을 주는데 반해, 노대통령은 막말과 오기로 당혹감을 준다.

부시 대통령은 때때로 영어 발음을 엉성하게 한다. 그래서 그는 자주 “내 말솜씨가 별로지 않습니까”고 실토한다. 하지만 그는 부족한 말솜씨로 생긴 난처한 입장을 조크로 넘기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넓은 도량으로 받아들여 존경을 산다.

그는 지난 1월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행한 국정연설에서도 발음을 틀리게 했다. 그는 야당인 민주당을 ‘데모크라틱 파티’(Democratic Party)라고 했어야 옳았는데, ‘데모크랏 파티’(Democrat Party 민주주의자당)라고 잘못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며칠 후 민주당 하원의원 수련회에 초청돼 연설하던 중 국정연설에서 틀리게 발음했던 단어를 다시금 꺼내 좌중을 한바탕 웃겼다. 그는 얼마 전 ‘민주당’을 ‘민주주의자당’이라고 발음한데 대해 원래 말재주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오죽하면 내가 영어를 망친다고 하겠어요”라고 자책하고 사과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공화당 ‘리퍼블릭칸 파티’(Republican Party)를 공화국당 ‘리퍼블리 파티’(Republic Party)로 틀리게 발음해 줌으로써 민주당 의원들을 크게 웃겼다. 그는 남의 당인 민주당은 물론 자신의 공화당 명칭조차 제대로 발음할 수 없다는 시늉을 낸 것이다.

그는 2005년 11월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회견을 마치고 무대 뒤로 퇴장하던중 엉뚱한 문을 잡아당겼다. 또 다시 잡아당겼으나 잠겨져있는 문이 열릴 턱이 없었다. 난처해진 순간 부시 대통령은 돌아서서 청중을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도망치려고 했는데 문이 안 열린다”고 순발력 넘친 조크로 폭소를 자아냈다.

부시 대통령에 비해 노대통령은 거칠고 막말을 자주 한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 “남북대화만 성공하면 나머지는 깽판쳐도 좋다”고 했다. ‘깽판’발언에 대해 비판이 빗발치자, 그는 부시처럼 사과와 조크로 넘기지 않고 오기로 맞섰다. 그는 ‘깽판’벌언을 언론이 비판한다면서 “속상해 한번 더 하겠다”며 ‘깽판’이란 단어를 또 다시 토해냈다. 그가 편협한 오기로 들끓고 있음을 반영한 대목이다.

그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자신을 비판하자, “족벌 언론의 횡포”라고 폭언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는 사사건건 부시를 호되게 비판한다. 두 신문들은 몇 대 째 가족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부시는 그들을 가리켜 “족벌 언론의 횡포”라고 막말하지 않는다.

노대통령은 백발이 성성한 원로 예비역 장성들이 전시작전권 단독행사 추진을 비판하자, 과거에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내고”라고 했다. 아버지뻘 되는 원로들의 충정어린 고언을 불량배 나무라듯 모독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그는 경제점검회의에서는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이 대통령의 말 때문에 국민들은 ‘불안’해 한다며 “가만히 계셔달라”고 하자, “모욕적”이며 “당황스럽다”고 화를 발끈 냈다. 관용과 포용 대신 신경질적 독선에 빠져있음을 드러낸 편협한 면박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재치있는 조크로 친근감이 넘쳐나고 비판자에 대한 포용과 여유로 받아들인다. 그에 반해 노대통령은 오기와 적개심으로 들끓고 발끈 발끈 화를 잘 내며 막말한다. 노대통령도 조크와 관용으로 국민을 포용하는 여유로운 지도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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