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의 청각장애 증세
이 사람들의 청각장애 증세
  •  
  • 입력 2007-07-04 10:45
  • 승인 2007.07.04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자 언론 정치면 보도를 접하다보면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고 뜨면 쏟아져 나오는, 특히 대선출마를 선언했거나 저울질하고 있는 대통령 꿈꾸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화젯거리에 국민 마음이 어떨지 몹시 궁금하다. 모르긴 해도 차라리 눈을 감고 귀까지 막고 싶을 때가 적잖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귀를 막고 있거나 귀가 고장 나서 청각 장애를 일으키고 있는 사람은 소위 대선주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가운데 다 들어있는 것 같다. 저마다 아전인수식 논리를 구상해내 자기합리화를 꾀하는 것이나, 치고 빠지는 말장난을 두고 보자면 과연 저 사람들에게 국민소리 듣는 귀조차 달렸는지 의심 될 지경이다.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직(職)에서 물러난 지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섰고, 국민지지율 1~2%를 넘지 못하는 주자들
끼리 도토리 키 재기 하는듯한 경쟁을 벌이는 것 또한 유권자들 보기엔 가관의 모습일 뿐일 것이다. 그보다 또 ‘내가 한나라당 그 자체다’라고 했던 사람이 도저히 한나라당 주자 3등을 뛰어 넘을 수 없게 되자 탈당한 지 100일 하루 앞둔 날에 범여권 후보 경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민심 대장정 100일’ 같은 유권자 관전거리도 일절 장만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 쪽 가서는 1등 하기가 여반장처럼 쉬울 것이란 계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가 한나라당을 탈당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 무렵부터 벌써 그는 범여권 대선 예비주자로 줄곧 1위를 달렸던 점을 이번 배경으로 치면, 그로해 의미가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이제 또 ‘한 알의 밀알’ ‘한낱 불쏘시개’로 한 몸을 던질 각오라고 했다. 나아가 자신의 범여권 통합론을 ‘사회통합과 남북통일을 향한 백범 김구선생의 염원’에 비유해서 인용하는 듯한 가당찮은 자기포장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함부로 ‘백범’을 팔았다간 지하의 백범 선생이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일이 생길까 겁난다.

정말이지 이 사람들에게 듣는 귀, 청각기능이 멀쩡한 귀가 붙어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유권자들이 오늘의 이런 정치형국을 보고 어떤 말들을 하고, 무슨 소리를 내고 있는지 억지로라도 귀를 열어 듣고 느낀 점이 있으면 모두가 이러지는 못할 일이다. 절에 있는 부처님 불상이나 관음보살상의 귀가 파격적으로 큰 것은 중생의 괴로움을 많이 듣고 자비를 베푼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일 게다.

하물며 현실의 정치지도자를 하고, 국가를 이끌겠다는 사람들이 도무지 국민의 소리를 귀담을 줄 모르고 청각기능에 심한 장애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오늘 이 현상이 너무 개탄스럽다. 무릇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큰 소리에 작은 소리까지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또 가까운 곳 뿐 아니라 먼 곳 소리를 듣는 슬기를 함께 가짐이 치국수단의 기본일 것이다. 그런 것을 꼭 대통령을 하겠다는 이 사람들만 모르고 있으니 답답하고 불안만 할 따름이다.


‘용비어천가’에서 태조 이성계의 귀가 유독 크게 묘사된 것도 태조가 백성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다는 뜻과 의미를 담아내기 위함이었을 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