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약’이 ‘악몽’으로…무너진 이웅열 넷째 자식 ‘인보사’ 퇴출
‘꿈의 신약’이 ‘악몽’으로…무너진 이웅열 넷째 자식 ‘인보사’ 퇴출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9-05-29 09:30
  • 승인 2019.05.29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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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출시 2년 만에 허가취소…허위자료 제출 혐의 검찰 고발키로
코오롱생명과학과 한국먼디파마는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 시술 건수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600건을 돌파했다고 21일 밝혔다. 2019.02.21.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제공)
[홍보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넷째 자식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했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개발에 나선 지 20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놓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8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와 법인을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소액주주, 인보사를 사용한 일부 환자들까지도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면서 코오롱그룹 전체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번 일로 업계는 코오롱그룹 바이오 사업이 절체절명 위기에 빠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식약처 ‘허가당시 연골세포라고 제출한 자료…허위로 밝혀져’

그랬던 인보사가 지난달 28일 허가 취소, 허위 자료 제출, 형사고발이라는 최종 결과를 맞았다.

식약처는 이날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진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경위와 이유를 입증할 수 있는 일체의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를 벌여왔다. 인보사에 대한 자체 시험검사, 코오롱생명과학 현장조사, 미국 현지 실사 등 추가 검증도 시행했다.

그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3월 위탁생산업체(론자)를 통해 인보사의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확인하고 코오롱생명과학에 통지한 정황마저 드러났다. 이 시기는 인보사가 국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2017년 7월보다 약 4개월 앞선 때다.

또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성분이 연골세포에서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코오롱은 지난 4월부터 인보사의 유통과 판매를 중단했다.

게다가 각종 송사가 이어지면서 적지 않은 금전적 손실이 예상된다. 일본 미츠비시타나베제약은 2016년 11월 1일 인보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당시 코오롱이 중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계약금 25억 엔(약 270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소송을 국제상업회의소에 제기했다.

2017년 7월 허가 이후 국내 투약 환자만 약 3700명에 달해 환자들의 손해배상 제기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환자당 1회 주사비용은 700만 원선으로 손해배상 금액이 많게는 수백억 원에 달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도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제일합동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100여명은 회사 및 경영진을 상대로 형사 고소 및 민사 소송을 냈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코오롱티슈진·생명과학이 2017년 3월 인보사의 미국 내 위탁생산업체인 ‘론자'사로부터 인보사 주성분 중 연골세포가 실제로는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293유래세포)라는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도 그동안 이를 은폐해왔다는 의심을 했기 때문이다.

인보사 파문으로 불거진 소액주주들의 피해액도 4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와 형사고발로 코오롱이 인보사의 원료 성분을 고의로 속였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면서 기업의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고 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이 지난 4월 11일 서울 종로구 버텍스코리아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인보사 유전자 치료제 관련 미팅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이 지난 4월 11일 서울 종로구 버텍스코리아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인보사 유전자 치료제 관련 미팅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침통한 코오롱

코오롱생명과학은 “현재로서는 어찌할지 말하는 건 어렵다"며 “(입장을 내기까지)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다만 복수의 매체를 통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가 발표한 취소 사유에 관해 17년 전 새로운 신약개발에 나선 코오롱티슈진의 초기 개발단계 자료들이 현재 기준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어 결과적으로 당사의 품목허가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으나 조작 또는 은폐 사실은 없었다"고 강조했다는 보도를 접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 주도로 바이오사업을 처음 시작한 만큼 코오롱 바이오산업이 벼랑 끝 위기에 처한 지금, 공식 은퇴했지만 이 전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 누구보다 애착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책임감을 통감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유다.

한편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주사액이다. 2017년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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