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윽박지르면 숨어버리는 엄청난 겁쟁이”
“돈은 윽박지르면 숨어버리는 엄청난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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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8-01 17:35
  • 승인 2007.08.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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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7월24일 뜻 있는 말을 했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돈은 엄청난 겁쟁이”여서 “미래가 불확실하거나 겁이 나면 어디로 숨어버릴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본을 존중하고 감싸 주고 소중히 여겨 본인이 (투자)하고 싶은 의욕이 나게 해야지, 강압적으로 또는 윽박지른다고 해서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회장이 지적한 돈의 철학은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나 모두 맞는 말이다. 개인 차원에서 사람이 돈을 마구잡이로 다루다가는 돈이 겁쟁이여서 어디로 도망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정부가 자본을 우습게 알고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면, 숨어버릴 수 있다. 경제의 흐름은 정치 권력의 위압이 아니라 경제의 자연 순리에 맡겨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 순리는 작년 6월 중동 두바이의 셰이흐 모하메드 국왕에 의해서도 인상적으로 설명되었다. 그는 “경제는 말(馬)이고 정치는 마차”라고 했다. 말이 마차를 끌어야지 마차가 말을 끌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력은 경제 순리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의 노무현 정권은 그동안 돈이 겁쟁이라는 것을 모르고 윽박지르면서 도망치게 했다. 노정권은 균형발전 정책을 한답시고 돈 보다는 노동계 편에 서기 일쑤였다.

노정권의 편중된 정책은 지난 4월에도 경제5단체에 의해 경고된바 있다. 경제5단체 부회장들은 회의를 열고 “최근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계의 의견만 반영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항의했다. 신도철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도 5월 한 논문을 통해 현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자유로운 인적 물적 자원의 이동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지난 6월 “경제는 참여정부처럼 하라”고 자랑하면서 “경제 실패, 민생 파탄, 총체적 위기라는 주장은 악의적인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 근거로 “주가가 세배 이상 올랐다”고 내세웠다.

주가가 급등한건 사실이다. 그러나 주가 급등은 노정권 경제정책의 열매라기 보다는 전 세계적인 주가 급등에 편승한 결과로 봐야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은 조회장의 말 속에서도 묻어나왔다. 그는 “5% 미만의 성장은 좀 아쉽다”면서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무게를 실어 주는 정책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상 경기 위축이 길어지면서 지난 해 우리나라 7가구중 1가구의 가장은 직업이 없는 백수건달 상태이다.

세계적 경제전문 일간지인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3월27일자 사설을 통해 노정권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적시했다. 이 사설은 ‘노무현 정부는 시장개척을 추진할 비전과 용기가 없다’며 ‘차기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가 한국이 새로 출발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사설은 또 ‘한국이 잘 교육받은 인재와 인프라 등 훌륭한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나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은 놀라운 일’이라며 ‘올바른 리더십만 있으면 한국은 충분히 발전을 지속할 능력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노대통령은 “단언컨대 경제는 잘 간다. 누가 되든 잘 간다”고 7월1일 확언했다. 그렇지만 경제는 잘 못 가고 있음이 분명하고 FT의 지적대로 경제가 잘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옳바른 리더십’이 요구된다.

지금 이 나라는 옳지못한 리더십으로 인해 ‘잘 교육받은 인재와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쁜 성과’를 내고 있다. 마차가 거꾸로 말을 끌기 까닭이며 돈
이 겁을 먹고 숨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올바른 리더십은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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