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김대중 전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일에게 4억5000만 달러의 현금과 5000만달러어치의 물자 상납으로 이뤄졌다. 김 전대통령은 그토록 엄청난 돈을 바치고서도 회담에서는 김정일의 의도대로 끌려갔다. 그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비전향장기수’들을 보내주기로 명기했으면서도 북한에 억류중인 납북어부나 국군포로 송환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끼워넣지 못했다. 그는 북한의 반미선동 구호인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이라는 대목을 북의 주문대로 받아들였고, 북의 남한 적화통일방안인 고려연방제안을 ‘낮은 단계의 연방제’란 이름으로 인정해주었다.
그는 서울로 돌아와서는 정상회담 결과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이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평화의 환상을 뿌렸다. 그러나 북한은 그 후 서해상에서 끔찍한 해전을 도발하였고, 작년엔 한 방에 남한을 날려버리기 위해 핵폭탄 실험을 단행했다. 김대중씨의 평화 장담이 거짓말이었음을 실증한 사태 발전 이었다.
그 후 7년만에 열리는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도 첫 번째 것과 똑 같이 북한에 퍼주고 끌려다니며 비위맞추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노 정권은 앞으로 10년 동안 무려 60조원의 천문학적 대북 지원 계획을 공개했다. 노 정권의 60조원 지원 약속은 김대중식 불법송금이 들통나 관련자들이 쇠고랑을 차게되자 합법적인 퍼주기로 대체한 것이다. 정상회담 댓가로 김정일에게 60조원의 약속어음을 끊어준 것과 다르지 않다.
김정일 비위맞추기는 8월8일의 방북합의서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이 합의서는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힘으로써 북의 반미 민족공조 구호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대목은 노-김 회담이 북핵 해결을 위한 긴급 회동이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 반미전선을 펴며 대폭적인 대북 경제지원을 약속해주고 평화 허상을 조작하는데 그칠 것”임을 엿보게 한다.
뿐만 아니라 노 정권은 정상회담에 들어가기도 전에 북한 하자는대로 끌려 다니고 있다. 원래 6.15 남북공동선언에는 차기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열기로 명문화했다. 그러나 노 정권은 북한의 주장대로 평양에서 재차 열기로 했다. 공산독재자 김정일에게 친북좌파 남한 대통령들이 줄줄이 두 손 모아 알현하기 위해 찾아간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게 한다.
그밖에도 노 정권은 북한의 요구대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일환인 을지포커스 훈련을 축소했고, 한국군의 기동훈련은 아예 연기했다. 노 정권은 정상회담 시기도 9월에 하자고 했었으나, 북한의 요구대로 8월로 당겼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노 정권의 대북 퍼주기 약속과 끌려 다니기는 이 정권이 정상회담에 매달리며 구걸한데 연유한다. 구걸한 정상회담은 필연적으로 구걸한 측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경우도 그랬다.
노대통령은 북핵문제를 정면으로 거론치 못하고 우회적으로 언급하는데 그칠 것이다. 북핵을 기정 사실로 인정해주는 결과 밖에 안된다. 그는 김정일의 호탕한척하는 제스처 속에 대북경제원조와 한반도 평화 선언 등을 나열하며 허구적 평화분위기나 띄울 것도 뻔하다. 그래서 노-김 정상회담은 기대 보다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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