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차 협력업체에 초점 맞춘 고강도 상생협력 ‘주목’
‘상생’ 시스템 통해경쟁력 강화한다
현금 결제 확대로 협력사 경영부담 줄어
각 분야별 전문가들, 하도급 문제 해결방안 내놓아
삼성 이건희 회장이 돌아옴과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의 복귀를 기다리던 이들은 물론 협력업체들도 특단의 조치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삼성이 마련한 대·중소기업 상생방안은 1만여개에 달하는 2·3차 협력업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수 업체를 골라 1차 협력업체로 편입하고 원자재 가격과 납품가격을 연동하는 방법으로 이들의 경영부담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상생협력 활동만으로는 “대기업이 하도급 관계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에 돌아가야 할 몫을 독식하고 있다”는 정부의 질책과 비판적 여론을 해소하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협력사에 대한 현금 결제를 확대하고 중장기적이고 실질적으로 협력사들이 성장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이 2·3차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상생경영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다른 대기업들도 잇따라 비슷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대부분이 현금 결제 원칙을 지키고 있는 만큼 2·3차 협력업체도 ‘현금 트리클다운(trickle down)’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트리클다운은 ‘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는 뜻의 경제 용어로 대기업이 성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 중소기업도 함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시스템을 통한 상생협력
삼성전자는 2003년 말 대대적인 협력회사 지원책을 발표했다. 우선 구매전략팀내에 협력회사 지원그룹을 신설키로 했다. 인원은 40여 명으로 구성했다. 내부조직을 강화함으로써 협력회사 지원의 체계와 책임을 분명히하고자 한 것이다.
이 조직은 이후 상생협력실로 발전하게 된다. 역할은 각 사업부의 구매그룹을 총괄하는 것이었다. 또 향후 5년간 협력회사 기술직원을 위한 펀드 1조원을 조성하고 협력회사를 상생협력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제도와 문화를 만든다는 것이 당시 발표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리고 2008년 5월 삼성전자는 구매 지원그룹을 확대 개편해 대표이사 부회장 직속으로 상생협력실을 만들었다. 지원그룹의 목표는 제품 경쟁력과 직결되는 협력회사의 공장 선진화를 위해 자금 지원, 인력 육성, 기술 지원 등을 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상생협력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비해 상생협력실의 목표는 더욱 높아졌다. 즉 상생협력의 기반조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협력사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실천과제도 제시됐다. 우선 품질, 원가,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물론 경영관리 기법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보이지 않는 인프라웨어까지 지원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실시간으로 거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거나 SCM(공급망 관리) 수준을 높여주는 활동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이 하기 어려운 인재육성에도 초점을 맞췄다. 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협력회사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미래경영자 양성 및 직무전문가(GVE, 6시그마, ERP, 제조, 품질 등) 과정 등 30여개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협력사가 아닌 우수 중소기업에도 납품 기회를 주는 오픈 이노베이션 체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유망 중소기업 발굴은 물론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제품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중기 상생경영 방안 마련
삼성전자가 종합적인 상생경영 방안을 내놓았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나온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한 달 동안 협력업체 80여 곳 의견을 청취한 결과 2·3차 업체가 1차 협력업체가 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며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해 새로운 지원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차 협력업체의 자격 요건 등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확대 방안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이 방안이 확정돼 2·3차 협력업체들이 1차 협력업체가 되면 적지 않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안정적으로 현금결제를 담보받는 데다 그동안 1·2차 협력업체에 내야 했던 수수료 부담도 줄어들어 마진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인상 비율만큼 납품 단가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제도적으로 마련키로 했다. 2차 협력업체 중 상당수가 원자재 가격의 갑작스러운 인상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납품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데 따른 것이다. 원가-납품 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값이 큰 폭으로 오를 때마다 중소기업들이 정부에 요구해 온 방안이었다.
삼성은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종합적인 상생경영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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