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존 비결은 ‘상생 경영’ 이다
기업의 생존 비결은 ‘상생 경영’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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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9-09 10:15
  • 승인 2010.09.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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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산업계 최대 화두다. 상생이란 말 그대로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친중소기업을 정책기조로 천명한 이후 관료들도 경쟁적으로 대·중소 기업간 상생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상생경영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대기업을 강제로 떠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관계는 ‘갑을관계’이다. 갑은 원청이고, 을은 하청을 지칭한다. 한쪽이 이익이면 한쪽이 손해이다. 당장의 이익이나 이해관계를 벗어나 ‘파트너십’을 실천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동반자적 관계를 가진다면 상생경영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산업계 최대 화두 ‘상생경영’
글로벌 경쟁력 갖추기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대기업-中企, '상생'만이 살길…新상생문화 만들어야


삼성과 애플이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미국 애플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전자 부품 생산 업체인 A사는 삼성과 애플의 기업문화를 배교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삼성은 협력업체를 ‘을’로 애플은 ‘파트너’로 대우 한다는 것.

A사는 처음 애플에 파트너가 된 것에 대해 ‘기회’라는 생각을 안했지만, 함께 일을 하게 된 지금은 ‘큰 행운’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는 것.

A사의 영업·구매담당자 K씨는 "애플은 기본적으로 우리를 갑을 관계상 을이 아닌 진정한 파트너로 대우해줬다"고 말했다.

K씨는 "애플은 기본적으로 우리를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파트너로 인정했다. 파트너가 기분 좋게 일해야 좋은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협력업체와 상생협력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의 제품 부품 중 40% 이상은 벤처기업이 만든다. 그만큼 협력업체는 중요한 파트너라는 얘기다.

애플이 A사와 연간 수십억원짜리 계약을 맺는 과정은 간단했다. 애플의 엔지니어가 이메일을 보내 A사가 원하는 품질의 제품을 원하는 만큼 만들 능력이 있는지를 문의했다. 이 과정에서 로비나 기술을 담은 부품 도면을 제출할 필요도 없었다. 애플 직원이 실사를 나오거나 납품업체 등록을 위한 무리한 요구를 하지도 않았다. 애플에서 OK 사인이 나자 회사 연락처와 직원 수, 환경정책 정도를 이메일로 보내 회사 등록절차를 마쳤다. 또 애플의 구매담당자와 만나 단가를 논의할 때도 대등한 관계에서 합리적인 협상이 이뤄졌다는 것. 또 우리 대기업들이 흔히 하는 '단가 후려치기'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협력업체를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가진 미국의 애플사과 A사의 거래 방식을 통해 한국도 요즘 산업계의 화두인 ‘상생경영’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갑을관계’를 청산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진정한 ‘파트너십’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들의 횡포는 심각하다. 특허를 가로채는 행위, 납품단가 쥐어짜기, 구두 발주와 구두 취소, 보복 행위 등 불법적인 관행이 자행되어 협력업체를 도산에 이르게 하는 사례도 있다.

경기도 안성에서 전자 부품 제조업체인 B사를 운영하다 최근 그만둔 최모(48) 사장은 대기업 S사의 횡포에 치를 떨었다.

최 사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단가를 후려치는 건 기본이었다. 꼭 금요일에 주문을 넣어서 납품 기일을 3일 뒤인 월요일에 맞추는 일이 허다했다”면서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직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지난 8월 2일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3년간 하도급 분쟁 접수 현황’에 따르면 접수 건수는 2006년 73건에서 2007년 85건, 지난해 말 154건으로 급증했다. 분쟁조정 사례는 하도급 계약서 미교부, 물품 구매강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 부당한 경영간섭 등이 대부분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생태계의 측면에서 중소기업은 공공재에 해당한다”며 “대·중소기업 간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엄격한 세계적 기준의 공정거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수 한국대학신문 본부장도 “우리 대기업들은 그동안의 상당한 사회 공헌 활동에도 불구하고, 정작 운명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중소 협력업체와는 ‘갑과 을’의 수직적 관계가 지속되면서 적지 않은 불만이 쌓여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가 수평적인 공생관계로 바뀌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먼저 중소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삼성, 포스코,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KT 등 대기업들도 중소기업과의 상생과 협력을 강조하며 실천 방안을 하나 둘 내놓고 있다. ‘상생협력’이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하겠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셈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과 관련, 정부의 ‘채찍질’이 필요하지만 기업 간 자율성이 훼손될 경우 상생이 아니라 ‘상사(相死)’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산업연구원 고동수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직접 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경영을 강조한다는 건 현재의 상황이 정부 개입 없이 해소되기 힘든 국면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업 스스로 대책을 강구하고 솔선수범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대기업을 강도 높게 압박할 경우 자칫 시장경제체제가 왜곡되고 훼손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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