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과 카페. 왠지 잘 어울리지 않을 것같지만 남산에 있는 한 비빔밥전문점은 두가지를 잘 접목해 인기다. 음식점 계산대 옆에는 에스프레소 커피기계가 놓여있다. 계산을 마친 고객들은 1500원을 내면 맛있는 고급 커피를 테이크 아웃 할 수 있다. 조금 비싸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와는 질이 다르다는 게 손님들 반응이다. 홍대 앞의 한 골목에는 가구카페가 있다. 매장 왼쪽에는 각종 가구가 전시돼있고 오른쪽의 카페 공간에서는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이렇듯 최근에는 창업 시장에 카페 바람이 불고 있다. 햄버거, 아이스크림, 도넛은 물론이고 비빔밥, 패션숍 심지어 어린이놀이교실까지 커피를 결합한 카페형 창업모델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카페형 업종들은 예쁘고 깔끔한 인테리어로 고객은 물론 창업자 마음까지 유혹한다. 업종과 무관하게 다양한 고급 커피를 판매, 무료 커피를 제공하는 업소들과 달리 업그레이드된 커피 품질로 고객만족을 높이고 추가수익원도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의 이경희 소장은 “고급커피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커피가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필수품이라는 인식의 확산, 여기다 커피를 결합하면 고급스럽고 품격있는 매장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카페형 창업 붐의 배경”이라고 말한다.


커피의 경쟁자, 커피전문점 고객 훔치다

커피전문점이 아니면서 카페형을 내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의 질. 특히 커피와 직접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햄버그나 아이스크림, 도넛점들은 더욱 그렇다.

입지조건 및 타겟고객층이 커피전문점과 겹쳐 커피와 고객확보 경쟁을 벌이는 대표적인 업종. 때문에 카페를 표방해 커피숍 고객을 유치하는 브랜드들이 많다.

맥도널드의 경우 이탈리아 프리미엄 커피 원두인 ‘라바짜’를 앞장세워 커피의 전문성을 강조한다. ‘커피도 스마트 초이스 하세요’라는 광고를 내세우며 7가지 제품 구색을 갖추고 2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쌀, 흑미 등 한국적인 재료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개발, 국내는 물론 싱가폴까지 진출한 정통이탈리안 젤라또 아이스크림점 ‘구스띠모’(www.gusttimo.com)의 경우 아이스크림은 물론 커피 매니아들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이 특징. 커피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한다. 커피매출비중이 높은 비결은 양질의 커피를 취급하기 때문. 남부 이태리 최고급 에스프레소 커피인 ‘지카페(Zicaffe)-수페리어’를 사용해 부드러우면서 향이 오래 지속되며 끝 맛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당 정자동에서 구스띠모를 운영하는 이구선(34·여 구스띠모 정자동점)씨의 경우 아이스크림 카페를 표방한 덕분에 월 4500만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인근에는 카페골목이라 불릴만큼 전문커피숍이 많은데도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젤라또 전문점 이미지에 고급커피를 판매하는 업소라는 점이 소문났기 때문. 커피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창업 당시 이씨는 아이스크림은 물론 커피 바리스타 교육도 철저하게 받았다고. 고급 커피는 커피전문점으로 가는 고객들을 끌어와 매니아층 확보는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아이스크림 매출이 떨어지는 겨울철 매출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게 이구선씨의 말이다.


‘커피+α’ , 카페도 알파라이징 시대

어린이교육, 심지어 치킨 등 커피와 전혀 무관할 것같은 업종들도 카페를 표방하고 나섰다. 사주카페, 타로카페는 물론 작명카페가 등장하는가 하면 패션점포에 커피숍을 입점시키는 사례도 있다. 심지어 동네 과일 가게에서 쥬스와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를 결합, 카페형 과일편의점을 표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어린이교육사업까지 카페붐에 편승하고 있다.

키즈영어카페를 표방하는 ‘키즈 리퍼블릭’(www.kidsrep.co.kr)은 어린이 영어놀이교육과 카페를 결합한 사례. 키즈영어놀이의 경우 어린이는 물론 엄마들까지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 착안, 엄마들을 겨냥해 카페를 결합했다. 어린이들은 영어카페 직원들과 함께 신체놀이, 블록놀이, 교구놀이 등을 즐기면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그동안 부모들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커피와 쥬스류, 가벼운 식사류를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의 종류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으로 가격은 5000원선.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브랜드에서 원두를 구입, 매장에서 직접 갈아내린 커피를 제공하므로 커피 수준은 최상급. 커피 외에도 허브티와 생과일 쥬스 역시 웰빙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인기다. 이용요금은 어린이가 2시간 기본 이용료 1만 원, 부모는 무료입장 후 식사 또는 음료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분당에 있는 매장의 경우 전체 공간의 30% 정도가 카페공간이지만 카페 공간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고.

외식업에서는 치킨점까지 카페를 표방하고 나서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치킨은 커피와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지만 최근에는 치킨점도 카페를 표방하고 있다. ‘BHC’(www.bhc.co.kr)의 경우 카페형 치킨점을 내세우면서 베이커리 수준의 인테리어, 닭튀김 냄새가 전혀 나지않게 후드 시설을 하는 등 쾌적한 매장 환경을 지향하고 있다. 이곳은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매장이 운영되는데 주간에는 치킨 외에 커피와 와플, 샌드위치,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를 추가해, 주 타깃 고객인 주부와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네 문화공간’으로 매장을 활용된다. 배달은 기본이고 밤에는 치킨과 술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카페형은 배달및 테이크 아웃 치킨매장에 비해서 1000만 원안팎으로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깔끔하게 세련된 사업을 원하는 창업자들에게는 인기.


커피전문점도 차별화 경쟁

이처럼 커피전문점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기존 커피숍들의 차별화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커피전문점 ‘벨라빈스커피’(www.bellabeans.co.kr)의 경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 세계 단 1%의 애호가들만이 즐기는 ‘코피루왁(kopi Luwak)’을 5% 가량 함유한 명품 커피를 개발, 3000원에서 4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커피 외에 추가적인 매출을 올리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젤리·캔디코너를 매장에 숍인숍으로 입점시켜 복합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젤리. 캔디샵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면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코피루왁이 함유된 ‘벨라루왁클래식’은 ㈜루왁코리아와의 업무 제휴를 통해 탄생했다. 이곳에서 내놓는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라떼, 카푸치노 등 모든 커피에서 코피루왁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커피숍에 골라먹는 와플 개념을 접목한 업종도 있다. 본격적인 와플카페를 내세우는 ‘와펀’(www.waffun.com)의 경우 매장에서 무려 20여가지의 와플을 판매하고 있다. 쵸코, 블루베리, 코코아, 갈릭, 치즈, 스트로베리 등 고객들은 입맛에 맞는 와플을 커피와 함께 즐기고, 종류별로 포장해 갈 수도 있다. 이 곳의 와플은 올리브오일로 반죽해 매장에서 직접 굽는 수제품으로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특징. 코엑스에 있는 커피전문점의 경우 와플 카페를 접목한 후 매출이 두 배 이상 껑충 상승하는 등 커피전문점 운영자들의 추가 소득원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커피만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커피숍들의 경우 작명, 타로, 멘토링, 각종 상담 등을 접목해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개명과 작명 등 이름풀이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커피숍에 이를 접목해 추가적인 수익원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커피전문점 ‘이름카페’(www.whatsyourname.c o.kr)는 커피 판매 수입 뿐 아니라 이름풀이에서 오는 상담료, 이름풀이를 통해 개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개명료 등으로 추가 수익을 얻는 게 특징.


여성·젊은층 겨냥, 분식집도 카페 시대

디자인에 민감한 젊은층을 겨냥, 최근에는 분식집도 카페형이 아니면 외면 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김밥전문점들이 카페형으로 거듭나는가 하면 도시락전문점들도 카페형 인테리어로 여심 공략에 나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유명 일본 디자이너의 설계로 카페형 도시락 편의점으로 리뉴얼한 ‘한솥도시락’(www .hansot.co.kr)의 경우 커피숍 뺨치는 세련된 인테리어가 특징. 지난해 기존 테이크아웃식 도시락점을 카페형으로 리뉴얼한 김희량(47세·한솥도시락, 인하대점)씨의 경우 리모델링후 매출이 35% 이상 증가, 70만 원대이던 매출이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매출 증가의 효자는 여성 고객. 이전에는 남성 고객비중이 높았는데 디자인을 가미하고 음료를 판매하면서 여학생 고객이 급증한 것. 카페형 도시락편의점은 10평 규모에 점포구입비를 제외하고 4000만~5000만 원대면 창업이 가능하다.

파스타 전문점 ‘아이럽파스타’(www.ilovepasta.co.kr)의 경우 고급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를 결합, 40형대에서만 창업이 가능했던 파스타 전문점을 10~15평대에서도 창업할 수 있도록 만든게 특징. 커피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커피는 물론 파스타 테이크 아웃도 늘어나 적은 평수에서도 충분한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 것. 맥도널드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파스타를 주문한 고객에게 아메리카노 커피를 1000원에 판매한다. 테이크아웃 메뉴인 ‘파스타 커피세트’는 5000원 선으로 매장에서 먹는 가격보다 2천원이 저렴하다. 테이크아웃 판매를 목적으로 제작한 ‘파스타&커피 캐리어’는 특수 펄프 코팅 방식으로 제작되어 20분이 지나도 적정 온도를 유지시켜 따뜻하게 먹어야 하는 파스타와 커피의 맛을 유지한다. 세트 메뉴로는 1000원, 따로 구입할 때는 2000원 안팎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커피지만 품질은 수준급이다. 해발 1000m고도에서 수확되는 콜롬비아 수프리모와 케냐산 원두를 쓰고 있다. 가맹점에서는 본사에서 1kg 단위로 공급받은 원두를 그라인더로 직접 갈아 커피 스팀머신기로 에스프레소를 내려 고객들에게 내놓는다. 15평 규모 창업 비용은 점포구입비 빼고 7000만~8000만원대.

최근에는 김밥, 떡볶이전문점들도 카페형 매장으로 재단장이 한창이다.

삼각김밥전문점 ‘오니기리와이규동’(www.onigyu.co.kr)은 1000 ~2000원대 안팎의 삼각김밥을 판매하지만 검은색 반투명 유리와 화산석 건축 자재로 실내 벽을 장식하는가하면 은은한 주황빛 조명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드는 등 고급스러운 카페형 인테리어로 여심잡기에 성공한 케이스. 떡볶이 카페를 표방하는 ‘요런떡볶이’(www.yodduk.co.kr) 역시 미국 유학파 출신 디자이너에게 인테리어를 의뢰하는가하면 각종 인쇄물 역시 패션잡지를 방불케하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창업자 및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시크한 느낌의 회색 톤의 벽면에 선명한 오렌지색으로 차양, 간판, 주문대 등에 포인트를 줬다. 원목 스타일의 빈티지한 테이블과 의자 역시 편안한 착석감으로 고객 1인당 객단가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요소들.

디자인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커피 판매가 객단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고학력 창업자들의 경우 수익 못지않게 품격을 중시하는 경향은 카페형 창업 아이템이 인기몰이 하는데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www.changup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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