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파동과 공명하라 1
풍수의 교과서로 불리는 금낭경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어느 날 저녁, 한나라 미앙궁에서 종이 아무런 이유 없이 스스로 울었다. 세상의 이치에 달통했다는 동방삭이 그 소리를 듣고, 구리광산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뒤 서쪽 땅 진령에 있는 구리광산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왔는데, 날짜를 헤아려보니 바로 미앙궁의 종이 울린 그 날이었다. 이에 황제가 동방삭에게 어떻게 그 일을 알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종은 구리로 만든 것이고 구리는 구리광산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니 두 기(氣)가 감응하는 것은 마치 사람이 부모로부터 몸과 마음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기운의 물체간에 감응(同氣感應)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 즉 동일한 파장이 공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끼리 순간적이고 동시적인 교신이 이루어지는 텔레파시도 일종의 동기감응이다. 같은 주파수의 진동이 서로 공명을 일으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풍수지리에서 ‘명당 자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좋은 기운을 살피는 양택(陽宅) 풍수와 죽은 사람이 편안하게 묻힐 수 있는 자리를 살피는 음택(陰宅) 풍수가 있다.
한 나라의 수도를 정하는 일도 풍수를 보고 정한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천도를 도모할 때 조정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도읍지는 무학대사가 지목한 한양으로 정해졌으나, 궁궐터를 두고 서울과 신촌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이다. 논의과정에서 서울파 정도전과 신촌파 하륜은 권력투쟁의 양상마저 보였다. 양쪽 주장의 명분과 기준은 명당 자리였다. 그로부터 6백여 년이 흘렀건만 명당자리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은 여전하다.
기업들도 풍수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실질적으로 좋은 자리를 찾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그렇게 한다는 말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은 파동을 만들어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풍수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눈여겨보아야할 것이 SK본사 건물이다. 을지로 2가에 있는 이 건물은 네 모퉁이에 이상한 문양이 새겨져 있고, 건물 정면 앞에는 여덟 개의 점이 박힌 검은 돌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 모퉁이의 문양은 거북의 발이고, 정면의 검은 돌은 거북의 머리다. SK빌딩은 그 자체가 거대한 거북이인 것이다. 머리 반대쪽 종로 입구 쪽에는 꼬리 모양이 있다.
이 서린동 빌딩 부지는 풍수로 보면 불기운이 강한 곳이라고 한다. 불기운을 누르기 위해서 물(水) 기운으로 비보를 해야 했고, ‘물’을 상징하는 거북이를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사옥 정문을 번화한 종로통이 아니라 청계천 쪽으로 낸 것도 물 기운을 확실하게 받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첨단기술을 상징하는 SK빌딩에 전통 풍수가 숨겨져 있다는 점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새로 사옥을 지으면서 ‘거북이 등으로 빌딩을 받쳐야 사업이 번창할 것’이란 믿음을 담아 풍수적 장치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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