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에도 불황에 강한 ‘서민형 업종’이 뜰 것으로 전망된다. 서민형 업종의 특성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해 가격 저항을 느끼지 않고 상품 구입을 유도하는 것. 최근에는 가격적인 부담이 없는 장점 외에도 품질까지 향상시킨 ‘매스티지’ 전략을 도입한 새로운 서민형 업종이 뜨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천원대의 저렴한 도시락을 판매하는 ‘한솥도시락’(www.hsd.co.kr)이 있다. 저렴한 가격과 편리성 덕분에 IMF 이후 급성장한 이곳은 최근 현대적인 감각의 인테리어를 도입하고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고객 편의성을 높였지만 도시락 가격은 그대로 유지해 고객 만족도는 더욱 높다고.
안산 시화단지 내 먹자골목에 있는 100평 규모의 무한리필 고기뷔페 레스토랑 ‘공룡고기’( www.dinomeat.co.kr)를 금요일 저녁에 방문하면 앉을 자리를 찾을 수 없이 북적인다. 가족 단위 손님은 물론 주변 공단에서 몰리는 단체 회식 손님으로 매장이 가득차기 때문.
무한리필 고기뷔페 레스토랑 또한 대표적인 서민형 업종으로 볼 수 있다. 1인당 1만3000원만 내면 무한리필을 제공하는 고기전문점으로 이전에 선보였던 일반적인 고기뷔페와는 다르다. 셀프 서비스 위주의 서빙에서 일반 고깃집보다 수준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골라 먹을 수 있는 고기의 종류도 다양하다. 안창살, LA갈비, 소갈비살 등 쇠고기 6가지와 돼지갈비, 항정살, 삽겹살 등 돼지고기 7가지, 수제 소시지와 떡갈비 등 고기 위주로만 메뉴를 구성했다.
매장을 운영하는 성기환 씨는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1인당 450~800g 정도의 고기를 먹는다”면서, “만약 수입산 쇠고기 전문점에서 이정도 고기를 같은 값에 먹으려면 4~5만원은 족히 들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저렴한 식자재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본사에서 공수해오는 식자재는 국산과 수입산의 유통가를 비교해 최고급으로만 선별하기 때문이다. 성씨는 “신선한 고기와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월 1억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현상은 갈매기살 전문점 역시 마찬가지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포만감을 느끼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 갈매기살 부속고기 전문점 ‘갈불놀이’(www.galbulnori.com)는 갈매기살과 껍데기를 같이 먹을 수 있는 ‘갈껍이모듬세트’를 9900원에 내놓아 남녀노소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다. 또한 1만5900원이면 식사까지 가능한 갈매기살, 돼지갈비, 돼지불고기, 된장찌개가 함께 나오는 ‘스페셜모듬세트’와 갈매기살과 고추장불고기 세트인 ‘갈불고기세트’도 인기다.
문턱 낮춰 눈길 끌어라
25년 전통의 설렁탕전문점 ‘한촌설렁탕’(www.hanchon.kr)은 대표 메뉴인 설렁탕을 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최근 설렁탕 가격은 9천원이 일반적인데 이곳에서는 한 그릇에 6000원을 받고 있다. 원래 5000원에 판매되던 것을 1년 전에 가격을 올렸다. 설렁탕은 가맹본사의 식자재 공장에서 90% 조리가 완료된 육수와 식자재를 매일 원 팩에 담아서 이씨 매장에 공급하기 때문에 한결 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다.
한촌설렁탕은 계절이 바뀌거나 신 메뉴가 출시되면 가격 할인 행사도 벌인다. 작년 7월부터 8월까지는 신 메뉴인 꼬리탕의 가격을 1만5000원에서 1만원으로 할인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곳의 설렁탕은 전체 매출의 50%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효자 상품으로 다른 고가의 상품으로 재 구매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탕 15%, 찜과 불고기 10%, 수육 5%, 계절메뉴인 냉면과 만두설렁탕 5%, 김치전과 해물파전 5%, 주류 10% 등 설렁탕 외에 다른 메뉴의 매출이 고른 편이다.
외식 전문기업 ‘에이치에스원인터내셔날’(www.ricestory.net)이 새롭게 런칭한 오리엔탈 라이스앤누들 브랜드 ‘라이스스토리’는 한중일과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쌀과 국수 요리를 내놓으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밥과 국수의 조리법은 단순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다양한 소스가 필수 요소. 라이스스토리 본사는 10년 이상 소스를 만들어온 소스 전문 기업이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를 들어왔던 국수와 밥을 취급하지만 소스에 대한 비법 때문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맛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매출의 70%를 견인하는 주요 메뉴인 볶음밥은 타마고볶음밥, 파인애플볶음밥, 후리가께볶음밥, 레드커리볶음밥, 나시고랭볶음밥, 새우게살볶음밥 등 11종이 개발되어 있다. 이외에도 라이스스토리의 면류는 쫄깃한 식감, 먹는 즐거움을 전달키 위해 ‘건강한 생면을 기본 면’으로 하며, 육류와 각종 야채를 소스를 활용해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선사하고 있다.
시장통 업종 ‘스테디 아이템’
최근 재래시장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먹거리가 프랜차이즈로 등장해 인기를 얻는다. 대표적으로는 저렴한 값에 서민들의 배를 채워 주었던 만두와 잔치국수, 콩나물국밥, 추어탕 등이 있다. 아직도 재래시장 어귀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이런 전통 음식들은 프랜차이즈의 복고 바람을 타고 가장 먼저 호황을 맞고 있다.
불경기에 외식 사업이 된서리를 맞는다는 속설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외식 아이템이 불황을 겪지는 않는다. 이른바 ‘불황형 소비’가 대세를 이루면서 전통적인 서민의 먹을거리는 호황을 누린다.
떡볶이전문점 ‘요런떡볶이’(w ww.yodduk.co.kr) 역시 시장통 업종인 떡볶이집을 업그레이드한 것. 대표 메뉴인 떡볶이는 1인분이 2000원에 판매되고 순대와 튀김과 함께 매출의 50%를 책임진다. 여기에 서브 메뉴인 주먹밥, 쌀국수, 덮밥, 우동, 돈까스 등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고객에게 내놓고 있다.
기존 떡볶이전문점은 시장통 수준의 위생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이곳은 값비싼 전기로 작동하는 주방기기를 가맹점에 값싸게 제공함으로써 위생 상태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기존 떡볶이 조리 개념도 바뀌었다. 커다란 떡볶이 판을 두지 않고 원팩 포장된 떡볶이를 1~3분 정도 데워서 손님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깔끔하고 위생적인 주방을 구현해 냈다.
떡은 당일 매장에 제공되는데 방부제, 주정 처리를 하지 않은 상태로 냉장 배송한다. 가맹점에서는 냉장 보관으로 15일 가량 떡을 이용할 수 있다. 떡볶이 떡은 단호박 떡, 백련초 떡, 흰 떡 등 3가지.
매장 대부분은 오후 7~8시가 피크 타임으로 퇴근이나 하교길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다. 매출 공백기가 거의 없는 점도 장점이다.
만두전문점 ‘만두빚는사람들’( www.mandujip.co.kr)은 갖가지 만두를 내놓아 인기를 끈다. 동네 만두가게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에 왕만두, 육즙만두, 고기만두 등 2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만두를 갖췄다. 만두 외에도 해물볶음우동과 만두비빔밥, 유부해물우동 같은 간단한 분식류도 갖춰 서민들의 배 속을 든든히 해준다. 초보 창업자도 쉽게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기계식으로 빚어내는 ‘쿡리스(Cookless)’ 시스템이 이곳의 장점. 8평~15평 규모의 매장에서는 매장판매와 함께 테이크아웃도 병행한다. 가맹비용은 가맹비 500만원을 비롯해 총 5000만원 정도로, 5평(16.5㎡) 규모의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은 2000만원으로도 오픈이 가능하다.
잔치국수전문점 ‘명동할머니국수’(www.1958.co.kr)도 대표적인 복고풍 프랜차이즈 아이템. 3500원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이곳의 국수는 무한리필되기에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준다. 양념장을 넣어 비벼먹는 대표 메뉴인 ‘할머니국수’를 비롯해 두부국수, 비빔국수, 열무국수 등으로 다양한 연령의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뎅국수과 편육도 내놓아 호응을 얻는다. 분식 대표인 라면, 쫄면, 할머니김밥, 순대와 떡볶이, 김치볶음밥, 오징어덮밥 등도 갖춰 서민 식당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10평 기준 3500만원으로 모든 개업 준비를 마칠 수 있어 여성(주부)창업자 및 초보창업자들에게 인기다. 정수원 대표는 “본점의 경우 국내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서울 명동에서 1958년부터 변하지 않는 국수 맛을 제공해 왔다.”며, “최근 프랜차이즈 시장에 복고 바람이 불면서 창업 문의가 줄을 잇는다.”고 밝혔다.
서비스업도 서민형 업종 강세
남성 헤어 커팅 비용은 1만원에서 3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지난 1998년 5천원 컷으로 가격파괴 바람을 몰고 왔던 남성헤어컷전문점 ‘블루클럽’(www.blueclu b.co.kr)은 10년이 지났지만 기본 헤어 컷 가격을 1천원 오른 6천원에 서비스하고 있다. 헤어 살롱에서 제공하는 3~5만원 상당의 두피 스케어링 서비스 역시 1만원이면 서비스 받을 수 있어 인기다.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가격 정책은 ‘시간의 편의성’과 ‘공간의 효율성’을 운영에 반영한 결과 탄생했다. 본사 송은미 대리는 “남성은 헤어숍에서의 대기 시간과 시술 시간을 아깝게 여긴다”면서, “10~20분 안에 모든 시술을 마치기를 바라기에 고객의 니드를 충족하면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 역시 적은 만큼 매장 규모도 10평 남짓이면 되어 초기 투자비도 적은 편이다.
500개 가맹점을 갖춘 곳 답게 물류에서도 가격을 낮추는 비결이 숨겨져 있다. 매장 비품 중 가장 빨리 소모되는 쿨샴푸는 PB상품화하여 가맹점에 저렴하게 공급하고, 린스, 비타민 버블 샴푸, 비타민 에센스 등도 대량 구매해 가격을 낮춰 공급하고 있다.
빨래방 프랜차이즈인 ‘코인워시24’(www.coinwash.co.kr)은 셀프로 빨래할 수 있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갖추고 무인 관리가 가능해 가격이 25% 정도 저렴하다. 이불, 커튼, 카펫, 담요 등 대형 빨래 수요가 많은 이곳은 14kg과 18kg 세탁기 이용료는 각각 3500원과 5000원. 이불 3장과 담요 1장을 18kg 세탁기로 세탁하고 건조하면 8500원에 세탁을 마친다. 일반 세탁소 이불 한 장 세탁 가격이 80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무척 저렴한 편. 이곳의 서경노 사장은 “셀프빨래방하면 싱글족이나 자취생들을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대형 빨래를 하기 위한 40~50대 주부 고객들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셀프 빨래방은 2003년 20여곳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200여곳이 성업 중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www.changup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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