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도 직장인·선생님 처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여성 전용 휘트니스클럽을 운영하는 이선규 씨(40·커브스코리아대치클럽·www.curveskorea.co.kr)는 오전 10시경에 매장을 오픈한 뒤 저녁 8시면 문을 닫는다. 오전과 저녁 사이에는 따로 휴식 시간을 두고 이 시간을 자녀 육아에 쏟는다.
이씨가 현재 휘트니스클럽을 운영하게 된 이유는 자녀 교육과 남편 내조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외식업에 비해 운영시간도 짧고 휴일에도 쉴 수 있다”면서, “예전 다니던 직장과 다를 바 없이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사는 연중무휴, 쉬지 않고 일해야 성공할 수 있다. 장사를 조금 해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던지는 말이다. 그만큼 장사를 시작하면 매장 문을 닫고 여가 시간을 갖는 것이 쉽지 않다. 매달 돌아오는 고정비 걱정에 하루 매출을 포기하면서 까지 매장 문을 닫을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다. 최근에는 장사도 직장인처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휴일에는 쉴 수 있는 업종을 고른다든지, 아예 특수 상권을 노려 시즌에만 장사를 하는 곳도 있다.
주말에 쉴 수 있는 업종이 창업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피스가, 대학상권의 음식점이나 학원, 가정에서 운영되는 홈 스쿨 교육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5일 근무제 시행 이후 오피스상권에 입지한 일본식 수제 삼각김밥을 판매하고 있는 ‘오니기리와이규동’(www.gyudong.co.kr)은 선릉점, 강남, 교대점, 역삼세무서점, 숭실대점, 한양대점, 동서울대점, 강남역 학원가 등 주로 오피스 상권과 대학, 학원가에 입점한 가맹점들이 많은 편이다.
이곳을 찾는 주 고객층 대부분은 간단한 식사를 원하는 젊은 직장인들과 대학생, 학원생들이다. 때문에 상권 특성상 평일에 집중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일요일에는 주로 가계 문을 닫는다.
본사 김은혜 과장은 “주5일제 시행의 확대와 주말에는 문을 닫는 학원 특성상 매장 대부분이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면서 “점주 대부분이 일요일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편이어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오피스가에 입점한 국수전문점 역시 비슷한 사례다. 양재역 근처에서 15평 규모의 국수전문점을 운영하는 정희숙(39세·명동할머니국수 뱅뱅사거리점·www. 1958.co.kr) 씨는 일요일이면 매장 문을 닫는다. 매장 주변에 위치한 푸르덴셜 보험사와 대신증권 등이 대부분 일요일에는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
정씨의 매장 영업시간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7시에 오픈해 저녁10시에 닫는다. 일요일에는 주 고객층인 직장인들의 수요가 급격히 떨어져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평일 간 직장인들이 몰리는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에는 직원 4명과 아르바이트생 1명이 빠르게 움직여도 손이 모자를 정도라고 한다. 이곳의 일일 평균매출은 130만원선. 점심 매출과 야간매출이 각각 60만원 이상 나오고 있다.
오전과 오후에만 시간을 집중투자하면서 주말에 쉴 수 있는 홈스쿨형 교육 사업도 인기다. 주말엔 가족과 개인 시간을 보내고 일평균 4시간만을 투자해 월 150~2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홈 스쿨형 교육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부들의 경우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아이가 마칠 오후에 업무가 끝날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화성시 동탄 148㎡규모 아파트에서 창의력 개발 미술교실을 운영하는 김영희(40·영재들의미술상자 화성 동탄점·www.myartbo x.co.kr) 씨는 일평균 4시간을 투자해 월 150~200만원의 수익을 올린다.
김씨는 창의력 개발을 돕는 미술 교실을 홈 스쿨로 운영한다. 하루에 평균 4시간 정도를 일하는데 월 소득은 150만~200만 원 선. 높은 수익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다니는 두 자녀의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는데 전혀 지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만족감이 크다. 수업이 끝나고 원생들이 모두 귀가하는 저녁 7시부터 김씨는 주부로 돌아간다. 식구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가사 일을 한다.
김씨는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이 창업하려 했을 때 자녀 교육 때문에 반대를 많이 했었다”며 “육아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요즘에는 교제 출력이나 사진 보정 등 컴퓨터 쪽 업무를 도우며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한 시즌 만 매장을 운영하고 그 외에는 매장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선생님들이 방학을 활용하는 것과 비슷한 사례다.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용평리조트에서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을 2년간 운영하고 있는 길장록 씨(남·44세)는 올해 11월 말 드레곤프라자 2층 매장에 일본정통 면요리 전문점 ‘하코야’(www.hakoya.co.kr)를 오픈했다. 이곳은 1월말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스키 시즌에 오픈해 3월초 시즌이 종료되면 휴점한다. 한마디로 겨울 시즌동안 만 장사하고 나머지는 쉬는 셈이다.
길씨는 “12월 18일부터 겨울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한다”면서, “평균적으로 1월 20일까지는 정신없이 바쁘다”고 밝혔다. 12월 초반 하루 평균 180만원, 주말 350만원, 1월에는 5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리조트에서 지원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지 않다는 길씨는 “일년 내내 이런 매출을 할 수 있다면 하는 기대감도 있지만, 스키장 상권에서 3개월 열심히 일하고 비수기인 9개월 정도는 여가 생활을 보내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www.changupok.com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 소장 기자 www.changup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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