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노래를 부르지 말라
가요계에서는 노래 가사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슬픈 노래를 부르면 슬픈 운명의 길을, 기쁜 노래를 부르면 기쁜 운명의 길을 걷게 된다는 속설이 그것이다. 1990년 서른두 살의 나이로 요절한 가수 김현식 씨, 96년 사망한 김광석 씨 등을 비롯하여 슬픈 노래를 부른 가수들 상당수가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1926년 연인이었던 극작가 김우진과 함께 투신자살했던 윤심덕은 자신의 죽음을 찬미하듯 ‘사의 찬미’를 부르고 죽었고, 남인수는 1962년 ‘눈감아 드리리’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난영은 ‘목포의 눈물’처럼 슬픈 인생을 살다가 가슴앓이 병으로 49세에 숨졌고, 차중락은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부른 후 29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신장염으로 세상을 떠난 배호는 ‘마지막 잎새’를 부른 후 생을 마감했다. 또, ‘흑점’이란 노래를 남긴 양미란은 골수암으로 숨졌다. “태양의 흑점처럼 어두운 내 마음”이란 가사에서 이미 암의 불길한 징조를 읽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정호는 “간다 간다 나는 간다”는 장송곡 같은 ‘님’을 부른 후 1985년 폐결핵으로 죽음을 맞았다.
이처럼 슬픈 노래를 부른 가수가 요절했거나 슬픈 운명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가요계에서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대중가요 작사가들의 모임인 ‘노랫말 연구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반면 ‘쨍하고 해뜰 날’을 외치던 송대관 씨나 ‘나는 행복합니다’를 목청껏 부르던 윤항기 씨는 행복을 얻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동생 윤복희와 외롭게 자라난 윤항기 씨의 운명은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르면서 바뀌었다.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가 되더니 신학대학까지 세운 정말로 행복한 사나이가 된 것이다.
가수들은 한 곡을 취입하기 위해 같은 노래를 보통 2000~3000번을 반복해서 부른다. 이렇게 하다 보면 꿈속에서도 부르고 잠꼬대로도 부른다.
무슨 말이든지 3000번만 반복해서 하면 그와 꼭 같은 일이 생겨난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말을 반복하느냐를 보면 그 사람의 미래를 쉽게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을 원한다면 불행이란 말을 입 밖에 내는 대신 행복이란 말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말이 현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에모토 마사루 소장(IHM종합연구소)의 실험에서도 입증된다.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한 후 촬영한 얼음 사진이나 ‘바보 같다’는 말을 반복한 후 촬영한 물의 결정 사진은 판이하게 차이가 났다. 증류수에 쇼팽의 ‘이별곡’을 들려준 후 촬영한 결과 결정들은 서로 떨어져 있었고, 헤비 메탈 음악을 들려준 뒤의 결정은 혼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던 물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데 하물며 슬픈 음악이나 기쁜 음악을 수천 번 되풀이 한다면 인간의 마음과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창월 스님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