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형 인간’이 늘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 각광을 받았지만, 요즘에는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거나 밤 시간을 여가시간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 다시말해 ‘올빼미족’이 주목받고 있다. 올빼미처럼 잠이 없고 주로 밤에 활동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침형 인간’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심야형, 밤샘형 인간’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밤중에 쇼핑, 영화, 운동을 즐기거나 일을 하는 올빼미족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형할인점, 동대문과 명동의 심야쇼핑타운 등은 퇴근한 맞벌이 부부와 젊은이 등 올빼미 쇼핑객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보통 할인점의 하루 최고 매출 시간대는 퇴근을 전후한 오후 4시~6시지만 최근 오후 6시 이후의 밤 매출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오피스상권에 밀집한 벤처 기업들은 젊은 패기를 앞세워 출퇴근도 없는, 회사가 곧 집이고 휴식처이며 일터인 사무실 문화를 조성했다. 그들에게 밤은 생산과 소비의 시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런 올빼미족을 대상으로 24시간 문을 여는 음식점, 카페, 미장원, 사우나, 야식 배달 업체들도 점점 늘고 있다.
새벽 2시 30분 부산 서면역에 위치한 한 퓨전요리주점.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근처 쇼핑몰에서 심야 쇼핑을 즐기고 매장을 찾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난 4월 부산 최대 환승역인 부산서면역 근처에 120평 규모 룸타입 주점을 창업한 정순일(48·꾼노리 부산서면점·www.i kkun.co.kr)씨는 오픈 후 1개월 만에 월평균 1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룸 타입 주점인 만큼 테이블 회전이 더딘 편이어서 1억2000만원이 현재 매장에서 낼 수 있는 최대 매출인데 한 달 만에 90% 이상 목표를 달성한 셈.
정씨가 이처럼 단기간 내에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올빼미족을 위한 독특한 마케팅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인테리어 등의 시설 관리 및 직원 관리에도 만전을 기했다. 정씨가 매장을 연 부산서면은 20~30대 고객이 부산 내에서 가장 많이 몰리는 상권이다.
게다가 서울 신도림역을 연상케 할 정도로 부산 최대 환승역으로 꼽혀 유동인구도 많은 편. 주변에는 백화점과 의류 쇼핑몰이 입점해 있어서 주점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정씨 매장의 영업시간은 평일에는 오후 4시부터 새벽 4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4시부터 새벽 6시까지다.
밤 11시가 이후부터 정씨는 ‘올빼미 이벤트’를 실시한다. 11시 이후에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10% 할인 혜택 또는 무료 안주 하나를 더 주는 식이다. 그 결과 11시 이후에 손님이 20% 정도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다.
밤 11시 이후에 오는 손님은 주변 매장에서 백화점, 밀리오레에서 용무를 마친 손님이 대부분이다. 자리를 뜨는 고객들에게 리플렛과 함께 5000원 상당의 상품권 한 장씩을 봉투에 담아 손님의 손에 직접 전해주고 있다.
쇼핑몰을 방문한 여성 고객들과 쇼핑을 하러 나온 커플들이 주 고객이다. 그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은 칵테일 소주 무료 쿠폰을 한 장식 제공하고 있다.
또한 메뉴판에다가도 그 내용을 기재해 놓고 재방문을 유도 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19평 규모의 만두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인숙씨(48·만두빚는사람들 야탑점·www.mandujip.co.kr)도 올빼미족들의 수요로 점심 매출 2배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명 ‘야탑 먹자골목’의 초입에 위치한 이곳은 IT벤처기업들로 이루어진 오피스상권이라 직장인들의 수요가 많다. 박씨의 매장을 찾는 주 고객은 ‘야근족’.
박씨의 매장 영업시간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2교대로 오전 6시에 오픈해 새벽 3시까지다. 매장 점심시간은 12시~2시 반이다. 근처 회사원들이 주문이 집중되는 시간의 매출은 40만원정도이며 저녁 매출은 85만원선.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보다 테이크아웃, 포장주문배달양이 90%를 차지한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등 개별 만두 보다는 모듬 찜만두, 모듬 군만두 등 세 가지 종류의 만두를 섞어 세트 주문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퇴근길에 잠시 출출함을 채우려는 직장인들과 본격적인 야근업무를 시작하기 전 한 끼 식사를 하려는 직장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박씨는 밤늦게까지 매장을 찾아 주는 회사들에게 4000 ~5000원 쿠폰을 발행하여 쿠폰으로 만두를 사먹고 결재를 하는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야근하는 직장인 뿐 아니라 먹자골목에서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가진 후 출출해진 배를 채우는 직장인들의 방문수도 많다고 한다.
고객은 작은 것부터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한다는 박씨는 문을 닫을 때까지 고객을 위한 인사와, 오늘 만두는 맛있었는지, 배달시켰을 때 드신 만두와 매장에서 먹는 것과 차이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또한 단골 고객들에게는 항상 새로 나온 메뉴나 오늘의 추천 만두를 소개하는 일을 절대 잊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테마룸 형태의 공간구성으로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루미’(www.caferumi.co.k r) 홍대점도 홍대 밤거리의 특수성 때문에 주말에는 새벽 5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주 고객은 18~25세의 젊은 여성들과 남녀 커플들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의 특징은 원하는 시간을 예약해 나만의 파티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의 생일이나 연인을 위한 이벤트를 매장에서 준비해준다. 스페셜 벨기에 와플, 케이크, 와인 등과 함께 풍선장식, 켄들장식까지 준비를 해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 시켰다.
또한 막차시간을 놓친 대학생들과 커플들이 늦은 새벽시간에도 많이 찾는다. 룸 안에서 매장과 제휴 맺은 음식점에서 음식을 시켜먹고, 셀프 바와 미니 샵의 커피를 마시며 편하게 데이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전통 기와 양식의 고풍스런 외관으로 퓨전요리주점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더궁’(www.thegung.com) 또한 올빼미족이 찾는 대표 장소다.
2007년 2월 안양1번가 직영점 오픈을 시작으로 별다른 홍보 없이 입소문 하나로 1년 동안 서울과 경기도 10대 상권 입점을 비롯해 전국 20개 가맹점을 오픈한 바 있다. 이곳은 오후 4시에 오픈, 새벽 6시까지 운영하는 것이 본사 규정방침이다.
적립식 고객 관리 카드를 십분 활용, 영화 티켓 무료제공, 안주 1회 무료 시식권 등 심야시간에 찾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생맥주 전문점 ‘치어스’(www.c heerskorea.com)는 새벽 2시까지로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새벽에 찾는 고객들을 위해 새벽 3~4시까지 운영하는 가맹점들이 많이 있다.
전국 160개의 가맹점에서 12시 이후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심야 마케팅의 일환으로 경품스크레치 카드를 나눠주고 있다. 즉석에서 당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100만원 현금을 비롯해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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