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이웃, 혀 끝으로 친해지기

창업 시장에는 특정 국가의 음식이 선전하고 지는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몇 년 전부터는 규모가 큰 중국음식전문 프랜차이즈가 성행했고, 그 이전에는 이탈리아 음식점들의 프랜차이즈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음식전문점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식 초밥전문점과 우동전문점, 돈까스전문점 등이 안정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약간은 생소한 업종들이 눈에 띄고 있는 것. 최근 국내에 소개된 일본풍 업종으로는 정통면요리전문점, 일본식 삼각김밥전문점, 카레전문점, 오므라이스전문점 등이 있다.
일본풍 외식 프랜차이즈는 맛에서 차별화를 이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예전에는 외국 음식을 한국화하는 것이 화두였지만, 최근에는 외국의 정통 맛을 살려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입맛도 자유로운 세계 여행으로 세계화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일본식 정통면요리전문점인 ‘하코야’는 LG패션의 자회사인 LF푸드에서 100% 출자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일본의 정통 라멘 맛을 가장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맹본사 박보준 부장은 “하코야는 기존 한국화 된 일본식 라멘을 제공하지 않는다. 일본 전통 라멘 맛을 그대로 되살려 마니아는 물론 20~30대 고객층을 상대로 빠르게 입소문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유명 라멘집 100곳 중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7곳을 선정해 일본 현지 라멘 맛 그대로를 한국에 소개하고 있는 것. 이곳에서 쓰는 육수도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 현지의 맛을 강조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식품회사인 아일랜드사와 구보타 맹교사가 수 년 동안 일본 유명 라멘집 100여곳의 제조 비법을 전수받아 개발한 육수를 일본에서 공수한다. 일본 라멘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의 까다로운 식품 위생 규정에 맞춰 일본 현지에서 100% 제품을 생산해 공급한다.
하꼬야는 일본식 라멘에 생맥주를 곁들이는 세트 메뉴를 출시하고 전격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원래 이런 식사법은 일본에서 유래했는데, 육수에 포함된 돼지기름을 맥주 속에 들어 있는 탄산이 헹궈주기에 개운함을 주고 고객들에게 어필한다고.
편의점 대표 음식으로 손꼽히는 삼각김밥을 전문화한 일본풍 프랜차이즈도 눈에 띈다. 일본식 삼각김밥전문점 ‘오니기리와이규동’(www.gyudong.com)에서 내놓는 메뉴는 오니기리(일본식 삼각김밥)와 규동(일본식 덮밥) 단 두 가지. 이곳은 오니기리와 규통에 일본 전통의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본사 손기용 본부장은 “일본 정통 오니기리와 규동은 한국인의 입맛에 알맞다고 판단하고 메뉴 개발에 그대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정통의 맛을 그대로 살리니 한국 맛에 익숙한 고객과 일본 음식에 호기심과 추억을 느끼는 고객을 동시에 끌 수 있었다.
일본에 유학을 다녀온 이들 중 일본에서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경우도 있다. 매장을 찾은 박현선(28)씨는 “일본 유학생들은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삼각김밥과 규동을 많이 먹는 편”이라며, “일본 정통 삼각김밥과 규동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데 이곳은 일본식 맛을 잘 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오니기리는 편의점 삼각김밥에 익숙한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개발했다. 6개월 동안 일본 현지를 답사한 본사 메뉴 개발팀은 ‘요시노야, 스끼야, 콤베에, 오다 오니기리, 콘노리아’ 등 일본의 대표적인 오니기리 전문점을 다니면서 삼각김밥을 직접 사먹었다. 직접 일본에 다녀온 손 본부장은 “개인적으로도 1000여개 이상의 오니기리를 먹어보고 한국인의 입맛에 적합한 16가지 오니기리로 메뉴를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오니기리는 푸짐하고 좋은 식재료를 쓰면서도 1천원대 가격이어서 인기가 높다.
일본의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를 국내에 들여와 소개하는 곳도 많이 늘었다.
농심에서 선보이는 일본식 카레전문점 ‘코코이찌방야’(www.co coichibanya.co.kr) 역시 일본 정통의 맛을 잘 살린 일본풍 프랜차이즈. 이곳에서 내놓는 카레는 인도풍 전통 카레와 달리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퓨전된 것이 특징.
이곳에서 선보이는 카레는 20여 가지 향신료와 채소를 쇠고기 육수에 8시간 끓이고 4일 저온 숙성해 농도가 진하다. 농도가 진해도 맵지만은 않다. 농후한 감칠맛 아래에서 칼칼한 맛이 희미하게 올라오는 정도.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매운 맛을 고를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 매운 맛을 가늠하는 것은 인도 복합향신료인 가람마살라(Garam Masala). 2000원을 추가하면 미니 샐러드와 음료가 곁들여지고, 튀김 등의 각종 토핑도 일본풍 프랜차이즈 답게 추가해 먹을 수 있다. 코코이찌방야는 1978년 나고야 외곽에서 창업, 일본·하와이·중국·대만을 거쳐 지난해 3월 한국에 들어왔다.
일본 오사카를 방문한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르게 된다는 명물 음식점 ‘지유켄’. 메이지시대부터 그 전통의 맛을 이어가고 있는 지유켄은 일본식 특유의 카레밥에 날달걀을 섞어 먹는 명물 중에 명물 카레덮밥.
항상 줄을 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는 지유켄이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퓨전화한 ‘한국 지유켄’(www.jiyuken.co.kr)은 카레철판 볶음밥을 주 메뉴로 라멘, 돈가스, 우동, 알밥, 다꼬야끼 등 다양한 일본식 퓨전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카레철판 볶음밥의 경우 일반 카레라이스보다 강황이 3배 이상 함량 되어 항암작용 및 지방분해에 탁월하고, 튀기지 않은 면과 천연재료의 국물을 사용하는 생라멘과 신선한 야채 함량이 30% 이상 넘도록 구성된 전 메뉴 구성으로 건강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매콤하고 고소한 맛의 카레철판볶음밥에 생달걀을 얻어 비벼 먹는 지유켄 메뉴는 가장 인기가 많은 햄치즈베이컨 지유켄, 깐소칠리해물 지유켄, 닭갈비 지유켄, 데리야끼해물 지유켄 등 6000~7000원 정도 가격에 푸짐한 양을 즐길 수 있다.
한국 지유켄 관계자는 “지유켄은 이미 일본 명물로 잘 알려져 있어, 비교해 보기 위해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많은데, 한국 지유켄이 훨씬 우리 입맛에 맞고 음식 자체의 맛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통 일본풍 음식으로 승부하는 프랜차이즈가 있는가하면 사케 열풍에 힘입어 약진 중인 이자카야도 있다. 올 상반기 주류 업체들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경제 불황으로 인해 각 주류 업계별로 희비가 교차했다. 위스키 업체를 선도하고 있는 스카치 위스키의 경우 전년도 대비 약 14.3%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이는 최근 들어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편, 사케와 막걸리 등의 새로운 트렌드 주들은 마시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판매량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일본풍이면서 고급스럽게 세련된 디자인에 40여 가지 다양한 메뉴와 각종 고급 사케를 판매하는 라멘 전문점&이자카야인 ‘아부라’(www.abura.co.kr). 아부라는 ‘기름’을 뜻하는 일본어. 웰빙과 반대되는 ‘기름’을 브랜드로 정한 것은 안주와 요리에 기름이 들어가야 제맛을 낼 수 있다는 뜻에서 지었다. 아부라 여의도 매장은 금융과 대기업 본사가 있는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에 위치한다. 늦은 저녁시간에도 사케와 일본식 안주를 찾는 고객으로 테이블이 꽉 찬다.
점심 메뉴는 세트 위주로 구성해 반찬 수를 줄이고 조리가 간단하도록 했다. 자연스레 테이블 회전이 빠르다. 이곳의 특색있는 기름에 비벼먹는 라멘도 인기. 콜레스테롤 0%, 칼로리 0%의 고급 헬씨오일에 비벼먹는 일본생라면 ‘아부라멘(기름으로 비벼먹는 비빔생라멘)’을 국내 최초로 시도해 내놓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아부라멘은 기름에 비벼먹는 라멘이지만 일반 라멘에 비해서 열량은 절반 수준이기에 다이어트에 관심있는 여성들에게 추천된다”고 말했다.
요즘 강세를 보이는 이자카야 분야에 치킨 명가 제너시스도 가세했다. 제너시스는 이자카야풍의 깔끔하고 정갈한 인테리어를 갖춘 ‘도리마루’(www.torimaru.co.kr)를 내놓고 세 몰이에 나섰다.
도리마루는 인테리어와 조명 등 실제 일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듯한 매장 분위기를 선사한다. 하지만 분위기는 100% 일본풍이지만 메뉴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 것이 특징.
도리마루는 일본식 주점의 개인적인 공간 확보와 안락함을 매장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했다. 붙박이 좌석과 칸막이를 설치해 옆 테이블로부터 개인 공간을 확보했고 원목 및 유리를 사용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주방을 오픈형으로 만들어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돋보인다. 일본에서 직수입한 고급스러운 각종 기물과 조명 등 하나하나 역시 명품 메뉴와 고품격 공간의 가치를 더해주는 요소.
이곳 메뉴 역시 제너시스의 30여명 석박사 연구진과 일본 최고의 요리전문가, 상품개발자 등이 장인정신으로 만든 ‘명품 요리’를 자부한다. 도리마루만의 소스와 다양한 조리법으로 탄생한 60여 가지의 요리가 준비되어 있으며 구이, 꼬치, 튀김, 식사 등 다양하다.
‘오뎅사께’와 ‘라쿠엔’ 등도 이자카야 열풍에 가세한 대표적인 브랜드. 오뎅사께는 퓨전요리주점에서 사케전문 주점으로 업종을 아예 바꿔 트렌드에 편승하고 있다. 라쿠엔은 정통 이자카야를 표방하면서도 메뉴는 한식, 중식, 일식을 아우르는 70여가지 퓨전 메뉴를 갖춘 것이 특징.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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