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랑’ 조직 확대에 ‘박사모’ 긴장
‘창사랑’ 조직 확대에 ‘박사모’ 긴장
  • 이인철 
  • 입력 2005-04-19 09:00
  • 승인 2005.04.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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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재기움직임인가. 최근 이 전 총재의 지지기반인 ‘창사랑’이 본격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선 패배 이후 주춤하며 활동이 없었던 창사랑은 최근 다시 조직재건에 나서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나섰다. 명분은 ‘이 전 총재가 국가를 위해 일선에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사랑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당내 차기후보군들이 창사랑을 예의주시하며 그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유심히 관찰하는 중이다. 그 동안 정치권에 무성히 떠돌던 ‘창의 복귀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2002년 대선이후 잠잠했던 이회창 전총재의 지지세력인 ‘창사랑’이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조직확대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20만 대군 확보’가 목표창사랑은 지난달 3월30일 백승홍 전 한나라당의원을 새로운 대표로 임명했다. 백 대표는 지난해 4·15 총선때 당 후보선출 과정에서 탈당, 무소속으로 대구에서 출마했다 낙선했던 인물로 이 전 총재의 최측근인사로 분류된다. 백 전의원이 대표로 취임한 이후 창사랑은 그 동안 ‘바람’으로만 머물렀던 이 전 총재의 정치 일선 복귀를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기는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대선 때 가동됐던 조직을 다시 재건하고 세력을 보다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플랜을 짜고 있다.

다음달 7일 동대구호텔에서 열릴 예정인 ‘창사랑 전국 시·군·구 대표자대회’는 그 서막인 셈이다. 백 전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첫 대회는 대구에서 열리지만 앞으로는 전국을 돌며 매월 한 차례씩 4~5백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대표자대회를 통해 현재 2만5천명 정도인 창사랑 회원도 확대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백 전의원은 “목표치는 1개 시군당 1만명, 전국 15개 시도에서 20만명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대구와 서울은 더 많이 모집하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창사랑 핵심관계자도 “개편된 창사랑의 운영위원은 중소기업체 대표, 작가,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모여있고 18세부터 70세까지 연령층도 폭이 넓다”며 “현재까지는 팬클럽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얼굴이 있는 조직이 되겠다”고 밝혔다.

창사랑은 이 전 총재의 컴백을 1차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대구대회에서 각계 각층의 여론을 수렴해 ‘이 전총재의 지도이념을 계승발전시킨다’는 요지의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백 전의원은 “이 전총재가 너무 칩거 생활을 하고 있는데 1천만표를 두 차례에 걸쳐서 국민들에게 받은 만큼 국민이 우선이 돼야 한다”며 “총체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현시국에 국민을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찾아서 해야 한다”고 창사랑의 생각을 전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백 전의원은 “대표직을 맡고서는 이 전총재와 연락을 하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이번 대회에 참석해달라는 요청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 전총재의 복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고, 결정은 본인이 직접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사모와의 경쟁 불가피

이같은 창사랑의 움직임은 한나라당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강재섭 등 이른바 빅4로 분류되는 차기 대권주자진영은 더욱 민감한 눈치다. 창의 복귀여론은 곧 차기대권과 자연스레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전총재와 최근 만났던 당내 핵심당직자는 “당내 전·현직 의원들이 창사랑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조심스럽게 참여의사를 타진하는 이들도 있다”며 “복귀여부는 이 전총재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의 지지층이 결집하고 세를 확대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당내 이 전총재의 입지는 크게 강화된다”고 해석했다. 박 대표 진영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창의 복귀론은 박 대표의 입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 전총재의 은퇴이후 잠시 최병렬 대표체제가 있었지만 사실상 박근혜 체제로 당이 운영돼 왔다.

결국 창 복귀론은 당의 현재 모습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3만3천명 정도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박사모에도 일정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2년 당시 이회창 캠프에서 활동했던 당 관계자는 “창사랑 회원들의 상당수가 박사모에 결합했지만 최근 박사모에서 탈퇴한 사례가 늘고 있다”며 “창사랑의 조직개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창사랑이 앞으로 조직을 확대해 나갈 경우 박사모로 대표되는 박근혜 친위그룹과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친위그룹은 최근 여러 단체로 흩어져 있던 조직을 ‘범박근혜 가족모임’으로 단일화시켰다. 또 정치세력화를 선언하며 진성당원으로 조직적 가입을 시도하고 오는 4·30 재보선에 위력을 발휘할 계획을 세웠다.

팬클럽의 한계를 벗어나 당내 문제에 직접 결합해 박 대표의 대권행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창사랑의 조직개편과 확대는 큰 걸림돌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현역의원은 물론 당내 많은 인사들이 이 전 총재측과 연결돼 있어 자칫 마찰이 생길 경우 대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백 전의원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박사모도 국민들이 지지해주는 조직으로 바람직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박근혜 대표도 얼마든지 국가 영도자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우리 창사랑 멤버들은 박사모를 우군으로 생각하지 경쟁대상자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창의 복귀다. 창의 복귀가 현실화될 경우 두 세력간 경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가장 확실한 지지기반인 창사랑의 러브콜을 이 전총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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