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흔들리는 여심 잡아라!

호프집을 운영하다가 지난 해 11월 룸테마주점으로 업종을 변경한 정민욱(36·꾼노리 건대점·www.ikkun.co.kr) 씨는 월 평균 1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정씨는 8년 간 남성고객 위주의 호프집을 운영했었다. 현재 정씨가 운영하는 매장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2배 이상 많다. 그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음주를 즐길 수 있는 독립 공간을 팀별로 제공한다. 20대 초반 여성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성 간의 모임 장소는 주점보다 카페였다. 일반적인 맥주전문점은 탁 트인 장소에서 여러 고객이 뒤섞여 술을 마시는 것. 여성들은 옆 테이블의 담배연기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고, 남성 위주의 공간이다 보니 여성에게 쏠리는 부담스러운 시선 탓에 마음놓고 술을 마시기도 힘들었다. 정씨는 “8년 동안 맥주집을 운영해 보니 험악한 말이 오고가는 시비도 잦아서 여성끼리 매장을 찾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정씨가 운영하는 룸테마주점은 여심을 사로잡는 요소가 많다. 전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세련된 감각의 벽지와 소품은 모던한 호텔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여기에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카페에 버금가는 안락함을 전한다.
전문 바텐더가 2년에 걸쳐 연구해 내놓는 과일 칵테일 소주도 여성들에게 인기. “여성들은 일반 소주보다는 과일이 가미된 칵테일 소주를 선호한다. 이곳의 칵테일 소주는 10가지 과일과 소주에 레몬을 넣어 맛이 깔끔하고 숙취가 없다”는게 정씨의 설명이다. 전체 75평 규모의 정씨 매장에는 29개의 개별 룸이 있다. 개점 시간인 4시부터 다음날 새벽 7시까지 매장을 운영한다.
남성을 타깃으로 삼았던 전통적인 업종들이 여성 트랜드를 사업에 반영하면서 블루오션을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주점은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옆 사람과 어우러져 술을 마시는 분위기 일색이었다. 좁은 매장에 테이블과 탁자를 최대한 많이 배치하는 것만 고려했기에 인테리어는 뒷전이었다. 최근 정씨가 운영하는 주점처럼 여성 고객 위주로 운영해 대박을 내는 주점들이 많이 등장했다. 카페로 유입되던 여성들을 주점으로 불러들여 고수익을 올리는 것.
사당역 주변에서 45평 규모의 맥주전문점을 운영하던 이경숙(52·더궁 사당점·www.더궁.co m) 씨는 같은 자리에 한국 전통 궁궐식 인테리어와 커튼으로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는 퓨전요리주점으로 업종을 변경해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그는 “남성 위주의 주점에 여성들이 몰리면서 매출이 급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7년 8월 1호점 개점 이후 2008년 2월에는 1호점 근방에 90평 규모의 매장을 하나 더 냈다. 이곳의 현재 월 매출은 지하 매장임에도 1억 3000만원에 이른다.
이씨가 1호점을 냈을 당시에는 각 테이블 중간에 위치한 커튼이 절반 정도만 드리워져 있었다. 커튼을 전통적인 인테리어를 강조하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로 둔 것. 이씨는 “여성 고객 중에는 커튼 길이를 늘려 주었으면 하는 요구가 많았다. 커튼을 완전히 내려 독립된 공간을 만드니 여성 고객이 늘었고 매출이 뛰었다”고 귀띔했다. 가맹본사에서는 2007년 12월부터 전 매장의 인테리어 콘셉트에 이씨의 경험을 반영했다. 이씨가 운영하는 2호점은 본사의 업그레이드된 인테리어 콘셉트를 적용한 경우. 이후 해당 브랜드는 1년 만에 40개 이상 가맹점수를 늘렸다.
맥주전문점이 여성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벌이는 것과 함께 카페 업계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트인 공간을 제공하는 전형적인 커피전문점이 아닌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해 여심을 공략한다.
맨발공간을 선언한 테마룸카페 ‘카페루미’(www.caferumi.co.kr)는 손님들이 독립적이면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독립 공간을 구성해 각 테이블을 룸 형태로 꾸몄다.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입장하도록 했으며, 각각의 룸 안에는 TVㆍ무선인터넷ㆍ잡지ㆍ셀프바 등을 갖춰 내 방에서처럼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다양한 놀거리를 제공한다.
여성들은 새로운 메뉴나 이색적인 맛ㆍ공간ㆍ소품이나 색감 등 감성을 자극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특히 세련되고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여심을 사로잡으며, 문화를 소비하는 공간으로 격상,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인당 7000원을 내면 커피와 아이스크림ㆍ벨기에 와플 등을 즐길 수 있고, 커피와 다양한 종류의 차는 무제한으로 리필이 가능해 저렴한 비용에 편안한 공간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어 하는 젊은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다.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게임이든 공부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젊은 여성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심을 잡기 위한 인테리어 외에도 감성 마케팅도 활발하게 전개된다. 레스펍 ‘엘리팝’(www.alleypub.com)은 여성 고객을 겨냥해 음악방송시스템 ‘엘리캐스트’를 자체 운영한다.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린 핑크빛 꽃무늬로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했고 메뉴와 인테리어에도 여성 취향을 가미해 여성 고객을 잡는다.
장인FNC는 레스펍 생맥주전문점 ‘스포츠 &비어 서유기’(www. suyouki.co.kr)는 매장에 여러 대 설치된 TV와 스크린을 통해 스포츠 경기가 관람하고 각종 응원 도구를 이용해 생생한 응원전을 펼칠 수 있다. 지난 3월 WBC가 열리는 기간에는 응원문화에 열광하는 젊은 여성고객의 급속히 유입되면서 전체 가맹점의 매출이 급상승했다. 게릴라성 이벤트인 ‘청기 올려 백기 내려’ 게임 등 풍성한 이벤트를 통해 여성 고객에게 경품을 증정해 호응을 얻는다.
여심을 잡기 위해 인테리어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동시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선보이는 경우도 많다. 다이어트와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높은 식자재를 쓰거나 특유의 매운맛에 끌리는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매운 음식을 선보이기도 한다.
피부 미용에 관심 많은 여성들을 위한 ‘뷰티 푸드’를 내놓는 ‘빨간모자피자’(www.redcappiz za.com)는 충실한 여성 고객을 확보한 대표적인 예. 연어올가닉피자는 피부 보습 효과가 뛰어난 연어를 피자와 접목해 건조해지기 쉬운 봄철,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는데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다크서클을 없애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이곳은 연어 이외에도 검은깨도우 피자, 단호박 피자, 그린스위트 피자 등 색다른 메뉴를 개발 출시했다. 검은깨도우는 피자의 밀가루 반죽인 도우를 만들 때 몸에 좋은 검은깨를 듬뿍 사용한 것. 건강은 물론, 고소함과 쫄깃함을 더해줘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단호박과 완두앙금을 토핑 재료로 사용한 단호박 피자, 그린스위트 피자는 기름기를 쪽 뺀 저칼로리 다이어트 피자다. 풍부하고 달콤한 호박과 완두앙금 맛 때문에 여성이나 아이들에게 인기.
2002년 타임지에서 발표한 10대 건강식품인 토마토, 블루베리, 마늘, 브로콜리, 레드와인, 견과류, 연어, 시금치, 귀리, 녹차를 메뉴 토핑에 사용한다. 특히 최근에는 3년 이상 농약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산물로 만든 ‘유기농올가닉피자’ 출시하기도 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국수, 웰빙 열풍과 함께 저칼로리 식품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베트남 쌀국수, 생면을 이용한 일본 라멘 등 면 관련 프랜차이즈도 여심을 자극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베트남쌀국수전문점 ‘호아센’(www.hoasen.co.kr)은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는 ‘실란트로’ 대신 청양고추를 사용해 얼큰한 맛을 낸다. 또 팔각, 산초 등 10여 가지 약재를 넣어 특유의 향을 최소화하고 맛과 영양을 더했다. 이처럼 쌀국수 맛의 현지화를 통해 고객의 입맛을 길들이고 있다. 베트남쌀국수는 숙주 등의 야채가 많아 장운동을 원활하게 하고, 밀가루가 아닌 쌀로 만든 음식이라 소화도 잘된다.
코엑스점을 찾는 고객 중에서도 85% 이상이 인근 직장인 여성인 점이 이를 반증한다. 또한 점심시간에만 찾던 한식과는 달리 시간대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식사대용으로 즐길 수 있어 매장은 늘 붐빈다.
일본정통라면전문점 ‘하꼬야’(www.hakoya.co.kr) 매장도 여성 고객의 비율이 6:4 정도로 높은 편이다. 강남에 위치한 하꼬야 강남점 김병민(38) 점장은 “하꼬야 라멘은 피부미용에 좋은 콜라겐이 듬뿍 담긴 돼지고기가 들어가면서 여기에 채소 및 해물이 조화를 이뤄 일본 라멘 특유의 느끼함을 없애 여성 고객들이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 점장은 하꼬야 라멘을 처음 접하는 여성에게는 부드러운 미소라멘의 대표격인 ‘삿포로’와 다시마, 가다랭이, 멸치 및 각종 야채와 간장으로 맛을 낸 ‘아사하키와’를 추천하고, 마니아에게는 장시간 우려낸 돼지사골 육수가 일품인 ‘하카다’와 들깨가루에 구운 마늘을 가미한 ‘구마모토’를 권장한다. 최근 청양고추를 사용해 매운맛을 선호하는 여심을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인의 매운맛’을 재현한 ‘아카사카’는 여성 고객들의 높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 삼겹살집에서 매운불찜전문점으로 업종을 변경해 하루 17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다. 지난 3월 초 전북대 인근 상권에 매운불찜전문점을 오픈한 이성근(45·고추맴맴 전북대점·www.gochomm.com) 씨는 60만원 남짓 올리던 매출이 업종을 변경한 후 한달 만에 3배 이상 급상승했다. 이씨는 “삼겹살집을 운영할 때는 경쟁점포도 많았고 남성 고객 위주로만 장사를 했다. 최근 매운불찜으로 메뉴를 내놓고 인테리어를 리뉴얼하면서 여성 고객이 10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의 매장을 찾는 고객은 대학생을 비롯 인근 지역 직장인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이곳의 매운불찜은 매운 맛을 낼 때 쓰이던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100% 천연 고추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 천연 고추를 사용함으로써 텁텁함을 줄이고 산뜻한 맛을 여성 고객들에게 선사한다. 고추갈비찜, 고추송아지갈비찜, 고추해물갈비찜, 고추찜닭 등의 메뉴는 밥과 술을 곁들이기 좋은 메뉴. 국물이 풍부해 고기를 다 먹은 후에는 국수를 넣어 전골로 즐길 수 있는 것도 여성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이경희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 www.changup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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