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아끼고, 점포비도 아끼고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남모씨(37)는 요즘 1인 창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1억원을 들여 PC방을 오픈했지만, 400만원 남짓한 월 순익의 50% 이상을 인건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50평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다보니 비싼 임대료까지 감수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노래방에 설비 판매와 인테리어 사업을 병행하는 마모씨(35세)는 최근 인테리어 전담 직원 2명을 내보내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주로 설비 영업을 담당했던 마씨는 “인테리어 수주가 지속성이 떨어져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말한다. 향후 인테리어 쪽은 영업만 담당하고, 작업은 인테리어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하기로 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1인 창업을 생각하고 있거나, 실제 1인 창업으로 전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1인 창업 아이템은 인건비 지출이 없어 순익이 높고, 무점포로 운영하거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임대료 부담이 적은 것이 장점.
1인 창업, 아웃소싱으로 해결한다
1인 창업은 세금 감면 효과도 있다. 4대 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없고, 국민연금을 일정 기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현행 노동법상 2인 이상 사업자는 반드시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1인 창업의 경우에는 가입이 필요없다. 국민연금도 사업 초기 매출이 안정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보험료을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납부예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정부도 1인 창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 11월 5일 중소기업청은 1인 지식기업을 5년간 5만개 육성하고, 1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창업자금 지원 대상을 지식서비스업까지 확대, 1인 지식기업 예비 창업자가 지원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했다.
기존 중소벤처창업자금은 신용평가점수가 ‘C+’ 이상이어야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이번에 마련된 자금은 ‘CC’ 등급 이상이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정책 방향이나 세금 감면 효과, 인건비와 점포비 절감 등 여러 면에서 1인 창업은 미래지향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현재는 지식 기반서비스업에 한해 정부 자금이 지원되지만, 향후에는 다양한 서비스업에 대해서도 비슷한 자금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1인 창업 아이템이 특수를 누린다. 기술 창업 분야는 기술력과 영업력만 갖추면 작업자를 아웃소싱하여 1인 창업을 실현할 수 있다.
컬러테라피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고 실내 마감재 시공사업에 뛰어든 박소영씨(38·솔리스톤 중계점·www.soliston.kr)는 한달 평균 2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마감재 시공사업은 여성 혼자 운영하기 어렵지만, 영업 및 상담만 직접하고 실제 시공은 하루 6~7만원 정도의 일용직 직원에게 맡긴다.
박씨가 시공하는 마감재는 규조토, 옥, 백토 등의 가루를 이용한 자연광물로 새 건물에 입주했을 때 우려되는 새집증후군이나 아토피 질환 예방이 가능하다.
점포비를 제외한 가맹점 개설 비용은 가맹비 포함 3600만원선이며, 105.6m²(32평) 규모의 아파트 4채 시공을 기준으로 인건비, 관리비, 영업비 등을 제외한 순익은 450만원 정도.
일손을 빌리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하면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는 경우도 있다. 윤성찬(48)씨는 새집증후군에 효과가 뛰어난 광촉매 시공사업(웰코트코리아 은평점, www.wellcoatkorea.co m)을 운영하는 1인 창업자.
한 달 10~15건 정도 들어오는 시공의뢰는 혼자 처리하고, 132.2m²(40평) 이상일 경우에는 일당 6만원을 주고 사람을 구해 같이 작업한다.
330.5m²(100평)가 넘는 대규모 작업의 경우 인근 대리점주 간에 품앗이가 이뤄진다.
일손을 돕고 하루에 손에 쥐는 돈은 15만원 정도. 윤씨는 “총 2000만원을 투자해 월평균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약품 구입비와 일당 지급비, 자동차 유지비를 제외하면 별도의 지출은 없어 순익이 높다”고 강조한다.
1인 창업자들은 초기 투자 비용이 적은 업종을 선호하는 편. 차량 내외장 관리사업인 ‘맥과이어스(www.carup.net)’는 가맹비와 로열티가 없고 교육비 600만원과 비품대금, 약품 등 1천만원으로 창업할 수 있다.
외식업에도 1인 창업 바람
수원 권선점을 운영하는 권혁호(31)씨는 자동차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시절 접한 맥과이어스의 서비스에 반해 단골이 되고 창업까지 이른 사례. 혼자 운영하면서 월 1200~1300만원 매출이 가능하고, 원자재 비중이 5~6%에 불과해 순익이 월 700만원을 상회한다고.
음식 만들기와 계산, 홀서빙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외식업 분야에서도 1인 창업 바람이 뜨겁다.
탁수용씨(46)는 토스트 전문점(토스토아 신정점·www.tostore.co .kr)을 운영 중이다. 20여 평 규모의 점포를 여는데 투자한 비용은 점포비 5000만원을 포함해 7000만원 정도로 혼자서 운영하기 때문에 인건비 걱정은 없다.
탁씨는 혼자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점포를 찾는 고객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커피 전문점식 ‘쿠폰제’를 도입했고, 오픈 초기에는 매일 시간을 정해 시식회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탁씨는 오픈 6개월 만에 한 달 평균 3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린다.
임시 아르바이트 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곳도 있다. 경북 안동에 위치한 안동병원 내에서 젤라또 아이스크림전문점(B7아이스크림 안동병원·www.b7icecrea m.co.kr)을 운영 중인 권용하(32)씨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가게를 볼 수 없는 상황에만 아르바이트를 활용한다.
25.7m²(7.8평) 규모 매장은 혼자 운영해도 문제가 없다. 숍인숍 창업으로 20%가량 창업비용을 절약한 권씨는 8000만원을 투자했고, 월 12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창업 전문가들은 “불황일수록 인건비와 점포비 등의 고정비가 적게 드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면서, “특정 업종에 특화된 자동화 솔루션과 아웃소싱을 잘 활용하면 1인 창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업종도 1인 창업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경희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 www.changup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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