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배달 안되는 게 어딨니?
대한민국에서 배달 안되는 게 어딨니?
  • 이경희 한국창업연구 소장 기자
  • 입력 2008-01-23 13:37
  • 승인 2008.01.23 13:37
  • 호수 717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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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시장은 배달전쟁 중

창업시장에 ‘배달전쟁’이 한창이다. 수많은 점포와 동종 온라인 쇼핑몰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배달로 파워 높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배달업종의 대표격인 피자전문점, 치킨전문점, 중국음식전문점, 분식전문점은 메뉴 업그레이드와 서비스품질 높이기 등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또 바비큐립, 스파게티, 쌀국수, 초밥 등 전문 레스토랑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메뉴도 배달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각 메뉴의 복합화도 활발하다. 맞벌이부부, 싱글족 등이 확산됨에 따라 아침식사를 배달해주는 곳도 일반화되고 있다. 특이하게 이유식도 배달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배달시장은 점차 세분화·전문화되는 추세다.

테이크아웃고객이나 방문고객만을 대상으로 했던 에스프레소전문점 스타벅스는 단체주문 고객을 대상으로 배달서비스를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리아,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전문점, TGI프라이데이 등 패밀리레스토랑도 일부 매장에서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시장 확대는 먹을거리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유기농전문점, 문구전문점, 편의점 등 소매점들도 배달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교육교재, 광촉매조화 등 이색적인 유형의 상품들은 물론 향기, 안마, 잉크리필서비스, 상담서비스 등 형태가 없는 상품까지도 집집마다 찾아가고 있다.


배달시장 규모 4조원대

국내 배달시장 규모는 4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중 외식업은 3조원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외식업 배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피자전문점. 전체 1조원의 시장 중 60%가 배달시장이다. 피자헛,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3사가 시장을 주도하며 사실상 외식배달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30분 안에 배달되지 않으면 환불해주는 조건을 제일 처음 내세웠다. 이어서 피자헛은 적정온도로 배달되지 않으면 환불해준다고 나서 배달서비스 기준을 만들었다.

전통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마레(www.iilmare.com)’도 배달전문브랜드 ‘일마레 미니’를 출시해 피자배달시장에 합류했다. 미국식 피자가 많은 피자시장에 정통 이탈리아피자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피자뿐 아니라 레스토랑에서만 즐길 수 있는 고품격 스파게티도 배달해준다.

대표적 배달음식인 중국요리는 메뉴, 서비스, 값 등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선뜻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자장면, 짬뽕, 탕수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배달그릇도 플라스틱그릇에 랩으로 둘둘 감겨오기 일쑤다. 식사 뒤 남은 음식, 그릇처리도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

미국에서 도입돼 가맹사업을 본격 펼치고 있는 ‘상하이그릴(www.shanghaigrill.co.kr)’은 업그레이드된 중국음식점이다. 정통 아메리칸 퓨전스타일 중국요리로 메뉴부터 다르다.

가장 인기 있는 식사메뉴는 자장면, 짬뽕이 아닌 ‘몽골리안 비프덮밥’과 ‘오렌지 치킨덮밥’이다. 미국 표준매뉴얼에 현지화과정을 거친 고품격 요리를 기존 중국집과 비슷한 값에 팔고 있다. 포장용기도 위생적인 일회용품을 사용, 고객의 불편을 줄였다.

치킨전문점들도 변신에 한창이다.

숯불바비큐전문점 ‘불장군(www.buljanggun.co.kr)’은 배달되는 메뉴를 개선한 경우다. 일반적인 프라이드치킨뿐 아니라 참숯에 구운 숯불바비큐치킨도 배달하고 있다. 자체개발한 숯불바비큐 구이기 덕분에 조리시간만 30분 쯤 걸리던 숯불바비큐치킨의 단점을 이겼다. 주문 뒤 30분이면 집에서 숯불바비큐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배달 종목 다양화

배달되는 외식메뉴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배달형 퓨전레스토랑 ‘비버스(www.bevers.co.kr)’는 퓨전치킨메뉴로 기존 치킨을 배달시키던 고객을 공략했다. 또 패밀리레스토랑 인기메뉴인 바비큐립, 퓨전샐러드, 스파게티, 함박스테이크 등도 배달해준다. 값은 패밀리레스토랑 보다 싸다. 바비큐립은 1만원대, 함박스테이크는 6500원이다. 패밀리레스토랑 메뉴를 실속 있게 구성한 런치메뉴, 세트메뉴도 인기다.

멀티 음식배달전문점 ‘푸드라이더(www.foodrider.com)’는 ‘브랜드 인 브랜드’ 전략을 펼쳐 한 점포에서 배달할 수 있는 전문메뉴를 늘렸다.

푸드라이더 브랜드 안에 △비빔밥브랜드 ‘이퉁비빔밥’ △돈가스·우동 브랜드 ‘하루사끼’ △스파게티·오므라이스 브랜드 ‘번트시에나’ △피자 브랜드 ‘와일드잭피자’ △치킨 브랜드 ‘알리바바치킨’을 두고 있다. 여러 업종을 복합화한 만큼 개별적인 전문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조계헌 이사는 “경쟁과 부침이 심한 배달업종에서 ‘브랜드 인 브랜드’ 전략을 펼치는 것은 상권, 고객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메뉴가 다양한 만큼 고객층도 다양해 점심부터 저녁까지 주문전화가 꾸준한 것도 장점이다. 40m²(12평)규모 서울 성내점은 하루 평균 120만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베트남 쌀국수를 배달하는 매장들도 있다. '미스누들(www.s sfood.co.kr)'은 식자재가 비싸 레스토랑에서만 7000~8000원에 팔던 쌀국수를 집으로 가져다준다. 관련 식자재를 직접 조달해 값을 4000~6000원 정도로 낮춰 가격경쟁력도 높다.

충무김밥전문점도 배달업계에 뛰어들었다. 서울 마포동에 있는 충무김밥전문점 ‘여행하는 날’은 인근 사무실거리에 한해 배달서비스를 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월평균 매출은 2500만원 선이다.

기념일에 맞춰 배달하는 아이템도 꽃과 과일 등에서 떡, 케이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등장한 광촉매조화(www. wel lcoatkorea.com)도 색다른 배달아이템이다. 생화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린 조화에 광촉매를 코팅해 공기정화기능까지 갖춘 기능성제품이다.

‘이에스북(www.esbook.co.kr)’은 배달형 교육사업이다. 자체개발한 교육프로그램 EST학습법에 맞는 출판 책과 기타 교재들을 한 달에 한번 회원에게 배달해준다. 배달되는 책은 같은 내용의 영어와 한글동화책 두 세트, 원어민CD와 영어 애니메이션 비디오테이프 등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도 배달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잉크충전서비스와 컴퓨터수리는 이미 보편화된 배달아이템. 청소서비스도 이용자가 늘고 있다.

최근엔 마사지서비스도 배달시장에 동참, 눈길을 끈다.

방문 마사지서비스업체 ‘웰터치(www.welltouch.co.kr)’는 옷을 벗지 않고 마사지가 가능한 ‘체어마사지기기’로 어디서든 마사지서비스가 가능하다.

걸리는 시간은 10~30분 정도로 점심시간을 짬 내 피로를 풀려는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유기농전문 프랜차이즈 ‘신시(www.shinsi.com)’는 가맹상담을 현지에 가서 해준다.

언제, 어디서든 신청을 받으면 33시간 안에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3시간은 울릉도를 기준으로 산정된 시간이다.


#성공 창업 점포주 인터뷰
푸드라이더 성내점 조계범 점주

“점장이지만 매장에서 궂은일은 도맡아 합니다. 종업원들이 오히려 제 스승이니까요.”

멀티브랜드 통합배달사업이란 새로운 형태의 아이템으로 창업시장에 뛰어든 조계범(31)씨. 그는 전 재산 1000만원을 들여 40㎡(12평) 작은 매장에서 월평균 매출 3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청년창업자다.

지난해 7월에 가게를 열며 조씨는 ‘아버지가 지켜보신다’는 생각을 마음에 두고 일해 왔다. 유전공학자가 꿈이었던 그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진학을 준비하던 2003년 아버지 병환으로 꿈을 접었다. 몇몇 직장을 전전하며 아버지를 돌봤지만 조씨의 노력에도 아버지는 결국 세상을 떴다. 그는 장례를 치르고 직장을 그만뒀다. 병원비를 대느라 수중에는 1000만원이 전부였다.

조씨는 회사원인 사촌형의 소개로 푸드라이더 대표를 만나 무턱대고 ‘매장을 달라’고 제안했다.

“제 젊음을 담보로 하겠다고 했죠. 그리고 매장만 내주면 어떻게든 1년 안에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큰 소리 쳤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조씨. 보증금 1천만원에 인테리어비용 및 시설비로 모자라는 2000만원은 조씨가 본사에 매달 갚아나가는 조건으로 가게를 열었다.

아르바이트라도 주방 일이나 배달 일을 해본 적이 없다는 조씨는 자신과 열 살 이상 나이차 나는 종업원들에게 배운다는 생각으로 일 한다.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의 전단지작업, 주문전화받기, 배달하기, 주방설거지, 쓰레기 치우기 등 남들이 보면 점주가 아닌 영락없는 매장 '알바생’이다.

“스파게티, 치킨, 피자, 도시락 등 여러 층의 다양한 고객들이 멀티브랜드 통합배달이란 컨셉을 잘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컨셉을 알리는데 주력했죠.” 5개 브랜드 47가지 다양한 메뉴를 취급한다는 사실에 대부분 ‘맛은 별로겠네’ 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조씨는 맛에 대해선 자신 있게 고객들에게 권할 수 있다.

매장엔 주방종업원만 3명이다. 1명은 본사에 요청해 노하우 전수를 위해 채용했고 나머지 2명은 조씨가 뽑았다. 자신이 주방 일을 전혀 모르므로 직접 배우고자 하는 욕심도 있었지만 맛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매장 컨셉과 뛰어난 맛을 알리기 위해 조씨가 택한 방법은 시간대별 차별화 된 전단작업과 무료서비스다.

배달사원들과 함께 매일 오전·오후 두 차례 전단을 배포하는 것. 오전엔 점심메뉴 위주로 사무실을 대상으로 돌아다녔고 오후엔 치킨과 피자 등이 실린 전단을 주택가에 뿌렸다.

처음부터 10번 이상 주문하는 단골들에겐 전혀 다른 메뉴를 공짜로 제공했다. 치킨이나 피자를 주로 시켜먹는 주택가 고객들에겐 돈가스와 스파게티 등을 서비스로 내줬고 돈가스와 스파게티, 비빔밥 등을 주로 배달시키는 사무실 등엔 치킨과 피자를 무료제공했다.

결과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처음 월 50만원선이던 하루 매출이 지난해 8월엔 70만원, 9월엔 90원, 10월엔 110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3명의 배달사원과 주방장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빼고 월평균 800여만원의 수익이 난다. 절반을 본사와 나누고 400여만원이 고스란히 조씨에게 들어온다.

그는 “본사에서 빌려준 창업비용을 갚고 매장을 완전 인수하는 게 올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연구 소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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