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게 힘들어”
“돈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게 힘들어”
  • 현유섭 기자
  • 입력 2008-01-22 11:26
  • 승인 2008.01.22 11:26
  • 호수 41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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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성공신화-<16> 이순정 솔청면옥 이수역 푸드코트점 대표
푸드코트 입구에 위치한 음식모형이 입맛을 자극한다.

지난 16일 낮 1시 서울 지하철 이수역.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잘 차려 입은 코트 속으로 찬바람이 스며들면 몸이 저절로 움츠러든다. 서둘러 인터뷰 약속 장소인 슈페리움 빌딩 지하 2층 푸드코트로 향했다. 그 곳에는 점심시간 끝자락임에도 수 십 명의 고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점심을 거른 탓인지 음식 모형이 입맛을 자극했다. ‘불고기밥과 냉면’이라는 특이한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창업 주인공이 운영하는 ‘솔청면옥’의 메뉴라 음식 맛도 궁금해 돈을 꺼내들었다. 주문을 하고 자리 한구석을 꽤찼다. 신문기사 한 꼭지를 다 읽어갈 무렵, 차례가 돌아왔다. 젓가락질을 몇 번하니 시원한 냉면과 불고기가 제법 괜찮다는 기분이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인터뷰 주인공인 이순정 솔청면옥 이수역 슈페이움 푸드코트점 대표(38·여)가 자리를 함께 했다.

표는 30대 후반이라는 나이라서 아줌마라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한눈에 예사 장사꾼이 아니라 짐작됐다.

“9년이 지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999년부터 음식 장사를 해 온 베테랑이다. 20대 후반 결혼했고 남편과 함께 치킨집을 운영했다. 외환위기 직후라서 썩 좋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지난 2006년까지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기록했다.


성공과 실패는 백지 한 장 차이

이 대표는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사실상 5일밖에 장사를 하지 못하게 돼 힘들어졌다” 며 치킨집을 그만 둔 사연을 털어놨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하는 것일까. 이 대표는 “부모님들도 모두 음식장사를 해서인지 집안 내력인 듯싶다”며 다시 음식점 경영을 선택한 이유를 내놨다.

지난 2006년 푸드코트을 전문적으로 인테리어 하는 지인을 통해 프랜차이즈형 업종을 추천받았다.

면옥이라는 간판 때문인지 계절을 타지 않고 잘 될까도 싶었는데 밥 메뉴가 많아 확신을 갖게 됐다.

이 대표의 솔청면옥이 들어선 곳은 이수역과 연결된 슈페리움 건물 지하에 위치한 푸드코트다. 건물이 제법 규모가 있기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과 유동인구들이 거친다.

그러나 처음 푸드코트가 개장할 당시 10개에 이르렀던 음식 코너는 현재 5곳으로 줄어들었다.

그는 “소규모 창업이다 보니 처음에 돈을 그대로 바치는 꼴”이라며 “일 년 새 자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장사를 그만 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젊은 직장인이 많다보니 양식과 중식이 통할 것이라고 분석됐지만 이곳 푸드 코트를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한식을 원했다.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한식을 겸비한 메뉴를 늘렸다.

이 대표는 “매달 일한 만큼은 건지고 있어 다행”이라며 말을 하면서도 표정에서는 수입에 대해 여유가 풍겨났다.

또 “소규모 창업을 하면서 짧은 시간에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해야 한다” 며 자신의 장사 여정을 대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에 따라 휘둘리는 음식점 창업의 절반은 망하기 때문이다. 대박에 대한 기대로 냉철한 주변 분석을 하지 못해 장사를 망칠 수도 있다.


일한 만큼 보람 찾아 다행

이 대표의 말은 전문 등산가들이 모험을 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음식 장사에 대한 안목은 하루 이틀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끈질긴 인내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밀하게 타깃 연령층을 분석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현유섭 기자 HYS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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