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지도 확 바뀐다
대권지도 확 바뀐다
  • 이인철 
  • 입력 2005-04-09 09:00
  • 승인 2005.04.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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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전당대회 후폭풍에 휩싸일 조짐이다. 당권경쟁 과정에서 실용 VS 개혁, 친정동영계 VS 유시민 그룹 등 잇단 갈등이 불거져 향후 당 운영과정에서 계파간 본격적인 세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차기 대권구도와도 깊이 맞물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동영 장관 진영은 국민참여연대(국참연)와 물밑연대를 통해 약진했고, 상임중앙위원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리틀 노’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대세론을 끝까지 이어가 당의장에 당선된 문희상 의원은 새롭게 대권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전당대회가 여권의 대권지도를 확 바꿔놓는 계기가 된 셈이다.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낳은 가장 큰 이슈는 실용 VS 개혁파간 갈등이다. 이른바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완수를 위한 ‘코드정치’가 ‘실용’으로 전환되면서 빚어진 당내 혼란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친노직계 그룹을 비롯해 바른정치연구회와 구민주당 출신을 중심으로 한 정동영계, 안개모 그룹 등이 실용으로 방향을 유턴했고, 국민정치연구회의 김근태 장관계와 유시민, 김두관 등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의 개혁당 그룹은 개혁노선을 강조했다.

실용 정동영 개혁 김근태로 헤쳐모여

두 갈래로 갈라진 당내 계파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충돌했고 적잖은 잡음을 낳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김 장관계와는 연대할 수 있어도 정 장관계와는 연대할 수 없다”는 유시민 의원의 이른바 ‘친김근태, 반정동영’ 논쟁. 유 의원의 당초 의도와는 달리 전체 전당대회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거센 후폭풍이 몰아쳤다. 여권의 핵심 당직자는 “정 장관 진영과 송영길, 임종석 등 386의원들의 유 의원에 대한 집중공격, 친김근태 진영의 386비판과 유 의원 엄호사격 등은 당내에 잠복중이던 계파 갈등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사실상 향후 당 운영 기조를 놓고 실용파와 개혁파가 한판 대결을 펼친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갈등의 배경에는 차기대권주자들의 ‘줄서기’도 포함돼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장관 진영과 김 장관 진영이 각각 실용과 개혁 대결구도로 접근, 전략적 차원에서 향후 연대할 수 있는 세력들에게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실제로 정 장관계는 국참과 연대하는 성과를 얻었고, 김 장관계는 참정연 그룹과 연대가능성을 확인했다.

김혁규, 진대제 제3후보군으로 떠올라

그러나 두 장관으로 대표되는 후보군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게 불고 있다. 회의론의 배경에는 노심(盧心)이 자리잡고 있다. 정 장관의 경우 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을 거치며 상당한 지분을 확보했지만 아직 노심을 확실히 얻지 못했고, 김 장관 역시 국민연금파문 등 몇 차례 노심과 정면충돌하면서 신임을 얻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 청와대를 방문했던 여권의 한 인사는 “노심은 정 장관도 김 장관도 아니다”며 “제 3의 인물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두 장관에 대한 회의론은 사실상 ‘제3후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권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김혁규 의원과 진대제 정통부 장관 등이 제3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원의 경우 ‘차기 총리는 확실하다’는 말이 나돌고 있지만 일약 대권후보 반열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참여정부 초대 정보통신부장관으로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진대제 장관도 관심 대상이다. 여권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진 장관은 노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큰 뜻(대권)을 품고 있을 것이란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와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으로 진 장관이 결정난 듯한 분위기”라며 “이를 거치지 않고 대권후보 반열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외곽그룹의 한 관계자도 “진대제 장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진 장관의 향후 정치적 비중을 높게 평가했다.

김두관 문희상 새롭게 대권후보 반열에

여권내에선 제3후보론과 함께 기존 후보군의 폭이 다양해 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급부상한 문희상 의장과 다시한번 재기를 꿈꾸고 있는 김두관 전장관을 염두에 둔 분석으로 해석된다. 이와관련,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문 의원과 김 전장관의 등장은 기존 잠룡들(정동영 김근태 이해찬)로 대변됐던 여권내 대권후보군을 보다 확대한 모양새”라며 “내실을 따지는 이들도 있지만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중진들은 문 의장보다 오히려 김 전장관의 움직임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눈치다. 한총련의 미군훈련장 점거농성의 여파로 낙마했지만 김 전장관은 강금실 전법무장관과 함께 참여정부가 낳은 스타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총선낙마 이후 오랜 야인생활을 했지만 김 전장관은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리틀 노’로 불렸던 과거의 위상을 조금씩 되찾아 가는 분위기다.

김 전장관 스스로도 올 해 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당의 차세대 주자를 키우는 이벤트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우회적인 표현이지만 대권에 꿈이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러나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대목이 다소 걸리는 상황이다.그러나 무엇보다 여권내 대권구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변수는 고건 카드다. 지금의 인기가 거품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애써 무시하기엔 그 영향력이 너무 크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신분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고 전총리가 여권과 손을 잡을 경우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권의 핵심당직자는 “여권의 차기구도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는 고건 카드와 노심의 향배를 꼽을 수 있다”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 진영간 물밑경쟁의 최종 종착역은 결국 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있다”고 내다봤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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